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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 리스트 신고, 시간표 설정’ vs ‘단계적 동시행동 원칙, 종전선언’ 충돌

‘핵 리스트 신고, 시간표 설정’ vs ‘단계적 동시행동 원칙, 종전선언’ 충돌

기사승인 2018. 07. 08.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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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핵화 평양 북미 고위급 회담, 돌파구 마련에 실패, 실무급 회담으로 장기화 조짐
폼페이오-김영철 "분명히 해야 할 것 있다" 응수
미 언론 "협상 운명 의문에 빠졌다"...전무가 "북, 미국식 비핵화 의도 의문"
North Korea US Pompeo
1박2일 일정의 북한 평양 방문을 마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이 7일 오후 평양 순안국제공항을 출발하기에 앞서 카운터파트인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 부위원장과 악수를 하고 있다. 리용호 북 외무상도 전날 오후 영접 때와 마찬가지로 배웅장에 나왔다./사진=평양 AP=연합뉴스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이후 처음 열린 북·미 고위급 회담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Complete Denuclearization)’를 위한 돌파구 마련에 실패했다.

미국 측은 조속히 ‘비핵화 시간표’를 마련하고 핵신고·검증 절차에 착수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북한은 ‘단계적 동시행동’ 원칙을 강조하며 반발했다.

북·미는 입장 차이에도 불구 6·12 북미정상회담의 후속조치로 한국전 참전 미군 유해의 송환 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오는 12일 판문점에서 회담을 열기로 합의하고, 북한 동창리 미사일 엔진실험장 폐쇄 방법 등을 논의하기 위한 실무급 회담을 조만간 개최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향후 북·미 비핵화 후속 협상이 워킹그룹을 중심으로 진행되면서 장기화할 것으로 보인다.

국가이익센터의 해리 카지아니스 국방연구국장은 이와 관련, “일종의 돌파구를 기대했지만 북·미는 단지 대화를 계속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Pompeo US North Korea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과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7일 오전 북한 평양에서 2차 회담에 앞서 악수를 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폼페이오 장관과 김영철 부위원장은 “분명히 해야 할 것이 있다”고 응수했다./사진=평양 AP=연합뉴스
이번 협상의 분위기는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 부위원장이 7일 오전 이틀째 회담 시작에 앞서 “분명히 해야 할 것들이 있다”고 말하고, 이에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이 “나 역시 분명히 해야 할 것들이 있다”고 응수한 것에서 드러났다.

미국 측은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를 위한 ‘핵·미사일 및 시설 신고’와 시간표(timeline) 설정을 요구했고, 북한 측은 CVID에 반발하면서 ‘단계적 동시 행동 원칙’에 따른 비핵화와 종전선언 문제를 집중 거론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오후 평양 순안국제공항에서 ‘비핵화 시간표, 대량파괴무기 및 미사일 시설 신고에서 의견 접근을 이뤘느냐’는 질문에 “대화 내용을 자세히 말하지는 않겠지만 우리는 그 두 가지에 관해 얘기하는 데 많은 시간(a good deal of time)을 할애했다”고 말했다.

헤더 나워트 미 국무부 대변인도 “이번 회담에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북한 체제 안전보장, 미군 유해송환 등에 관해 논의했고, 세 가지 목표에 대해 폼페이오 장관은 매우 확고하다”며 “CVID에 대한 우리의 입장도 변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북한 외무성은 회담 후 발표한 대변인 담화에서 “단계적으로 동시 행동 원칙에서 풀 수 있는 문제부터 하나씩 풀어나가는 것이 조선반도 비핵화 실현의 가장 빠른 지름길”며 “미국 측은 싱가포르 수뇌 상봉과 회담의 정신에 배치되게 CVID요, 신고요, 검증이요 하면서 일방적이고 강도적인 비핵화 요구 만을 들고 나왔다”고 비난했다.

아울러 외무성은 “(미국은) 정세악화와 전쟁을 방지하기 위한 기본문제인 조선반도 평화체제 구축문제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고, 이미 합의된 종전선언 문제까지 이러저러한 조건과 구실을 대면서 멀리 뒤로 미루어 놓으려는 입장을 취했다”고 지적했다.

김영철 폼페이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오른쪽)이 북·미 고위급 회담 이틀째인 7일(현지시간)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과 함께 북한 평양의 백화원 영빈관에 마련된 오찬장에 도착, 안내를 받고 있다./사진=평양 AP=연합뉴스
미 유력지 뉴욕타임스(NYT)는 북한의 유감 표명이 폼페이오 장관보다 확실히 덜 낙관적이었고, 폼페이오 장관의 세 번째 방북이 “가장 덜 생산적이었다”고 평가했다.

폼페이오 장관이 “우리는 거의 모든 핵심 이슈에 대해 진전을 이뤘다”며 “생산적이고 선의의 회담이었다”고 한 것을 반박한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북·미의 설명이 충돌하면서 핵 협상이 균형을 잃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협상의 운명이 의문에 빠졌다”고 했고, 미 CNN 방송은 “북한이 협상에 찬물을 끼얹었다”고 보도했다.

특히 북한이 CVID에 대한 언급은 회피하면서 “우리의 비핵화 의지가 흔들릴 수 있는 위험한 국면에 직면하게 되었다”고 강조한 것은 북한이 실제 ‘완전한 비핵화’라는 목표에 동의하지 않고, 워킹그룹을 통한 체제보장과 경제제재 완화 및 경제협력 등을 요구하면서 사실상 ‘핵보유국으로서의 지위’를 확보하려한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에 설득력을 더한다.

에번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 수석부차관보는 워싱턴포스트(WP) “평양에서의 협상이 잘 안 된 것이 확실하다”며 “북한은 미국이 원하는 방식의 비핵화 의도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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