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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들 “기업대출 늘려라”...총력 대응 주문

은행들 “기업대출 늘려라”...총력 대응 주문

기사승인 2018. 07. 0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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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1분기 4조원대 순이익을 거둔 금융지주 및 은행들이 2분기에도 어김없이 호실적을 기록할 전망이다. 금리 상승기에 접어들며 은행권의 예대마진이 커지고 있고, 금융당국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상반기 가계대출 증가세가 꺾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증권가에선 시중은행들의 상반기 순이익을 7조6000억원에서 많게는 7조8000억원으로 전망한다.

하지만 하반기 실적 전망과 관련해 시중은행권의 표정은 그리 밝지 않다. 일단 새정부 출범 이후 금융당국이 누차 강조한 ‘생산적 금융’과 ‘포용적 금융’에 대한 가시적인 성과를 내놔야 한다는 부담감이 크다. 기존 가계대출 위주의 안정적인 영업으로 수익을 내는 관행은 더이상 지속하기 어려워졌다. 오히려 재무상태보다는 기술력, 미래 가치 등 무형적인 자산을 평가해 가능성 있는 중소기업을 발굴· 지원에 적극 나서야 하는 상황이다.

사실 ‘우량 중소기업 지원’은 말이 쉽지 은행의 입장에선 옥석을 가려내기 여간 곤혹스럽지 않다. 특히 기업 여신을 결정하는 심사 시스템에 무형적 카테고리를 수치화시키기 쉽지 않고 주관적인 요소가 들어가 향후 특혜 대출시비가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중은행들이 하반기 영업전략으로 기업여신 강화를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기업대출 중 중소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80%에 육박하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중소기업 대출 확대가 골자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KEB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6월말 기준 기업 여신 총 잔액은 470조2397억원으로, 이는 전년 말 대비 3.1% 늘어난 규모다. 같은 기간 가계대출이 연평균 8%가량 늘었던 것과 비교해 증가율이 낮은 편이다. 그간 저금리 기조와 부동산 규제 완화로 가계대출 수요는 커진 반면 업황 부진이 장기화되면서 기업 대출수요는 둔화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금융당국이 1500조원에 육박한 과도한 가계대출을 억제하고 기업금융 활성화에 적극 나서자 은행들도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전략을 수정하고 있다. 너도나도 기업대출 확대에 적극 나서고 있는 모습이다.

NH농협은행은 하반기 주요 경영전략 중 하나로 ‘기업여신 확대’를 꼽았다. 이대훈 NH농협은행장은 “올해 하반기는 기업대출 확대에 총력을 다해달라고 직원들에게 주문했다”며 “영업점 핵심성과지표(KPI)에서 기업여신 항목의 배점을 높이는 등의 작업을 이미 상반기 중 마쳤다”고 밝혔다. KPI는 은행 임직원의 성과 및 인센티브를 평가하는 지표로, 여신·수신·비이자 수익 등 은행 영업의 핵심이 되는 항목에 점수를 매겨 승진과 성과급 책정의 기준으로 삼는다. 아울러 지난 4월에는 기업여신 심사시스템의 고도화 작업을 완료하기도 했다.

우리은행도 기업영업을 강화하기 위해 조직 재편에 나섰다. 우리은행은 최근 5년 만에 ‘기업영업지원팀’을 부활시켰다. 2013년 리테일 부문에 집중하기 위해 금융센터로 통합시켰던 기업영업지원팀을 분리해 대기업·중견기업 영업을 담당하는 기업영업본부 소속으로 옮긴다. 기업영업지원팀은 본점을 포함해 종로·여의도 등 11곳에 생길 예정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과거에는 개인영업에 집중하기 위해서 (금융센터와) 통합했지만, 금융 패러다임 변화에 따라 업무 효율성을 키우기 위해 기업영업지원팀을 신설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우량 중소기업은 한정된 가운데 이를 두고 은행간 ‘출혈 경쟁’이 심해질 수 밖에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시장 금리가 오르고 있어 이자 부담은 커지고 있는데 수출 부진 등 국내 경제의 성장률 둔화 여파로 매출이 감소해 기업의 부채상환능력 양극화가 심화될 전망”이라며 “은행들은 중소기업 중 우량한, 재무구조가 건전한 회사를 선별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고, 수익성 대비 경쟁이 심화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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