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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뒷담화]멕시코전 앞두고 차붐 만난 문재인 대통령

[청와대 뒷담화]멕시코전 앞두고 차붐 만난 문재인 대통령

기사승인 2018. 06. 25.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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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3일(현지시간) 러시아 로스토프 아레나 경기장에서 열렸던 한국과 멕시코 간 월드컵 조별예선 경기에 앞서 차범근 전 국가대표 감독을 만나 대화를 나누고 있다. /제공=청와대 트위터
지난 한주간(6월18일~24일) 청와대에서 있었던 주요 뉴스나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정리하는 코너입니다.

◇멕시코전 앞두고 차붐 만난 문재인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1일부터 24일까지 2박 4일간 러시아를 국빈 방문했습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초청으로 이뤄진 이번 러시아 순방은 6·12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이후 열린 첫 정상외교라는 점에서 많은 관심을 모았습니다.

문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을 만나 지난 4월과 5월 열린 두 차례 남북정상회담과 6·12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을 통해 남·북·미가 합의한 한반도 비핵화 조치 이행과 관련해 러시아의 전폭적인 지지를 약속받는 성과를 거뒀습니다. 또한 유라시아 철도 연결 등 남·북·러 3각 경제협력의 길을 활짝 연 것도 이번 러시아 순방에서 거둔 성과로 꼽을 수 있습니다.

‘한반도 비핵화’와 ‘남·북·러 경협’이라는 중차대한 이슈를 논의하기 위한 순방길이었지만, 때마침 방문국가인 러시아에서 월드컵 대회가 진행 중이었던 만큼 문 대통령의 대한민국 대표팀 경기 관람 여부에도 많은 이들의 관심이 쏠렸습니다. 푸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등 공식 일정을 모두 마친 문 대통령은 방러 마지막 날인 23일(현지시간) 오후 모스크바를 떠나 한국과 멕시코의 월드컵 F조 조별예선 2차전이 열리는 로스토프 아레나 경기장이 위치한 러시아 남부 항구도시 로스토프나도누로 이동했습니다.

이곳에서 경기가 열리기를 기다리던 문 대통령은 뜻밖의 손님을 맞았습니다. 우리나라 축구계의 레전드라 불리는 차범근 전 국가대표 감독이 문 대통령을 찾은 것입니다. 청와대가 25일 공개한 러시아 순방 관련 B컷 사진을 보면 이날 문 대통령과 차 전 감독은 두 손을 다정하게 맞잡은 채 대화를 나누고 있습니다.

무슨 이야기를 나눴는지 정확한 대화 내용은 알 수 없지만, 잠시 뒤 열릴 한·멕시코 전을 앞두고 이뤄진 만남이었던 만큼 축구가 주된 대화 소재가 됐을 것으로 보입니다. 차 전 감독이 그동안 한국축구의 발전을 위해 국내 프로축구 활성화가 중요하다는 점을 누차 강조해왔던 점을 감안하면 아마 문 대통령에게 K-리그 경기도 자주 관람해달라는 부탁도 하지 않았을까 하는 추측을 해봅니다.

참고로 문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25일 광주 기아챔스언스필드에서 열린 기아 타이거스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 관람에 앞서 시구를 한 바 있습니다. 한국시리즈 1차전이었던 만큼 많은 야구팬들의 관심 속에 경기가 치러졌지만, 여기에 대통령이 시구에 나섰다는 점도 당시에 큰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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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2일(현지시간) 한·러 정상회담 이후 열린 국빈만찬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제공=청와대 트위터
◇만찬장까지 이어진 한·러 정상간 진지한 대화…‘빅토르 안’ 깜짝등장

정상회담 후 진행되는 국빈만찬은 보통 가벼운 소재를 중심으로 대화를 나누게 마련입니다. 하지만 문 대통령에게는 국빈만찬장도 정상회담의 연장선에서, 오히려 회담에서 나누지 못한 보다 진지한 대화를 할 수 있는 기회로 여겨지는 듯 보입니다.

만찬장에 참석했던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직접 카메라에 담은 한·러 두 정상의 모습은 ‘진지’ 그 자체입니다. 푸틴 대통령 곁에 몸을 바짝 붙이고 눈을 마주치며 대화를 나누는 문 대통령의 모습은 마치 만찬장 헤드테이블 건너편에서 직접 보는 듯한 또다른 현장감이 느껴집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중국을 국빈방문했을 때에도 정상회담이 끝난 후 만찬에 앞서 통역 한사람만을 대동한 채 시진핑 국가주석과 단둘이 오랜 시간 진지한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4월 27일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에서도 우리 측이 준비한 만찬에 앞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보다리 산책을 하며 40여분에 걸쳐 독대회담을 갖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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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빙상 쇼트트랙 국가대표로 활약하다 2014년 소치 겨울올림픽을 앞두고 러시아로 귀화했던 빅토르 안(한국명 안현수) 선수가 만찬장에서 김정숙 여사,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제공=청와대 트위터
한편 이날 만찬장에는 2014년 소치 겨울올림픽을 앞두고 러시아로 귀화했던 빙상 쇼트트랙 스타 빅토르 안(한국명 안현수) 선수도 참석했습니다. 만찬장에 들어선 빅토르 안 선수를 본 푸틴 대통령은 “그동안 잘 지냈냐”며 안부인사를 건넨 후 악수와 포옹으로 안 선수에 대한 애정을 표현했습니다. 자국에서 열린 소치 올림픽에서 러시아 최초의 쇼트트랙 금메달을 안겨준 선수였던 만큼 푸틴 대통령의 애정이 남다를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보면 우리나라와 러시아는 겨울올림픽과 관련해 이런저런 인연이 많습니다. 지난 2월 성공리에 치러진 평창 겨울올림픽은 사실 2014년에 개최될 뻔 했습니다. 2007년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신청서를 제출하며 첫 도전에 나섰던 강원도 평창은 캐나다 뱅쿠버에 밀려 한 차례 좌절을 겪은 후 다시 2014년 겨울올림픽 유치에 재도전했습니다. 두 번째 도전이었던 만큼 당시에는 유치가 유력하다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으나 결국 푸틴 대통령의 강력한 로비력에 밀려 또다시 좌절을 맛봐야만 했습니다.

하지만 평창은 이에 굴하지 않고 또다시 도전에 나섰고 결국 2018년 대회 유치에 성공했습니다. ‘3수’ 끝에 어렵사리 유치한 겨울올림픽이었지만, 문 대통령이 이를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모멘텀으로 적극 활용했고 결과적으로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으로 이어지는 한반도 비핵화 및 평화정착의 길을 여는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 푸틴 대통령 때문에 개최 시기가 4년 뒤로 미뤄진 게 오히려 시기적으로 전화위복이라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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