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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노조와 친박단체, 갈등 끝에 잠시 휴전···불씨는 아직 남아

쌍용차노조와 친박단체, 갈등 끝에 잠시 휴전···불씨는 아직 남아

기사승인 2018. 07. 04.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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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서울 중구 대한문 앞에 설치된 쌍용자동차 고(故) 김주중 조합원의 추모 분향소에 시민이 조문하고 있다. 친박성향 보수단체 회원들의 반대로 원래 설치돼있던 곳보다 10m정도 이동해 현 자리에 분향소를 마련했다. /김지환 기자
숨진 쌍용자동차 노조원의 분향소를 둘러싼 노조와 친박단체 간의 갈등이 이틀째 이어지다 일부분 봉합됐다.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한문 앞에서 금속노조 쌍용자동차 지부와 태극기혁명운동본부(국본)간 갈등이 합의 끝에 잠시 휴전 상태로 돌입했다.

갈등 원인은 장소였다. 두 단체 모두 대한문을 의미 있는 장소라 여겼던 까닭이다.

쌍용자동차지부에 따르면 2009년 정리해고 사태와 관련한 30번째 사망자 고 김주중 조합원을 추모하기 위해 3일 서울 중구 대한문 앞에 분향소를 설치했다.

쌍용자동차지부는 2012년 4월에도 쌍용차 파업 사태 이후 숨진 노조원을 기리기 위해 대한문 앞에 분향소용 천막과 농성용 천막을 설치한 바 있다.

노조 관계자는 “2012년 3월 22번째 조합원의 극단적인 선택이 있었고 이 사태를 막고자 대한문에 설치했다. 이후 사회적으로 많이 알려지면서 사망자가 줄었다”며 “2018년 30번째 조합원의 사망이 나왔고 이를 막아보고자 다시 대한문을 택하게 됐다”고 전했다.

반면, 국본 측 사회를 맡았던 관계자는 “지난 1년 6개월간 대한문 앞에서 매주 집회를 해왔고 박 전 대통령 탄핵 당시 집회를 하기도 했다. 그만큼 이곳은 우리들에게 성지다”며 “그 자리에 노조가 불법적으로 들어와 이를 사수하고자 농성을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찰에 따르면 대한문 앞 장소에 대한 우선 순위는 국본에 있다. 1순위로 신고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행법에는 추모·종교 행사 등의 경우 별도로 집회 신고를 하지 않고도 진행할 수 있도록 돼 있다. 따라서 쌍용자동차 지부는 별도로 신고 없이 대한문에 분향소를 설치할 수 있었다.

또한 1순위를 부여받은 주최 측 인원이 모두 모이지 않아 공간이 확보될 경우 공간 일부를 2순위, 3순위 신고자들이 사용할 수 있게끔 돼있다.

이 같은 원인 때문에 3일 오후 분향소가 설치되며 발생했던 갈등이 4일 오후까지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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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오후 2시께 서울 중구 대한문 앞에 설치된 분향소에서 국본 측 관계자가 쌍용자동차지부를 향해 자극적 발언을 이어가고 안으로 들어가려 하자 경찰이 저지하고 있다./김지환 기자
전날 새벽부터 이어지던 충돌은 오전 들어 소강상태를 보였다. 개별적인 갈등이 있었지만 오후 1시께 쌍용차지부 측이 추모제를 진행하자 격화됐다.

쌍용차지부 측이 추모제를 진행하는 내내 국본은 “시체팔이다” “너희 때문에 종북 빨갱이가 넘친다” 등 자극적인 발언을 이어갔다. 국본 측은 차량을 이용해 ‘종북 빨갱이들은 물러가라’라는 가사의 노래를 틀기도 했다.

추모제가 진행되는 동안 크고 작은 싸움이 계속 이어지며 대립 상황은 극에 달했다.

국본 측의 한 남성이 태극기를 흔들다 봉으로 쌍용차 측의 여성 머리를 쳤고, 여성은 태극기를 뿌리쳤다. 태극기가 떨어지자 국본 측 남성은 크게 흥분해 “태극기 가져간 여자 나와”라고 외치며 경찰의 저지를 뚫고 들어가려 했다. 이에 쌍용차 측은 “방금 가져갔고 그만 좀 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크고 작은 실랑이가 이어지다 양 단체 간에 ‘쌍용차 측의 분향소를 옮기는 것’으로 합의했고 국본 측 관계자가 고 김주중 조합원의 분향소에서 조문을 하며 갈등은 일단락됐다.

윤충열 쌍용자동차지부 수석부지부장은 “평화적으로 해결하고자 경찰 및 국본 측과 협상을 오전부터 계속해 왔다”며 “49제가 진행되는 동안 계속 사용하고 이후 더 진행된다면 이번처럼 미리 국본 측에 동의를 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국본 측 관계자는 합의 이후에도 “불법적으로 들어온 걸 우리가 양보했다”며 “합의 사항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으면 그 때는 어쩔 수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국본 측으로 보이는 남성은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함께 조문을 마치고 나가는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뒷덜미를 잡았고 이를 말리려다 한바탕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날 오후 6시에도 분향소 앞에서 ‘빨갱이’ ‘좌파는 물러가라’라는 외침이 이어져 갈등은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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