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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삼성전자를 만들어보자. 그러기 위해서는 은행이 간접투자가 아니라 직접 혁신기업을 찾아 투자하고 지원해야 한다. 리스크를 안더라도 은행과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기업을 찾아 삼성전자처럼 키워야 할 때다.”
최근 우리은행이 혁신성장 기업에 최대 10억원씩 직접 투자에 나선 배경엔 손태승 우리은행장의 주문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손 행장은 ‘글로벌통’으로 미국 등 해외서 영업하면서 JP모건 등 글로벌 투자은행들이 어떻게 벤처기업에 투자하고 성장시키는지를 직접 목격했다. 이에 손 행장은 취임 이후 ‘제2의 삼성전자’를 만들라고 주문했고, 여기에 이동연 부행장이 ‘혁신기업 직접투자 프로젝트’ 밑그림을 그렸다. 올 하반기 우리은행이 100여개의 혁신기업을 선발해 투자하면 은행권에서는 최초의 직접투자 사례가 된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다음달 11일까지 인공지능(AI)·사물인터넷 (IoT)등 발전 가능성이 높은 중소기업 100여곳을 발굴한다. 28일부터 공모로 지원받으며 우리은행의 전 지점에서도 추천받는다. ‘제2의 삼성전자’발굴을 위해 전사적으로 나서는 것이다.
이 프로젝트에는 손 행장의 강력한 주문이 있던 것으로 전해진다. ‘글로벌통’인 손 행장은 해외에 있으면서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글로벌 투자은행들의 벤처기업 투자방식을 눈여겨봐왔다. 최근에는 국내 은행들이 실리콘밸리를 방문해 해외 혁신사례를 찾아 벤치마킹하고 있다. 이에 손 행장은 국내서 아마존과 구글, 삼성전자와 같은 기업이 나오려면 투자처인 은행이 가능성 있는 기업을 잡기 위해 직접 발로 뛸 것을 주문한 것이다.
실제로 우리은행은 삼성전자의 오랜 주거래은행이다. 삼성전자의 첫 출발부터 시작해 현재까지 수십년을 거래해왔다. 보통 기업들은 예적금 및 여신 우대 등의 혜택을 받기 위해 몇 년에 한 번씩이라도 주거래은행을 바꾸는데 삼성전자는 그러지 않았다. 우리은행과 삼성전자의 신뢰를 엿볼수 있는 대목이다. 이 외에도 양사는 ‘삼성페이’에 시중은행중 우리은행 계좌를 제일 먼저 등록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간편결제 서비스 사업도 함께하며 ‘윈윈’하는 모습도 보였다.
우리은행은 투자위원회를 열어 9월초까지 약 100개의 기업을 선정할 계획이다. 한 기업당 투자 계획은 3억~5억원 수준으로 약 350억원을 예산으로 보고 있다. 선정된 기업들은 주식이나 전환사채(CB)·신주인수권부사채(BW)방식으로 우리은행으로부터 자금을 투자받는다. 투자받은 기업은 향후 홍보나 타기업과의 업무협약에 있어서도 ‘우리은행으로부터 투자를 받았다’는 신뢰성을 얻을 수 있어서 좋고, 우리은행은 선제적으로 혁신기업에 투자해 이익을 낼 수 있어 1석 2조다.
이 외에도 우리은행은 해당 기업에 예금·대출금리 우대와 함께 전문 컨설팅, 신사업 파트너 우선 검토 등의 혜택도 지원할 방침이다.
손 행장이 혁신기업 발굴을 주문했다면, 밑그림은 이동연 부행장이 그린 것으로 전해진다. 이 부행장은 은행과 혁신기업이 함께 상생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고, 이들 기업이 원하는 자금 규모와 지원 방식을 연구한 끝에 이번 프로젝트를 내놓게 된 것이다. 이 프로젝트를 끝으로 이 부행장은 중소기업그룹 대신 개인그룹을 맡아 현재는 국내부문과 겸직하고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은행이 혁신기업에 직접 투자하는 것은 처음있는 일”이라며 “리스크가 있더라도 제2의 삼성전자를 만들기 위해 은행 전사적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