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투데이 로고
고객 소득 줄여 이자 올린 은행...금감원, 대출금리산정체계 개편키로

고객 소득 줄여 이자 올린 은행...금감원, 대출금리산정체계 개편키로

기사승인 2018. 06. 21. 16:40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톡 링크
  • 주소복사
  • 기사듣기실행 기사듣기중지
  • 글자사이즈
  • 기사프린트
은행들이 대출금리 산정 과정에서 고객의 소득정보를 낮게 입력하거나 담보를 제공했는데도 없다고 입력해 부당하게 이자를 부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금융당국은 ‘대출금리 모범규준’개정을 추진, 은행들의 가산금리 산정체계를 합리적으로 바꾸고 모니터링을 강화할 방침이다. 또 그동안 ‘깜깜이’방식이었던 가산금리 항목들을 일부 공개해 소비자가 자신의 금리산정 내역을 알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지만 금융당국이 내놓은 개선 방안이 미흡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감독원은 국민,기업, 농협, 부산, 시티, 신한, 우리, 하나, SC은행 등 9개 은행의 대출 금리 산정 체계를 점검한 결과, 일부 은행에서 고객에게 부당하게 높은 대출 금리를 부과한 사례를 적발했다고 21일 밝혔다.

은행의 대출금리는 금융채나 CD금리, 코픽스 등을 활용해 시장금리 상황을 반영한 ‘기준금리’와 대출 취급시 업무원가와 각종 리스크 관리비용 등 법적비용과 마진(목표이익률)등으로 구성된 ‘가산금리’로 나뉜다. 가산금리는 매년 1회 내부위원회 심의를 거쳐 정기적으로 산정된다. 이 외에 대출 고객에게 신용카드 개설이나 주거래계좌 등으로 거래 실적을 반영한 ‘우대금리’를 적용하면 최종 대출금리가 나온다.

그러나 실제 은행별로 가산금리 산정방식은 제각각이고 은행들은 그동안 ‘영업비밀’을 이유로 이를 공개하지 않았다.

금감원은 은행의 대출금리는 시장원리에 따라 자율적으로 결정돼야 하지만, 대출금리 산정체계는 합리적이고 투명하게 운영될 필요가 있다고 점검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일부 은행은 수년간 가산금리를 재산정하지 않고, 고정값을 적용하거나 시장상황 변경 등 합리적 근거 없이 인상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목표이익률 산정시 경영목표를 감안해 산정한 이익률에 경영목표와 관계없는 요인을 가산하는 방식으로 불합리하게 산정하거나 내부위원회 심사를 거치지 않고 회계연도 중간에 목표이익률을 인상하는 등 불합리하게 목표이익률을 운용한 사례도 있었다.

한 A은행은 이 외에도 고객의 소득정보를 과소 입력해 부당하게 높은 이자를 산정했으며, B은행의 경우 고객이 담보를 제공했음에도 없다고 입력해 가산금리를 높게 부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은행들은 현재 내부적으로 불합리한 금리 산정 체계로 피해를 본 고객에 환급하는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

오승원 금감원 부원장보는 “환급 조치는 은행의 판단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금감원 내부 프로세스나 규정에 있어서 개별은행명을 알릴 순 없다”며 “소비자 입장에서 (어떤 은행에서 자신이 피해를 봤는지)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는 점에선 반론할 수 없다. 죄송하다”고 해명했다. 금감원은 검사서가 확정된 후 고시가 될 때까지 어떤 은행에서 어떤 규모로 이같은 피해가 입었는지는 밝힐 수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해당 은행들의 불합리한 금리산정이 직원 개인만의 일탈인지, 영업점의 잘못인지에 대해서도 말을 아꼈다. 오 부원장보는 “금감원이 이들 은행을 제재하려면 부당행위 입증과 근거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이부분들을 고의로 볼 것인지, 중과실로 볼 것인지에 대해선 검사와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외에도 C은행의 일부 영업점은 금리산정 전산시스템에서 산정되는 금리를 감안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기업고객에게 적용 가능한 최고금리(13%)를 적용해 과도하게 높은 금리를 부과한 사례도 있었다.

금융위원회와 금감원, 금융연구원, 은행권은 공동 태스크포스(TF)에서 이에 대한 논의를 한 후 개선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앞으로 금감원은 금융소비자가 은행의 금리산정 내역을 정확히 알 수 있도록 대출금리 산정내역서를 제공하고 은행간 비교공시를 강화한다. 신용프리미엄 산정주기를 마련회 최소 연 1회 이상 적정성을 재평가하도록 한다. 그러나 은행의 가산금리 세부 항목이 다 공개되는 것은 아니다. 고객에게 적용되는 우대금리 항목과 최종 금리를 알 수 있도록해 은행간 ‘비교용’으로 정보를 공개하는 수준인 것이다.

사실상 은행들의 금리산정체계가 우대금리가 아닌 ‘가산금리’에서 발생했는데도, 금감원은 부수거래 우대금리 항목을 고객에게 알려주는 방식을 해법으로 제시한 것이다. 특히 이 방식은 이미 일부 은행이 시행하고 있다. 업계가 금감원의 은행 금리산정체계 관련 개선 방안이 미흡하다고 보는 이유다.

이진석 은행감독국장은 “가산금리 세부 항목을 다 공개하면 금융소비자가 합리적으로 더 결정을 잘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회의적으로 본다”며 “차라리 자신에게 적용되는 우대금리가 어떤 경우에 할인받는지 알 수 있도록 하는게 가장 빨리 최적의 은행을 찾아가는 방법이고, 일부 은행에서 시행하던 것을 더 확대하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권창우 일반은행검사국장은 “은행들의 내부통제시스템이 사실상 잘 작동되지 않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후원하기 기사제보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