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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뒷담화]‘주 52시간 근무’에 한숨 깊어지는 제약·바이오업계

[취재뒷담화]‘주 52시간 근무’에 한숨 깊어지는 제약·바이오업계

기사승인 2018. 07. 0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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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만간 신약이 출시되면 주말에 있는 학회에 전 직원들이 투입되는데 주 52시간제를 위반하는 것은 아닐지 걱정이 앞섭니다.”

얼마 전에 만난 한 바이오 기업 사장의 하소연입니다. 모두의 기대 속에 주 52시간제가 시행됐지만 제약·바이오업계 종사자들의 표정은 밝지만은 않습니다. 신약 개발을 위해 24시간 동안 랩(연구실)에서 실험을 진행하는데 제도 시행 후 기존 인력을 대체할 전문가를 찾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또 신약이 출시되면 길게는 일주일 간 해외에서 열리는 학회에 참가하게 되는데 공식적인 행사가 끝난 후 진행되는 미팅·리셉션 등에 참석할 경우 근로기준법까지 위반하게 됩니다. 이에 한국제약·바이오협회 또한 지난달 고용노동부에 탄력 근로시간제 단위 기간 확대를 공식적으로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하루에 정해진 의원·종합병원 등을 방문해 의료진들에게 약을 설명하는 영업직 역시 아직 마땅한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한 상태입니다. 종합병원에서 일을 하는 의사와 간호사는 근무시간의 상한선이 없는 ‘특례 직종’이기 때문에 이들을 상대하는 영업직원의 퇴근 시간도 일정치 않습니다.

물론 밤늦게까지 술을 마시며 약을 홍보하는 등의 악습을 바꾸어야 한다는 인식도 강하지만 업무의 가이드라인을 만들기 전에 제도가 시행돼 혼란스럽다는 게 대다수의 반응입니다.

사실 바이오기업들의 인력 부족은 예전부터 있어온 일입니다. 그간 오송·안동 등 바이오 생산공장들이 몰려 있는 지역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서울·수도권에 있는 직장으로의 이직이 잦습니다. 그래서 비교적 도심과 떨어진 생산공장에서는 인력난이 항상 문제였습니다. 또 바이오시밀러·신약을 연구하는 경우 정보유출 관리를 위해서라도 대체인력을 찾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닙니다.

어쩌면 인력들의 대규모 이탈로 이어질지도 모릅니다.

업계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정부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읍니다. 정부 차원에서 국내외 인재 취업설명회를 진행해 인재 유출을 막고, 기업 스스로 유동적으로 근무시간을 조정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은 어떨까요? 아울러 국내 대학 산하 연구소를 활성화해 생명과학·화학 등을 전공한 학부생들이 해외로 유학 가는 것을 줄이고, 국내 기업들과의 연구개발을 분담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저녁이 있는 삶’을 주도하며 유연한 업무 환경을 만들자는 정부의 취지는 좋으나, 좀 더 세심한 조율과 배려가 필요해 보입니다. 주 52시간제 시행이 되레 제약·바이오기업들에게 또 하나의 ‘숙제’가 되지 않기를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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