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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특별조사단 “판사 성향·동향 파악 파일 확인돼”…법원 후폭풍 휩싸이나

대법 특별조사단 “판사 성향·동향 파악 파일 확인돼”…법원 후폭풍 휩싸이나

기사승인 2018. 05. 27.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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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상 직접적 불이익 줬다는 문건 확인 못해" 불구
현직 판사, 관련자 형사고발·국가배상청구 예고
안철상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특별조사단장을 맡은 안철상 법원행정처장. /송의주 기자songuijoo@
특정 판사들의 성향과 동향, 심지어 재산 관계까지 파악한 파일의 존재가 확인됐지만, 이를 토대로 인사상 불이익을 준 정황은 드러나지 않았다는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에 대한 조사 결과가 발표되면서 법원이 후폭풍에 휩싸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당장 사찰 문건에 거론된 현직 판사는 특별조사단이 당사자들에 대해 형사조치를 하지 않기로 한 것에 반발, 직접 형사고발과 함께 법원을 상대로 국가배상 청구 소송을 벌이겠다고 나섰다.

특히 이번 조사를 통해 양승태 전임 대법원장 시절 숙원사업이었던 ‘상고법원 설치’에 청와대의 협조를 얻기 위해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상고심을 이용하려 했던 정황까지 드러나면서 법원행정처에 대한 개혁의 목소리가 높아질 전망이다. 청와대나 국회 등을 상대하는 대관업무가 언제든지 재판독립을 침해하는 행위로 변질될 수 있다는 점이 이번 조사로 확인된 만큼 법원행정처의 기능이 대폭 축소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27일 법조계 안팎에서는 이틀 전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특별조사단(단장 안철상 법원행정처장)이 발표한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에 대한 3차 조사 결과를 둘러싼 파장이 커지고 있다.

특별조사단은 25일 “법원행정처가 사법행정에 비판적인 법관들에 대한 성향·동향·재산 관계 등을 파악하는 문건을 작성했다는 점을 확인했지만, 인사상 불이익을 준 정황은 발견하지 못했다”고 발표했다.

사실상 논란의 핵심이었던 ‘블랙리스트’의 실체를 부정한 것으로 앞선 2차 조사 결과와 크게 달라진 게 없다는 분석이다.

다만 특별조사단은 “재판과 관련해 특정 법관들에게 불이익을 줄 것인지 여부를 검토한 것이나 성향 등을 파악했다는 점만으로도 ‘재판의 독립·법관의 독립’이라는 가치를 훼손하려는 것으로 크게 비난받을 행위”라며 지난 정부 사법행정에 문제가 있었음을 지적했다.

또 특별조사단은 “일선 재판 현장에 있는 판사들을 지원해야 할 법원행정처에서 판사들이 판결로써 말하고자 하면 징계권이나 직무감독권을 내세워 재갈을 물리려고 했다”며 “상고심의 절박한 상황을 해결해야 한다는 미명 하에 판결을 거래나 흥정의 수단으로 삼으려 한 흔적들이 발견됐다”고 비판했다.

지난해 불거진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에 대해 대법원은 이인복 전 대법관을 위원장으로 한 진상조사위원회(1차 조사)를 구성하고 조사를 벌여 ‘부당한 지시는 있었지만, 보복성 인사 조처는 없었다’는 결과를 내놨다. 이에 일선 법원의 판사들이 대표를 뽑아 구성한 전국법관대표회의 등은 추가 조사를 요구했고, 지난해 11월 민중기 당시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위원장으로 한 추가조사위가 구성돼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 컴퓨터 저장장치 등을 조사했다.

추가조사위는 사법행정권 남용과 관련한 구체적 정황 및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재판과 관련한 사법행정처와 박근혜정부 청와대와의 교감 정황 등을 밝혀냈지만, 이번 사태의 핵심 인물로 지목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컴퓨터 등을 조사하지 못했다.

특별조사단은 △인사모(인권보장을 위한 사법제도 소모임) 동향 파악 및 개입 △국제인권법학회 공동학술대회 개입 △법관에 대한 성향·동향 파악 △원세훈 전 원장 사건의 재판부 동향 등 추가조사위가 밝혀내지 못한 문건 조사에 집중했고, 임 전 차장이 직접 작성한 일부 문건에서 그동안 사법부가 청와대의 원활한 국정운영을 뒷받침하기 위해 협조한 사례 등을 파악했다.

한편 특별조사단이 사법행정권 남용 정황을 확인하고도 관련자 처벌에 소극적 모습을 보인 것과 관련해 차성안 사법정책연구원 연구위원(41·사법연수원35기)은 자신의 SNS에 “특조단이 형사고발 의견을 못 내겠고 대법원장도 그리하신다면, 내가 국민과 함께 고발하겠다”며 “행정부에서 이런 식의 조직적 사찰행위가 일어나 직권남용 등 혐의로 기소됐을 때 무죄를 선고할 자신이 있습니까”라고 꼬집었다.

변호사협회도 전날 논평을 통해 “사법행정에 비판적인 특정 법관의 성향, 동향을 파악했다는 것만으로도 법관의 독립성을 저해한 행위”라며 “상고법원 도입을 위해 재판을 정치권과의 협상 카드로 활용하려 한 정황은 법관의 정치적 중립을 심각하게 침해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판사 출신 변호사 A씨는 “이번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로 관련자에 대한 처벌 논란을 비롯해 법원행정처의 권한 축소 등 후속 논의가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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