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춘옥 작가는 전통적인 수묵채색화에서 출발해, 이를 현대적 감각으로 재창조해내는 작업에 매진해왔다.
작가는 종이를 다섯 겹 정도로 발라 올려 일정 두께를 만든 후, 이 위에다 수묵과 부분적인 채색을 가미한다. 여러 겹으로 발라 올려진 종이는 그 나름의 단층을 이루면서 수묵과 채색을 적절히 흡수하게 되는데, 아래층으로 갈수록 수묵과 채색의 스며듦은 차단되어지고 가장 아래편 바탕은 흰 소지 그대로 드러나게 된다.
이렇게 구현된 대상은 마치 불투명한 유리창을 통해 바깥 풍경을 보는 것이나, 엷은 커튼을 통해 안을 보는 것 같이 은은한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