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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①] “직원 사명감이 현대상선의 희망”…8600TEU급 브레이브호 승선체험기

[르포①] “직원 사명감이 현대상선의 희망”…8600TEU급 브레이브호 승선체험기

기사승인 2018. 07. 0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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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장 등 "2만3000TEU 배오면 회사 위해 할 일 많을 것" 소명의식
선원 대부분 해양대 등 엘리트 교육 받은 인재, 매뉴얼 준수 '엄격'
"친환경 선박 강조 시대흐름이 우리에겐 기회" 한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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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테이너를 선적한 뒤 광양항 출항을 기다리고 있는 브레이브호./사진=김민석 기자
“2020년이 되면 2만 3000TEU(TEU:배에 실을 수 있는 컨테이너 개수) 배가 들어옵니다. 그러면 회사를 위해 제가 해야 할 일이 많지 않겠습니까?”

광양항 출항을 위해 브레이브호에 탑승한 도선사가 박상영 브레이브호 선장에게 “도선사 시험을 보았느냐”고 질문하자 박 선장은 아직 회사를 위해 할 일이 남았다며 도선사보다는 선장으로 일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실제 일정 경력을 채운 선장은 시험을 통해 도선사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도선사는 현대상선 등 회사에 소속되기보다 프리랜서로 일하는 경우가 많아 선장직을 퇴직한 뒤 일하는 경우가 많다.

도선사가 되면 선박의 입출항만을 진두지휘하기 때문에 몇 달씩 배를 탈 필요가 없으며 월 3000만원 정도 받는다. 하지만 박 선장은 회사가 재도약을 꿈꾸며 대형 컨테이너선을 들여오는 상황에서 자리를 비울 수 없다는 사명감을 표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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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00TEU 브레이브호에 컨테이너가 선적되는 모습. TEU는 컨테이너 대수를 의미하는 단위로 8600TEU는 8600개의 컨테이너를 실을 수 있다는 의미다./사진=김민석 기자
지난달 28일부터 29일까지 본지 기자가 현대상선의 8600TEU급 컨테이너선 브레이브호의 ‘광양-부산’ 구간에 탑승해 선장을 비롯한 선원을 인터뷰하고 컨테이너 상하차 작업 등을 취재했다.

박 선장의 선내 말과 행동에는 8600TEU급 현대상선의 배를 책임지는 선장으로서의 자부심이 묻어났다. 항상 배안에서 제복 혹은 깨끗이 세탁된 작업복과 안전모를 쓰고 꼿꼿한 자세로 업무에 임했던 그는 기자에게 “횟수로 33년째 배를 타고 있다. 이 정도면 정신에 이상이 있는 것 아니냐?”며 장난 섞인 말로 승선 생활의 어려움을 에둘러 표현했다.

하지만 현대상선 발전방안에 대해 묻자 진지하게 “우리 현대상선은 국적사로서 대한민국을 대표한다”며 “향후 대형선박과 친환경 선박이 들어오는 만큼 2020년 이후 더욱 성장할 것”이라며 설명했다. 이어 “현재 선박의 항해 속도를 경제적으로 유지하고 항구에서 짐을 내리고 싣는 시간을 줄여나가는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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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영 브레이브호 선장이 선박내 의무실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모습. 박 선장은 선내 안내를 진행하면서 선원의 안전을 강조했다. 그가 가장 먼저 소개한 배의 시설도 의무실이었다./사진=김민석 기자
선장 외 다른 크루(사관)들 역시 해양대 등을 졸업한, 선박과 해운에 대해 잘 교육된 인원들이었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본사나 사측의 직접적인 시야 밖인 배에서 일함에도 현대상선이 마련한 매뉴얼대로 운항을 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예를 들어 배에서 화재가 발생할 경우 우선 소화기를 이용하고 그 후 해수를 이용한 화재진압 시도, 최후의 수단으로 이산화탄소를 이용해 불을 끄는 것이 매뉴얼인데 기자가 각기 다른 선원들에 화재 진압 순서와 방법에 대해 묻자 같은 설명을 내놓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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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박 정비용 도구가 매뉴얼대로 정비되어 있는 모습. 최양수 1기관사는 “출항을 하고 아무리 바쁜 때에도 정비도구는 매뉴얼대로 제자리에 두어야 한다”며 “작은 실수로 정비 도구를 잃어버릴 경우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사진=김민석 기자
또한 항해 중 선장을 포함한 항해사들이 자리에 앉지 않고 몇 시간씩 서서 항해를 진행하는 모습도 매뉴얼 그대로였다. 운항을 총괄하는 선교에는 선원들을 위한 의자조차 없었다. 현대상선은 선장과 항해사들이 자리에 앉을 경우 자칫 졸거나 부주의해질 수 있어 항해 중 착석을 금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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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장과 항해사들이 항해 중 머무르는 선교(브릿지)의 모습. 장시간 운항에도 매뉴얼대로 선장과 항해사들은 자리에 앉지 않는다. 자리에 앉을 경우 자칫 졸거나 부주의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사진=김민석 기자
최양수 1기관사는 “배에서는 작은 실수가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 매뉴얼을 더욱 꼼꼼히 공부하고 (매뉴얼) 그대로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글로벌 선사 중 우리 현대상선의 매뉴얼이 가장 엄격한 것으로 알고 있다. 내가 잠깐 실수하면 고객의 소중한 화물과 인명에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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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이브호의 석식. 선원들의 활동량이 많은만큼 고기 등 고 칼로리 식단이 제공된다. 바다를 항해하지만 낚시등이 어려워 생선 등 해산물은 먹기 어렵다. 브레이브호는 선원 당 하루 약 13달러의 식비를 책정해 식사를 준비한다. 다만 고기 등 여러 식자재는 면세로 구입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캔 맥주 330㎖를 면세로 500원에 구입해 배에 선적한다./사진=김민석 기자
특히 현대상선 직원들은 수년간 연봉이 사실상 동결되다시피 한 상황에서도 현대상선에 대한 애정을 버리지 않았으며 현 상황을 ‘위기’로 보기보다 ‘기회’로 여기고 있었다.

배에서 만난 한 직원은 “머스크 등 대형 선사에 비해 선복량에서 밀리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오히려 선복량이 작기 때문에) 다른 회사에 비해 스크러버 장착과 신규 선박 취항 등 친환경성에서 향후 장점을 보일 수 있고 이것이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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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박의 청정기의 모습. 청정기는 선박 연료유를 정화해 엔진에 공급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사진=김민석 기자
현재 국제해사기구(IMO)가 2020년부터 선박에서 사용하는 연료유 내 황 함량 기준을 현행 3.5%에서 0.5%로 강화하는 등 여러 선진국은 자국 항구에 정박하는 선박의 환경오염을 규제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직원들은 이 같은 규제가 오히려 현대상선에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 현대상선은 최근 1만 1000TEU급 컨테이너선 ‘HMM Promise’호에 엔진에서 배출되는 황산화물(SOx)를 제거·정화하는 스크러버를 탑재하는 등 친환경 운행을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2020년 이후 들어오는 2만 3000TEU급 선박들 역시 친환경성을 고려해 스크러버를 탑재하거나 LNG선으로 제작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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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신항에서 브레이브호에서 내린 화물이 적재장으로 이동하고 있는 모습. 흰 컨테이너는 냉동화물 컨테이너로 현대상선은 다른 화물과 구별하기 위해 냉동화물 컨테이너의 도색을 흰색으로 한다./사진=김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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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신항에 입항한 브레이브호의 모습. 선장이 운항시 머무르는 선교에서 찍은 사진으로 선내에 컨테이너가 가득하다. 빠르게 물건을 화주에 전달하는 것이 중요한 만큼 컨테이너를 빠르게 싣고 내리는 것도 컨테이너선의 주요 업무다./사진=김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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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양항에서 브레이브호에 컨테이너 화물이 선적되고 있는 모습./사진=김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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