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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한·미 에너지협력의 성공조건

[칼럼] 한·미 에너지협력의 성공조건

기사승인 2018. 05. 28.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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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태희
연세대학교 특임교수
지난달 미국 워싱턴 D.C.에서 개최된 한·미 상무장관회담에서 양국은 자율주행차·항공우주·5G 통신 등 첨단분야에서 산업협력대화(ICD)를 정례적으로 개최하기로 합의하였다. 그리고 별도의 부대행사에서 관련기관간 에너지협력 양해각서(MOU)가 체결되었다. 이를 기반으로 에너지 저장장치(ESS) 분야에서 산업통상자원부와 미주개발은행(IDB), 차세대 배터리 신소재 분야에서 한국전자부품연구원과 메릴랜드대학, 그리고 원전해체기술 분야에서 한수원과 아르곤국립연구소 사이에 활발한 정보교환과 연구개발 협력활동이 이루어질 것이다. 앞으로 3가지 분야에서 우리가 지향해야 할 목표와 과제를 점검해 본다.

먼저 ESS는 우리나라에서 전력피크를 낮추고 수급안정을 위한 주파수 조정용 ESS가 빠르게 보급되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가정용·다목적용 ESS는 취약하다. LG화학, 삼성SDI 등 우리 업체들이 ESS 배터리분야의 글로벌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어도 전력변환장치(PCS), 시스템통합(SI) 등은 미국으로부터 배워야 할 기술이 많다. 미국은 노후화된 전력인프라 보완을 위해 전력계통용 ESS를 우선적으로 보급하고 있다. 잘 발전되어 있는 국내 대기업·중소기업간 배터리 가치사슬을 활용한다면 향후 미국은 물론 중남미시장 진출을 위한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배터리는 핵심소재가 무엇이냐에 따라 성능이 완전히 달라진다. 우리가 많이 사용하는 리튬이온배터리는 산화물(양극)과 흑연(음극)을 활용하는데, 수명·출력·안전성·가격 등에서 더 이상 발전하기에는 한계점에 와 있는 것 같다. 전기차 기준으로 한번 충전하면 1000㎞ 이상 갈 수 있는 차세대 배터리 개발을 위해 리튬황전지·금속공기전지·전고체전지·나트륨이온전지 등 다양한 소재에 대한 기초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특히 우리 기업들은 음극, 분리막 등에 많은 기술개발 노력이 필요한데, 메릴랜드 대학과의 공동연구개발은 차세대 배터리 조기 상용화 가능성을 높일 것이다.

또한 2040년까지 전세계적으로 216기 원전이 폐로되면 세계 원전해체시장규모는 185조원으로 커진다고 한다. 우리는 작년 6월 영구 정지된 고리원전 1호기를 활용해 핵심기술을 축적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었다. 총 58개의 원전해체를 위한 핵심기술 중 우리가 확보하지 못한 기술은 17개로 파악되고 있다. 장기투자가 요구되는 제염 재료 건전성 평가, 열적 절단기술 등 우리가 열세인 기술들은 선진국과 협력해야 한다. 미국은 원자탄 해체 관련 세계 최고기술 최다보유국이다. 이번 기회에 아르곤국립연구소와 전문인력 교환, 현장 실습참여 등을 통해 국내 기술 역량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철강자율규제(VER)를 제일 먼저 합의하고 자유무역협정(FTA) 개정협상을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미국과 미래지향적 에너지협력을 추진하게 된 것은 반가운 소식이다. 다만 이번에 발굴된 과제들이 성공하려면 1회성 행사로 그쳐서는 안 된다. 사실 양국 에너지협력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8년(녹색기술·스마트그리드·수소연료전지), 2013년(셰일가스·가스하이드레이트·클린에너지) 등 새 정부 출범 때마다 많은 MOU가 체결되었지만 큰 성과는 없었다. 미국과 산업협력을 제일 잘 한다는 이스라엘과 비교해 보면, 한·미 에너지협력은 정부와 공기업이 중심이 되는 반면, 이스라엘과 미국의 협력은 민간기업과 대학이 이끌고 있다. 앞으로 이스라엘을 벤치마킹해서 한·미 에너지협력에 민간기업과 대학을 더 참여시켜 좋은 성과를 거두기를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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