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원유 생산업체들이 미·중 무역전쟁의 장기화 조짐에 따라 중국이 아닌 인도로 수출 물량을 돌릴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블룸버그 통신은 7일(현지시간) 중국이 미국산 원유에 관세를 매겨 미국 원유업계의 중국 수출길을 사실상 막을 수도 있다면서 “이럴 경우 미 원유기업들은 인도에서 활로를 찾을 수 것”이라고 보도했다.
중국은 지난 6일 미국의 중국산 고율 관세 부과에 대해 농산물과 자동차를 주축으로 한 보복 관세로 대응했다. 원유는 관세 대상에 포함하지 않았다.
하지만 앞으로 무역전쟁 상황이 격화된다면 중국은 원유 수입 등에도 ‘관세 폭탄’을 투하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글로벌 투자 리서치 업체인 모닝스타의 샌디 필든 원자재·에너지 연구팀장은 “중국 정부가 미국산 원유에 관세를 부과한다면 중국 정유업체들은 미국산을 수입하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 원유 판매업체들은 대안을 찾아 나서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블룸버그 통신은 미국산 원유의 최대 수입국인 중국을 대신할 국가 중 하나로 인도를 꼽았다.
원유 수입 의존도가 높은 인도는 이미 미국산 수입을 늘리고 있다. 지난 5월 미국산 수입량은 470만배럴을 기록했다. 전달 대비 9배 증가한 규모다.
미국이 원유 수출길을 인도로 틀면 이란산을 대체하는 효과도 거둘 수 있다.
미국 정부 관료들은 현재 대이란 제재와 관련해 유럽과 아시아 동맹국·중국 등에 이란산 원유 수입 중단을 촉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도 예외는 아니다. 인도는 중국 다음으로 이란산 원유를 많이 수입하는 나라다.
인도는 공식적으로는 미국의 대이란 독자 제재에 동참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물밑으로는 이란산 원유 수입 중단을 심각하게 고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인도가 미국산 원유 수입을 늘려도 이란산을 모두 대체하기는 쉽지 않으리라는 의견도 나온다. 인도 정유시설은 대부분 고유황 중유(重油)에 맞춰 설계돼 있는데, 미국이 최근 수출을 늘리고 있는 셰일 오일은 저유황 경유(輕油)이기 때문이다.
필든 팀장은 “셰일 오일은 이란산 원유의 대안이 될 수 없다”며 “인도 정유업체가 중국으로 향하던 미국산 원유를 모두 수입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많은 양을 들여와도 그 원유를 처리할 여건이 안 되기 때문이라고 그는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