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투데이 로고
[엘리엇 쇼크]“다 내줄꺼냐” 韓 기업들 외국 투기 자본에 무방비 노출…대안은?

[엘리엇 쇼크]“다 내줄꺼냐” 韓 기업들 외국 투기 자본에 무방비 노출…대안은?

기사승인 2018. 05. 24. 06:00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톡 링크
  • 주소복사
  • 기사듣기실행 기사듣기중지
  • 글자사이즈
  • 기사프린트
Print
지분 1%대를 보유한 엘리엇의 공세로 현대자동차그룹이 지배구조 개편을 전면 무효화하면서 국내 기업들이 외국 투기자본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특히 정부가 상법 개정안 재추진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만큼, 재계는 향후 외국 투기자본의 한국 기업 공략이 더욱 노골화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최소한의 안전장치 마련을 위해 차등의결권, 포이즌 필(poison pill) 등의 경영권 방어 제도 도입이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3년 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반대하며 삼성의 경영권을 위협한 엘리엇이 현대차까지 흔들면서 외국인 주주 비율이 높은 대기업들도 향후 제 2·3의 엘리엇 사태를 맞게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시가총액 상위 15대 상장사의 외국인 지분율(2017년 말 기준)은 지난 5년간 4곳을 제외하고 모두 상승했다. 재계 1위인 삼성전자의 경우 2012년 말 50.40%였던 외국인 지분율은 52.74%로 늘었다. 지난해 삼성전자 현금배당 총액 5조8263억원 가운데 외국인 현금배당액은 3조728억원에 이른다. 이는 2012년 말 6081억원에서 무려 405.3% 증가한 수치다.

같은 기간 시가총액 2위인 SK하이닉스의 외국인 지분율은 5년 만에 두 배 가까이 상승했다. SK하이닉스는 24.87%에서 47.53%로, 이밖에 시가 총액 30위 내에서는 삼성SDI가 22.00%에서 41.68%로, LG전자는 16.93%에서 33.56%로 대폭 상승했다.

엘리엇의 공격을 받은 현대모비스도 외국인 지분율이 48%에 달하면서 기업들이 장기 경쟁력을 키우기보다 외국인 주주들의 입맛에 맞는 경영을 할 수밖에 없는 환경에 노출돼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정근 건국대학교 IT·금융학과 교수는 “외국인 지분율이 국내 대기업들의 지분 60~70%를 보유하고 있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미국의 경우 대주주가 거부권을 갖고 있지만, 한국은 (이 같은 제도가) 반기업 정서만 키운다고 인식되고 있다. 경영권 방어장치가 없으면 외국인 주주 비율이 높은 대기업들은 추후 제 2·3의 엘리엇 사태를 맞게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국내 기업들에게 최소한의 방어수단을 제공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엘리엇 같은 외국 투기자본의 횡포가 ‘사모펀드 포비아’로 번지지 않도록 이번 사례에 어떻게 대처하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조동근 명지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국내 기업들은 현재로선 자사주 매입 외에는 경영권을 방어할 수단이 없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며 “군대와 기업은 ‘자기방어’가 가장 중요하다는 공통점이 있다. 자기 방어를 할 수 있게된 다음에야 연구개발(R&D), 신규 투자 등 경영활동에 나설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관련 정부부처의 행보는 이에 역행하고 있다. 법무부는 지난 3월 집중투표제, 다중대표소송제, 대주주 의결권 3% 제한 등 대주주 견제장치 도입 방안을 담은 상법개정안 검토의견을 국회에 제출했다. 금융당국도 현재로선 정부부처의 움직임을 살피며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기존 경영권을 보호할 수 있는 차등의결권이나 포이즌 필 등 안전장치 도입과 이에 따른 부작용을 상쇄할 수 있는 보완책이 함께 논의돼야 한다”면서 “그렇지 않으면 헤지펀드에 의한 경영권 공격에 속수무책 당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차등의결권은 최대 주주가 지분율 이상의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제도다. 영국·미국·독일 등에서 활용되고 있는 제도로 적은 주식으로도 주주총회 의결사항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어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대한 기업의 경영권 방어수단으로 쓰인다. 포이즌필은 적대적 M&A나 경영권 침해가 발생하는 경우 기존 주주들에게 시가보다 훨씬 싼 가격에 지분을 매입할 수 있도록 미리 권리를 부여하는 제도다.
후원하기 기사제보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