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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보수 길을 묻다] “완전히 죽어야 산다…인적청산·노선변경·당해체”

[위기의 보수 길을 묻다] “완전히 죽어야 산다…인적청산·노선변경·당해체”

기사승인 2018. 06. 2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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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함 교수 "과거반성·기득권 정치 청산부터"
김형준 교수 "보수 가치 상실…시대정신 부합해야"
박상병 평론가 "인적청산·정책 노선·당규 대폭 수정"
신율 "참패 원인, 무능함·초조함...전면적인 당 해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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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3 지방선거에서 궤멸에 가까운 성적표를 받은 보수 야권은 지도부 총사퇴와 함께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를 가동하면서 당이 나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고질적인 당내 계파 갈등이 표면으로 분출하면서 벌써부터 21대 총선 대패 예상까지 나오고 있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김성태 당대표 권한대행의 혁신안을 놓고 당내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바른미래당도 지난 19일부터 이틀간 워크숍을 열었지만 중도개혁과 개혁보수의 정체성이 충돌하면서 당의 노선 정립에 대한 결과를 도출하지 못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한국당은 17개 광역자치단체장 중 ‘보수의 심장’으로 불리는 대구·경북(TK) 단 2곳에서만 당선됐다. 동시에 치러진 12곳 재보궐 선거에서는 1석을 얻는 데 그쳤다. 바른미래당은 광역자치단체장·재보궐 선거에서 단 1명의 당선자도 내지 못하면서 ‘중도보수 대안 정당’으로서의 입지를 굳히지 못했다.

◇양승함 “사분오열된 보수… 반성과 시대정신 없어”

전문가들은 20일 아시아투데이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사분오열된 보수진영이 과거에 대한 반성이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시대정신에 부합하지 않는 가치를 내세우고 있다고 진단했다.

양승함 연세대 교수(정치외교학과)는 보수가 무너진 가장 큰 원인은 낡은 기득권 정치를 청산하지 못한 것에 있다고 분석했다. 양 교수는 “먼저 본인들이 집권했던 기간 무엇을 했는지 되돌아봐야 한다”면서 “과거에 대한 성찰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양 교수는 “이명박·박근혜정부 때 잘못했던 것들을 고쳐서 환골탈태 해야 한다”며 “중진의원들은 김무성 의원처럼 총선 불출마를 선언해 반성의 시간을 갖겠다는 의지를 행동으로 확실히 보여줘야 한다”고 진단했다.

양 교수는 보수 재건의 해법으로 사람과 제도를 동시에 완전히 바꿔야 한다고 제언했다. 양 교수는 “젊은 정치인을 앞세운다고 해서 단순히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라며 “세대에 관계없이 낡은 정치에 때 묻지 않은 사람들이 주도적으로 새롭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 교수는 “중앙당 해체와 같은 시스템을 바꾸는 것으로는 혁신할 수 없다”며 “사람과 제도를 동시에 바꿔야만 보수가 살아날 수 있다”고 말했다.

보수 정당 내부의 민주화 부재와 관련해 양 교수는 “당 조직이 당 대표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며 “지역위원회 같은 각종 위원회가 자율성을 갖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해법을 제시했다.

◇김형준 “가치 상실이 보수 궤멸 이유…시대정신 재정립 필요”

김형준 명지대 교수(정치학과)는 보수가 궤멸한 또다른 이유로 보수의 가치 상실을 꼽았다. 김 교수는 “국민은 나에게 이득이 될 것 같은 곳을 보고 투표하러 간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정부·여당은 평화 이슈를 앞세워 새로운 변화를 가져오겠다는 대안을 제시했다”며 “반면 한국당은 경제 효율성 만을 강조한 채 관심을 끌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보수가 다시 일어서려면 과거의 보수 가치를 시대정신에 맞게 재정립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특히 김 교수는 “평화·복지 어떤 이슈든 보수의 시각에서 새롭게 풀어 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제시했다. 김 교수는 “평화라는 이슈에 관해서도 부정하지 말고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면 된다”며 “우리 사회도 같이 발전할 수 있는 평화라든지, 공존할 수 있는 평화라든지 방법은 많다”고 강조했다.

◇ 박상병 “인적청산 제1과제”…신율 “충격요법 필요, 전면적 당 해체”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보수 재건을 위해 인적 청산과 함께 정책 노선, 정강, 당헌, 당규의 대폭 수정이 있어야 한다고 진단했다. 박 평론가는 “친박(친박근혜) 인물, 품격없는 사람, 시대착오적 인사들이 너무 많다”며 “인적청산이 제1과제”라고 지적했다. 박 평론가는 “급변하고 있는 외교안보 상황에 맞춰 시대착오적인 정책을 다 뜯어 고쳐야 한다”며 “국방·노동 뿐 아니라 교육까지 모두 싹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박 평론가는 “정강·정책·당헌·당규를 대폭 수정해야 한다”며 “리모델링 수준이 아닌 완전한 해체를 통해 재창당 수준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평론가는 “인적청산을 하고 정책 기조를 바꾸려면 지금의 구성원으로는 어려울 것”이라며 “총체적 결기로 뜻을 모아 다시 새로운 제1야당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제시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정치외교학과)는 “이번 지방선거에서의 참패는 정부·여당이 잘했다기보다는 야당의 무능함과 초조함이 초래한 결과”라고 진단했다. 신 교수는 “중앙당 해체, 비대위 구성, 조기 전대 등은 과거에 다 했던 일”이라며 “이제는 진짜 충격요법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신 교수는 “간판만 바꿔달 것이 아니라 완전히 당을 해체한 후 무소속으로 있는 것이 낫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신 교수는 “무소속일 경우 의장·상임위원장 자리를 모두 포기해야할텐데 그정도의 리스크는 감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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