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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켈, 내일 11번째 방중…대미 무역협력·이란 핵협정 유지 논의할 듯

메르켈, 내일 11번째 방중…대미 무역협력·이란 핵협정 유지 논의할 듯

기사승인 2018. 05. 23.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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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ussian President Puti... <YONHAP NO-0326>
사진출처=/TASS, 연합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오는 24~25일 중국을 방문한다. 미국의 탈퇴 선언으로 이란 핵협정(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이 좌초 위기에 놓인데다 중국과 유럽연합(EU) 모두 미국과의 무역 마찰을 겪고 있는 상황 속에서 메르켈 총리는 이번 방문을 통해 중국과의 관계 강화를 꾀할 것으로 보인다.

AFP통신의 22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메르켈 총리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 및 리커창(李克强) 중국 국무원 총리 등과 회담할 계획이다. 메르켈은 총리로 취임한 이후 12년의 재임 기간 동안 거의 매년 중국을 방문해 이번이 벌써 11번째 방문이다. 중국을 메르켈 총리 만큼 자주 방문한 서양의 지도자는 지금까지 없었다.

메르켈 총리의 회담 초점은 미국과의 무역 전쟁을 피할 공동 전략을 모색하는데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수입산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미국의 고율 관세 부과 방침으로 인해 EU는 최근 미국과 무역 갈등을 겪고 있으며, 중국도 사정은 비슷하다.

마르티나 피츠 독일 총리 대변인은 지난 18일 “양국은 개방된 시장과 규칙 기반 세계 무역이 필수적이라는 데 공감대를 갖고 있다”면서 “이것이 이번 방중의 주요 초점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한동안 서로 보복 조치를 주고 받으며 미국과 대립각을 세웠던 중국은 최근 협상을 통해 미국과 무역 갈등을 풀아가는 단계에 있어, 독일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유일한 타깃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미국은 이미 독일에 대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방위비 분담금을 미국보다 적게 부담한다면서 “미국으로부터 이득을 취하고 있다”며 비난한 바 있다.

때문에 유럽 내에서는 미·중간 협상 타결에 유럽이 희생양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브뤼노 르 메르 프랑스 재정경제부 장관은 최근 “유럽이 강경한 조치를 취할 능력이 없다면 미국과 중국의 협상은 ‘유럽을 희생시키면서’ 이뤄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메르켈 총리는 최근 팟캐스트에서 방중 소식을 발표하면서 “중국과 독일 정부는 양측 모두 세계무역기구(WTO)의 규정을 준수하고 있으며 다자주의의 강화를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메르켈 총리는 자신이 시장접근의 호혜성과 지식재산권 보호에 대한 독일의 오랜 요구를 다시 한 번 중국에 압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발언을 두고 중국 정부는 드물게 메르켈 총리에 대한 볼멘소리를 내놓았다. 스밍더(史明德) 독일 주재 중국 대사는 외국 기업들이 독일 기업을 인수하지 못하도록 보호하는 규정이 강화됐다면서 보호주의 경향을 보이는 것은 오히려 독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독일 현지 신문인 ‘슈투트가르터 나흐리시텐’에 독일 내 외국인 투자자의 겨우 0.3%만이 중국 출신인 반면 독일 기업들은 지난 30여 년 동안 중국에 800억 유로(약 100조 원)을 투자해왔다면서 “경제적 거래는 일방향으로 작동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메르켈 총리의 이번 방중에서는 또한 중국과 독일 양국은 미국이 탈퇴하면서 백척간두의 위기에 처해 있는 이란 핵협정 유지 문제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이란 정부는 유럽에 경제 협력 지속을 통해 핵협정을 유지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은 이란과 거래하는 유럽 기업에 대해서도 제3자 제제(세컨더리 보이콧)를 취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메르켈 총리는 독일 일간지 ‘디 벨트(Die Welt)’에 “미국이 일방적으로 탈퇴해버린 핵협정 유지에 중국이 도움을 줄 수 있기를 바란다”면서 “떠오르는 경제 대국 중국만이 이란산 원자재를 충분히 사줄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이란의 이슬람(Mullah) 정권이 적어도 공식적으로는 핵무기 개발을 지속하지 못하도록 하는 유인책을 이란에 제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메르켈 총리에 중국의 인권 문제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독일 인권 단체들의 요구가 거세다. 이들은 메르켈 총리가 작고한 인권운동가 고(故) 류샤오보의 아내인 류샤의 가택연금 문제를 지적하고 그녀를 석방해 독일로 데려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인권단체 휴먼라이트워치의 소피 리처드슨 중국 대표는 트위터에 “메르켈 총리가 류샤를 자신과 함께 독일로 데려오기를 바란다”면서 “중국은 그녀를 당장 석방하는 것이 현명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지난 3월 마이클 클라우스 주중 독일대사는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류샤가 독일에서 환영받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메르켈이 방중 과정에서 인권단체 회원들을 만날 예정이 있느냐는 질문에 피츠 대변인은 직접적인 답변 대신 “일반적으로 정부와 총리는 꾸준히 인권 문제에 대한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고만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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