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얘기 나누는 남북 정상 | 0 |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6일 오후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에서 만나 얘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청와대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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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2번째 남북 정상회담은 남북관계의 냉기류를 해소하고 좌초 위기에 빠졌던 북·미 정상회담을 원상회복시키는 디딤돌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남북 정상은 5·26 판문점 회담에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의지를 거듭 확인하면서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적인 개최에 뜻을 모았다. 이에 따라 다음달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릴 북·미 정상회담의 성과와 전망은 한층 밝아진 것으로 보인다.
남북관계 측면에서는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허심탄회한 친구사이’처럼 수시로 소통할 수 있는 경로를 마련했다. 또 한국이 북·미 사이의 ‘최대 중재자’라는 입지를 굳히는데 있어 이번 남북 정상회담이 평가를 받을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북한학)는 27일 남북 정상회담의 성과와 관련해 “북·미 간에 형성됐던 난기류를 해소했다”며 “이제는 본격적으로 북·미 정상회담을 위한 한 판이 벌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북·미 정상회담은 지난 24일 트럼프 대통령의 공개 서한으로 전격 취소될 위기에 몰린 바 있다. 김 위원장은 이런 분위기를 서둘러 진화하기 위해 25일 문재인 대통령에 협조를 요청했고, 한국 정부를 통해 미국에 ‘진정성 있는’ 대화 메시지를 발신했을 것으로 보인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김 위원장의 유연하고도 신속한 대응은 그가 현재 북·미 정상회담 개최를 얼마나 중시하고 있는지 잘 보여주는 것”이라며 “김 위원장의 입장이 청와대를 통해 백악관에 전달돼 북·미 정상회담 재추진이 탄력을 받게 됐다”고 내다봤다.
정 실장은 “김 위원장은 문 대통령에게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의지를 분명히 했다”며 “트럼프 대통령 일부 측근들의 강경한 대북 발언에도 불구하고 미국과의 협상에 다시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 “북·미간 난기류 해소”, “문재인 대통령, 북·미 연대 보증인 역할”
문일현 중국 정법대 교수는 “남북 정상이 이렇게 자주 만나는 것은 신뢰가 없으면 쉽지 않으며 양측 정상이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번영에 강한 신뢰를 하고 있음을 반영한다”며 문 대통령이 북·미 중재자로서 흔들렸던 입지를 더욱 확고히 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문 교수는 “김 위원장은 남북 정상회담에서 비핵화 방식과 관련해 ‘트럼프 방식’에 동의한다는 의사를 보였고 북·미 정상회담 재개를 위한 성의 표시도 했다”며 “남북의 직접 만남을 토대로 트럼프 대통령과 교감하는 ‘남·북·미 삼각대화’의 정형을 만들어 놓았다”고 평가했다.
김동길 베이징대 한반도평화연구센터 교수는 “북·미 정상회담은 예전보다 더 잘 될 것이고 문 대통령도 싱가포르로 가서 남·북·미가 함께 종전 선언을 할 것으로 보인다”며 문 대통령이 북·미간 비핵화-체제보장을 보증하는 연대 보증인의 역할을 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번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한동안 정체됐던 남북관계도 다시 탄력을 받게 될 전망이다. 다만 북·미 정상회담의 성과와 남북관계가 맞물려 있는 만큼 북·미 관계의 진전에 따라 남북관계도 속도 조절이 이뤄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정 실장은 “이번 5·26 판문점 정상회담은 남북 관계가 경색되었을 때 남북 정상이 형식을 따지지 않고 곧바로 만나 문제를 푸는 새로운 실용주의적인 대화 방식을 보여주었다”며 “남북관계의 안정적 발전을 위해서는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가 매우 중요하다”고 분석했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북한학)는 “잠시 혼란이 있었지만 남북 정상이 회담을 통해 판문점 선언의 합의들을 예정대로 이행하도록 분위기를 잡았다고 볼 수 있다”며 “모든 역량은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에 집중되는 만큼 남북관계 개선도 이를 감안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