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멀지 않은 곳’에서 북미회담 사전 접촉 진행 중”…6·12 회담 재궤도

사진출처=/UPI, 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북미정상회담과 관련해 “우리는 6월 12일 싱가포르로 보고 있다. 이는 변하지 않았다”고 밝히면서, 취소 수순으로 접어드는 것으로 보였던 역사적 정상회담의 불씨를 극적으로 다시 지폈다. 특히 북미간 사전 실무 접촉이 현재 진행 중이라고 밝혀 주목된다.

미국 CNN 등의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저녁 백악관 집무실인 오벌오피스에서 베네수엘라에 미결수로 지난 2년여 간 유치장에 수감됐다 풀려난 미국인 조슈아 홀트를 맞이하며 기자들에게 이같이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많은 사람들이 이 문제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일이 매우 잘 진행되는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꽤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면서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지켜보자”고 덧붙였다.

그의 이번 발언은 6·12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을 미국이 재추진해 나갈 것임을 사실상 공식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이번 발언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4일 김정은에게 직설적인 서한을 보내 공개적으로 회담 취소를 알렸음에도 여전히 역사적인 정상회담을 진행하고자 하는 열망을 가지고 있음을 나타내는, 지금까지 중 가장 명징한 발언”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가 말하고 있는 지금, 어떤 장소에서 미팅이 진행 중”이라며 “(장소가 어딘지)이름은 말하지 않겠지만 여기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이다”고 말했다.

앞서 이날 오전 새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조 해이긴 백악관 비서실 부실장과 패트릭 클리프턴 백악관 운영담당 특별보좌관 등이 이끄는 선발대가 “정상회담이 개최될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해 27일 예정대로 싱가포르로 향할 것”이라고 확인한 바 있다. 샌더스 대변인은 이들 선발대가 28일 일본을 경유해 같은날 싱가포르에 도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미팅 장소에 대해 ‘멀지 않은 곳’이라고 언급한 것을 미뤄볼 때 싱가포르 선발대와는 별도로 미국 내 모처에서 사전 미팅이 진행 중일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북미간 사전 실무 접촉을 처음으로 공식 인정한 것으로서 지난 24일 미국이 북한의 호전적 태도 등을 문제 삼아 회담 취소를 전격 발표한 가운데서도 북미 간에 물밑 접촉이 계속 진행돼 왔음을 시사하고 있어 주목된다.

북미 양측은 사전 접촉을 통해 정상회담 의제와 장소, 경호 문제 등에 대해 포괄적으로 협의해 나갈 것으로 관측된다.

핵심 의제인 비핵화 문제를 놓고 양측의 간극을 어느정도 좁힐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2일 한미정상회담에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와 체제안전 보장·경제 보상 등을 큰 틀에서 일괄타결하는 방식의 ‘트럼프식 비핵화 로드맵’을 제시했다. 반면 북한은 단계적·동시적 비핵화를 주장하며 미국 측의 ‘일방적 핵포기 강요’ 주장에 대해 거부감을 드러내 회담 직전까지도 양측의 샅바 싸움은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미국 측이 ‘최대한 빠른 비핵화 시간표’를 전제로 북한의 단계적 비핵화 주장에 대해서도 일정 부분 유연성을 가질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어 양측이 접접을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