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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최근 국제유가 등락에서 얻는 시사점

[칼럼] 최근 국제유가 등락에서 얻는 시사점

기사승인 2018. 06. 25.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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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태희
연세대학교 특임교수전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
지난달 국제유가는 반전을 거듭했다. 작년 12월 석유수출국기구(OPEC) 제173차 총회에서 산유국들이 감산합의를 했기 때문에 연초부터 국제유가는 상승세를 탔다. 감산시한을 연말까지 9개월 연장했고, 리비아·나이지리아 등 비OPEC 국가들까지 참여하면서 감산규모도 하루 180만 배럴(OPEC 120만 배럴, 비OPEC 60만 배럴)로 늘어났다. 그 결과 국제유가는 5월초 배럴당 70달러(두바이유 기준)까지 올라갔다.

국제유가가 70달러 선을 회복한 것은 2014년 11월 이후 3년 6개월 만이었다. 소폭 상승하는 국제유가에 급등의 불씨를 제공한 것은 미국이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란 핵협정(JCPOA) 탈퇴(5월8일)와 베네수엘라 채권거래 금지 행정명령(5월20일)을 잇달아 발표했다. 추가 제재시 원유공급차질이 예상되면서 국제유가는 5월27일 배럴당 77.28달러(두바이유 기준)까지 급등했다.

국제유가 상승 압력이 높아지면서 당황한 것은 오히려 산유국들이었다. 세계경제회복과 적당한 감산정책으로 너무 높지도 낮지도 않은 ‘골디락스 존(Goldilocks Zone)’을 유지해왔는데 트럼프 때문에 상황이 복잡하게 되었다. 미국의 對이란, 對베네수엘라 제재가 실행에 옮겨질 경우 하루 90만 배럴 이상 공급차질이 예상된다.

그래서 5월말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개최된 국제경제포럼(SIEF)에서 사우디·러시아·아랍에미리트(UAE) 에너지장관들이 만나 하반기 감산규모 조정 논의를 했다. 미국의 제재로 실제 감산규모가 하루 270만 배럴에 이를 전망이므로 감산규모를 당초 목표인 하루 100만 배럴로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이 소식이 전해지면서 국제유가 상승세는 진정되고 소폭 하락세로 반전된다. 6월22일 개최된 OPEC 제174차 총회는 이러한 논의를 재확인하였다.

이번 사태와 관련하여 몇 가지 시사점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먼저 셰일혁명으로 시장지배력이 약화되었던 전통 산유국들이 재등장했다는 점이다. OPEC의 형님격인 사우디는 글로벌 원유시장에서 아직도 막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다. 공급과잉에 따른 가격급락을 막기 위해 작년부터 비OPEC 국가들과 공조하며 감산정책을 주도해 왔다. 비OPEC 진영은 러시아가 대변인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산유국들의 목표가 가격상승이 아닌 시장안정화에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산유국들이 인식하는 적정유가도 배럴당 70~80달러(두바이유 기준)로 명확해졌다. 이 정도 가격은 수요국의 불만을 키우지 않으면서도 산유국들의 재정 상황을 크게 악화시키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에는 아직도 7000개가 넘는 ‘미완성 유정(DUCs : Drilled but uncompleted wells)’들이 있어서 산유국 입장에서 이들을 자극하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셰일가스가 생존할 수 있는 최저가격이 배럴당 30달러대라면, 거꾸로 신규 물량이 가동되는 가격은 배럴당 70~80달러 선으로 보는 것이다. 단기적으로 국제유가는 이들 가격 사이에서 터널 장세가 지속될 전망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국제유가가 장기적으로 상승세를 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OECD 회원국들이 비축한 원유가 지난 5년 평균보다 재고량이 2000만 배럴 줄어들어 공급과잉은 이미 해소되었다고 한다. 과거 국제문제 해결사를 자처했던 미국이 자국의 이익 챙기기에만 급급해 하는 상황에서 만약 지정학적 리스크가 심화된다면 언제 국제유가가 다시 급등세로 변화할지 모른다.

전체 원유수입의 86%, 가스수입의 21%를 중동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에너지안보가 취약할 수밖에 없다. 정부는 에너지 전환이라는 중차대한 과제를 추진하면서도 국제유가급등 등 비상사태에 항상 대비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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