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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지하철 제연설비 논란, 엉뚱한 해명 내놓는 서울교통공사

[기자의눈] 지하철 제연설비 논란, 엉뚱한 해명 내놓는 서울교통공사

기사승인 2018. 07. 0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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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투데이 박병일 기자
박병일 사회부 차장
192명의 사망자와 151명의 부상자가 발생한 2003년 대구지하철 화재 참사는 대형 재난사고 중 하나로 또렷이 기억되고 있다. 당시 대부분의 사망원인은 연기로 인한 질식사였다.

지난해 발생한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사고도 마찬가지였다. 이처럼 대부분의 화재는 불 자체 보다 질식으로 인한 피해가 더 크다. 때문에 연기를 제거하는 정상적인 제연설비 운영은 대형 인명피해를 막는 기본 원칙 중 하나다. 수많은 국민이 이용하는 지하철의 제연설비가 제대로 가동되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서울뿐 아니라 국내 모든 지하철 제연설비는 공조설비로 겸용된다. 제연·공조 겸용 설비는 평시에는 신선한 외부 공기를 역사 내부로 들이는 ‘급기팬’이 가동되다가 화재가 발생하면 급기팬은 정지하고 ‘배기팬’이 가동되는 구조다.

하지만 실제로 화재가 발생했을 때 지하철 제연설비가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본지 7월 3일자 보도). 주된 내용은 공조·제연을 겸용하는 지하철 제연설비가 평상 시 지하철 내 공기 공급을 위해 풍량조절장치를 수동으로 고정시켜 화재가 발생하면 제 역할을 못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소방당국의 특별소방점검시 제연설비에 대한 전체적인 가동시험을 하지 않는 점과 지하철에 적용된 소방안전기준이 지하철 역사와 같은 개방된 공간에서는 효과적이지 않다는 문제점도 거론된다.

이런 지적에 서울교통공사는 적극적인 해명에 나섰다. 공사 측은 △제연설비의 압력조절장치는 임의로 고정하지 않고 △소방청 특별점검 시 제연설비 가동테스트를 진행하며 △소방안전기준 관련 층간방화구획은 화재 시 오히려 위험해 제연경계벽과 수막차단벽을 설치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해명은 문제로 제기된 여러 사안과 동떨어진 답들이다.

우선 지하철에 공기유입량을 조절해 주는 볼륨댐퍼는 수동으로 팬을 여닫게 돼 있고, 문제로 지적된 부분은 이 팬이 임의로 고정돼 화재 시 하나하나 수동으로 조작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압력조절장치와는 다른 문제다.

둘째로 소방청은 특별점검 시 제연설비 운영시험을 하지 않는다. 소방청 관계자는 “지하철 소방점검은 지하철 자체적으로 안전점검을 실시하고, 여기서 제출된 보고서를 기반으로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다시 말해 자체소방점검에서 문제로 지적되지 않은 부분은 따로 검사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특별조사담당자들이 제연설비 점검장비를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고, 업체 조사 자료를 근거로 조사를 할 뿐”이라며 “대상이 너무 많아 실제로 제연설비를 작동시켜서 확인하는 것은 힘들다”고 덧붙였다.

공사가 말하는 테스트가 소방 TAB(시험·조정·평가)를 의미하는 것일 수 있지만 TAB는 조건을 지정하고 모든 임의 조작된 장치를 원상태로 돌려 테스트를 진행하는 것으로 실제 화재 시 소방설비의 정상 작동여부를 파악하기 힘들다.

마지막으로 소방안전기준 ‘NFSC501’의 실효성 문제는 방화구획설치 유무가 아니라 기준 자체가 지하철역사 환경이 맞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이 부분은 지난 5월 21일 국회에서 진행된 ‘제연설비 개선을 위한 토론회’에 참석한 소방기술사가 지적했다. 이 기술사는 NFSC 501 기준 적용을 원천적으로 다시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교통공사의 해명은 전문 지식이 필요한 제연설비 분야를 잘 알지 못하는 일반인들이 자신들의 설명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일 것이라고 오판한 결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제연기술 전문 지식 부족에서 나온 답이 아닌지 우려를 살 수 있는 부분이다.

제연기능 개선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지속적인 설비 개선작업에 나서는 공사의 노력은 매우 고무적이다. 하지만 소방관계자·업계에서 지속적으로 지적되고 있는 소방설비 안전 논란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확인과 소방당국과의 현실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점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대형안전사고는 사소하지만 안전을 무시하는 관행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수백만 시민의 생명 및 안전과 관련된 사안에 대해서는 ‘돌다리도 반드시 두들겨 보는’ 자세가 필수임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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