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투데이 로고
[인터뷰]깜깜이 도매시장 커튼 연 모영일 대표, ‘도매매’로 지앤지커머스 2막 연다

[인터뷰]깜깜이 도매시장 커튼 연 모영일 대표, ‘도매매’로 지앤지커머스 2막 연다

기사승인 2018. 07. 12. 13:12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톡 링크
  • 주소복사
  • 기사듣기실행 기사듣기중지
  • 글자사이즈
  • 기사프린트
20180711_151243
모영일 지앤지커머스 대표./제공=지앤지커머스
“준비과정이요?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 아니라니까요(웃음). 무역쪽 일도 했고, 쇼핑몰도 운영해봤고 그러니까 도매꾹을 만들었죠.”

처절한 실패와 씁쓸한 눈물, 화려한 도약은 드라마에서나 시청률을 위한 필수요소일 뿐. 비즈니스의 퀸오브퀸은 굴곡없는 우상향이다. 특히 기반이 약해 작은 외압에도 사라질 수 있는 신생기업들에게는 더욱 그렇다. 이 모델의 좋은 예가 있다. 바로 16년간 흔들림없이 시장 1위를 유지해 온 기업 간 거래(B2B) 오픈마켓 1위 ‘도매꾹’.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신사옥에서 여느 직원들처럼 섞여있는 모영일 지앤지커머스 대표를 만났다.

지앤지커머스는 지난해 거래액 약 1500억원, 매출액 130억원, 매출이익 81억원을 기록한 도매꾹을 운영하고 있다. 탄탄한 수익구조를 넘어 이 회사의 진또배기는 현금박치기, 직거래 등 각종 술수가 난무한 도매시장을 양성화했다는 것에 있다.

춘향이가 살았던 남원 출신인 모영일 대표는 전북에서 대학까지 마치고 서울에 둥지를 틀었다. 그의 첫 수식어는 이름부터 화려한 ‘삼성맨’. 모 대표는 삼성SDS·삼성생명에 1년정도 머물렀다. 왜 1년일까. 그는 “무역이 너무 하고싶어서”라고 답했다.

“무역이 너무 하고 싶은 거에요. 근데 영어를 못하면 무역을 할 수가 없잖아요. 별 수 있었겠어요,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죠.”

2년 반의 유학생활을 마친 모 대표는 정말 무역맨으로 뛰었다. 1994년부터 또 다시 2년 반 동안 국내 무역회사에서 일을 했다. 꿈에 그리던 무역일을 하던 그에게 변화는 ‘인터넷’의 태동과 함께 찾아왔다.

“90년대 말에 인터넷이 조금씩 보급되면서 일종의 가능성을 본 거죠. 97년 말부터는 완전히 온라인쪽으로 사업방향을 완전히 전향했어요. 물론 시행착오도 있었죠. 2000년 즈음에 는 쇼핑몰 프로그램을 제작했다가 접었고, 아예 덤핑상품 같은 걸 취급하는 쇼핑몰 운영도 해봤죠.”

모 대표에게 이 시기는 ‘실패’보다는 ‘시행착오’로 남는다. 사업운영의 노하우도 부족했을 수 있지만 인터넷 보급 자체가 더뎠던 국내 상황도 영향을 미쳤다는 판단에서다.

“사업 모델 자체가 시기상조였던 것 같아요. 하지만 온라인 쪽으로 자꾸 파다보니, 오픈마켓을 운영할 수 있는 역량이 생긴거죠. 원래는 B2C쪽 사업을 하고 싶었는데 옥션, 인터파크가 선점했으니 그걸 피해 저는 도매쪽으로 시도해야겠다 했어요.”
222
모영일 지앤지커머스 대표./제공=지앤지커머스
당시 도매시장은 그야말로 깜깜이. 그들을 한데 모을 수 있는 ‘장터’가 부재했다. 수백 수천의 유통상들은 제각각 자신의 머릿속 혹은 수첩에 기록된 인프라를 기반으로 움직였다. 정보가 귀한 시대였다.

“그 때 당시는 오프라인 성향이 굉장히 강했죠. 유통을 하면 쉽게 말해 그 바닥에서 좀 놀았다는 사람의 급여가 정말 쎘어요. 그 (유통)인프라가 자기 머릿속에 있거든요. 그러다보니 서로 자기 노하우를 보존하려고 온라인상으로 정보를 노출할 리가 없죠. 이 부분을 온라인으로 가져오고 싶었어요.”

시작은 ‘나까마’(仲間)였다. 일본어로는 가까운 동료를 의미하지만, 국내에서 이 단어는 유통상으로 통한다. 중개인·중간상보다 업계에서는 더 자주 쓰이고 또 친숙한 단어다. 모 대표는 나까마라는 사이트를 만들고 커뮤니티 형식으로 운영했다. 일단 사람이 모이기를 기다렸다.

“처음에는 게시판 형식으로 시작했어요. 여기저기서 모인 사람들이 도매·유통에 대한 정보를 주고 받았죠. 시간이 지나면서 물건을 올리기 시작했어요. 쇼핑몰처럼 바뀐거죠. 이게 바로 제가 의도했던 거였어요.”

정보가 귀했던 만큼 정보가 오가자 사람이 모였다. 2001년 11월 도매꾹의 베타버전을 출시한 모 대표는 이듬해 1월 1일 정식 오픈을 단행했다. 현재 도매꾹의 유저는 200만명에 달한다. 통상 30% 마진이 관례였던 시장에서 도매꾹은 6%의 수수료만을 받고 거래를 중개한다. 전문 상인뿐 아니라 학과 행사를 준비하는 대학생, 유치원, 한의원, 약국 도매꾹의 고객들은 곳곳에 산재되어 있다. 눈뜨고 당한다는 온라인 중고매장과 달리, 거래에서 생기는 사고확률은 제로다. 구매자가 물품을 받았다는 확정을 해야만 판매자는 대금을 받는 구조여서다.

걸어온 길이 완만했듯 모 대표는 향후 사업운영에서 비약보다는 확장에 초점을 둔다. 대중화되지 않은 또 다른 시장을 열어간다는 계획이다. 그 열쇠는 ‘전문셀러’ 육성을 바탕으로 한 도매매의 대중화다.

“마켓플레이스인 도매꾹은 사람과 사람이 만나 직접 거래를 하지만, 도매매는 소비자와 판매자 사이에 전문셀러가 끼는 거죠. 판매자가 상품을 진열하면 전문셀러들은 각자의 역량을 발휘해 오픈마켓에 제품을 팔아요. 무일푼인 사람도 돈을 벌 수 있는 거죠.”

해외에서는 이미 드랍쇼핑(drop shopping)으로 불리며 퍼지고 있는 이 시장의 활성화를 위해 모 대표는 직접 전문셀러를 양성한다. 지난해 12월부터 매달 20명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교육과정은 현재 14기까지 300여명의 전문셀러를 배출했다.

“부가세·소득세 등 세금이 잡히지 않는 거래가 아직까지 도매·유통 시장의 99%를 차지해요. 15조나 되는 시장에서 이들을 완전히 양성화 시킬 수는 없겠지만, 도매꾹은 거래액을 늘려 차츰 영역을 확장해나갈거에요. 2022년까지 거래액 1조 꼭 달성하겠습니다.”
후원하기 기사제보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