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南北 경협 초읽기 돌입…분주해진 현대로템·현대제철·현대건설

南北 경협 초읽기 돌입…분주해진 현대로템·현대제철·현대건설

기사승인 2018. 06. 1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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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구 회장 일러스트
6·12 북·미정상회담을 기점으로 남북경제협력 사업이 사실상 카운트다운에 들어간 가운데 현대자동차그룹의 주요 계열사가 초긴장 모드에 돌입했다. 이번 북·미정상회담을 계기로 대북 제재가 풀릴 경우 남북 경협이 다시 추진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남북 간 철도 연결과 현대화 사업, 인프라 구축을 담당할 현대로템·현대제철·현대건설 등 국내 기업은 대북 사업이 어느 정도 속도와 규모로 결정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1988년 7·7 선언을 계기로 시작된 남북 경협은 1990년 중반 남북 경협 활성화 조치로 여건이 조성된 이후 본격화됐다. 대표적인 남북 경협 사업은 1998년 금강산 관광 개시와 2003년 개성공단 가동 등을 꼽을 수 있다. 그러나 2008년 8월 금강산 관광객 피살로 인한 관광 중단, 2013년 개성공단 중단·재개 등을 거치면서 경협 회의론이 제기된 데 이어 2016년 2월 북한이 핵실험을 단행하면서 사실상 중단됐다.

업계에선 비록 정치·군사적인 요인으로 지난 30년간 남북 경협 사업이 부침을 겪긴 했지만, 양질의 성장을 이뤄냈다는 평가다. 실제 남북 간 교역 규모는 1989년 1900만달러 수준에서 개성공단 가동이 멈추기 전인 2015년 27억1400만달러 수준으로 140배가량 증가한 바 있다. 2년여 간의 공백을 깨고 남북 경협이 재개될 경우 핵심 남북 경협 사업권을 보유한 현대그룹이 주도적인 역할을 맡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남북 간 철도 연결과 도로 확장 등 인프라 구축을 담당할 현대로템과 현대제철, 현대건설 등 계열사의 중요도도 한층 높아질 전망이다.

먼저 남북 간 철도 사업이 진행될 경우 최근 잇따른 수주로 탄력을 받은 현대로템의 실적 개선에 더욱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실제 현대로템은 2015년 철도 부문에서 5700억원의 부진한 신규 수주를 기록한 이후 2016년 2조8000억원, 2017년 2조6000억원 규모를 수주하며 흑자를 유지하고 있지만, 수익률은 다른 계열사에 비해 최하위권을 맴돌았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 1062억원에 머물렀던 현대로템은 지난해 반토막 난 454억원으로 내려앉았고 올해 1분기 영업이익 역시 5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5.2% 줄었다.

그러나 최근 대만에서 대규모 철도 사업 수주에 성공한 데 이어 정부가 국제철도협력기구(OSJD)의 정회원이 되면서 철도 사업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자 상황은 반전됐다. 철도·방산·플랜트 부문의 사업을 담당하는 현대로템에 철도 부문은 지난해 매출의 48%를 차지할 정도로 주력 사업인데다 수주 금액 기준으로 국내 철도 시장 점유율 역시 90%에 달하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북·미정상회담으로 남북 경협 재개 기대감이 커지면서 지난 4월 남북 정상회담에서 언급된 철도 사업이 더욱 본격화되는 분위기다.

업계에선 남북 경협이 진행될 경우 현대로템이 수십조원의 추가 수주를 올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토연구원에서 선정한 29개의 북한 핵심 철도 노선 사업이 시행되고 지하철이 고도화된다면 약 32조원의 철도 신호·통신 시스템과 차량 발주가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철도 레일을 생산·공급하는 현대제철 역시 북한의 철도 시설 확충에 따른 사업 확장이 예상된다. 연간 6만톤 수준인 국내 레일 수요가 동해선·경의선 철도 연결 사업이 착수되면 10만톤 이상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특히 남북한 철도 연결·현대화 사업으로 북한을 가로질러 러시아와 한반도에 가스관을 건설하는 사업이 추진될 경우 철도용뿐 아니라 가스관용 철강재 매출도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현대건설은 현재 상황을 주시하고 있는 가운데 아직 TF팀을 꾸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1998년부터 2008년까지 금강산 관광지구 조성과 개성공단 변전소 건설 등 대북사업의 주축이었던 만큼 남북 경협이 재개되면 핵심 역할을 맡을 전망이다.

한편 범(汎) 현대가가 남북 경협의 중심으로 떠오른 것은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이 현대그룹을 이끌었던 당시 북한과의 교류에 많은 공을 들였기 때문이다. 정 명예회장이 1998년 2차례에 걸쳐 소떼 1001마리를 몰고 판문점을 통과해 북한을 방문한 일화는 지금도 회자될 정도로 유명하다. 앞서 정 회장은 1989년 남한 기업인으로는 처음으로 북한을 공식 방문해 ‘금강산 관광 개발 의정서’를 체결하기도 했다. 이후 정몽구·정의선 등 2, 3세대를 거친 지금도 ‘현대’의 이름을 이어받은 기업들은 국내 경제 발전은 물론 남북 관계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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