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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TE 제재에 화웨이도 벌벌…“반미 감정 안 돼” 회장 ‘깜짝’ 사내 메일

ZTE 제재에 화웨이도 벌벌…“반미 감정 안 돼” 회장 ‘깜짝’ 사내 메일

기사승인 2018. 05. 24.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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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웨이 부스의 압도적 규모<YONHAP NO-3565>
지난 2월 26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개막한 세계 최대 모바일 전시회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18’을 찾은 관람객들이 중국 화웨이의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출처=연합뉴스
중국 기업이 미·중 무역 갈등 여파로 생존 위협까지 느끼자 자세를 한껏 낮추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중국 최대 통신장비 업체 화웨이의 런정페이(任正非) 창업주 겸 회장은 임직원들에게 보낸 메모에서 “반미 감정을 지녀선 안 된다”며 “중국과 미국 간 일촉즉발의 팽팽한 긴장감이 감도는 상황에서 우리 직원들은 맹목적으로 낙관하지 말고 위기감을 느껴야 한다”고 말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4일 보도했다.

SCMP가 입수한 해당 메모는 런 회장이 지난달 8일 각 부서에 보낸 것으로 중국에 최대 1500억달러(약 162조원) 상당의 수입품에 추가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미국 정부의 발표 이후 나왔다.

런 회장은 “민족주의 감정도 품지 말라”면서 “미국의 강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 경쟁업체와의 격차를 인정하고 그들로부터 배워야 한다”고 했다.

런 회장은 또한 미·중 무역 긴장, 미·러 간 경쟁, 중동 내 분파 갈등 등 다양한 지정학적 문제를 타개하기 위해 직원들 간 그룹 토론을 장려하고 있다고 SCMP는 전했다.

화웨이는 이 메모에 대해 공식입장을 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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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정페이 화웨이 회장. 사진출처=화웨이 홈페이지
화웨이는 최근 미국 스마트폰 시장 진출을 꾀했으나 미국 정부의 압박으로 난항을 겪고 있다.

미국 정부는 중국의 통신장비업체인 ZTE(中興通訊)에 이어 화웨이에도 강력한 조치를 예고하고 있다. 국가 보안에 위협을 가한다는 것이 그 이유다. 미 법무부는 화웨이가 대(對) 이란제재를 위반했는지에 관해 조사 중이라고 지난달 2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이는 미 상무부가 같은달 16일 대북 및 대이란 제재를 위반한 혐의로 ZTE에 대해 7년간 미국 기업과 거래를 못하도록 제재한 데 이은 조치였다. 이 금지 조치는 화웨이의 경쟁자인 ZTE의 생존을 위협했다고 SCMP는 진단했다. 미·중간 무역전쟁에 화웨이 역시 휘말린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앞서 지난 2월 중앙정보국(CIA)과·국가안보국(NSA)·국가정보국(DNI)·연방수사국(FBI) 등 6개 정보기관 수장들은 상원 정보위 청문회에서 해킹 가능성 등을 우려하며 화웨이와 ZTE 제품을 사용하지 말 것을 촉구했다. 같은 달 공화당 소속 상원의원 2명은 화웨이나 ZTE의 통신장비를 구매하거나 임차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을 미 상원에 발의했다.

화웨이와 미 통신업체 AT&T는 올해 1월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제전자제품박람회(CES) 2018’에서 스마트폰 판매계약 체결 사실을 발표할 계획이었지만 불발됐다. AT&T가 화웨이와 거래를 취소한 정확한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다. 트럼프 행정부의 반중 정서가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어 미국 1위 이동통신사인 버라이즌, 미국 최대 가전제품 소매업체인 베스트바이 등도 화웨이와의 제휴계획을 잇따라 포기했다.

화웨이는 지난달 미국 워싱턴 지사의 대관 책임자 등 로비 인력 5명을 해고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뉴욕타임스(NYT)는 소식통을 인용해 “화웨이는 미국 사업을 줄이고 있으며 아예 사업을 중단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미 유력 IT 매체 위버기즈모(ubergizmo)도 “삼성·애플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스마트폰 공급업체 화웨이가 결국 미국 스마트폰 시장을 포기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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