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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선계(仙界)에 들어 여름을 즐기다...물 맑고 숲 우거진 계곡 4선

[여행] 선계(仙界)에 들어 여름을 즐기다...물 맑고 숲 우거진 계곡 4선

기사승인 2018. 07. 17.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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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덕산계곡
물이 맑고 녹음이 짙은 덕산계곡. 장안산을 타고 흐르는 계곡을 따라 산책로가 잘 갖춰져 있고 중간중간 탁족을 즐길 수 있는 곳이 있다. 물소리, 새소리를 들으며 걷다가 맑고 시원한 물에 발을 담그면 속세의 시름이 절로 잊힌다.


계곡은 우아한 멋이 있다. 옛 선비들은 계곡을 찾아 풍류를 즐겼다. 너럭 바위에 앉아 차가운 물에 발을 담그면 몸이 시원 해지고 마음은 상쾌해진다. 계곡에는 또 자연의 소리가 있다. 바위를 타고 흐르는 물소리, 계절을 찬양하는 새소리, 어깨를 툭 치고 지나는 바람소리… 이것들에 귀를 귀울이면 세속의 시름은 남의 얘기다. 인파에 북적이일 때도 가만히 살펴보면 계곡의 운치는 어딜 가지 않는다.

◇ 전북 장수 덕산계곡

덕산계곡은 전북 장수읍, 계남면, 번안면에 우뚝 솟은 장안산(1237m)을 타고 흐른다. 장안산에는 크고 작은 계곡들이 많은데 멋지고 화려하기로 따지면 이 만한 계곡이 없다. 사람들은 주로 장안산(군립공원) 관리사무소에서 출발해 ‘아랫용소(龍沼)’까지 갔다가 되돌아나온다. 편도 약 1.4km로 20분쯤 걷는 구간이다. 일부는 아랫용소에서 임도를 따라 계곡 하류인 방화동 가족휴가촌(방화동 관리사무소)까지 간다. 편도 약 5km 구간으로 1시간쯤 걸으면 완주할 수 있다.

장수의 평균 해발 고도가 400~500m다. 그 만큼 산과 골이 깊다. 덕산계곡도 그렇다. 들머리부터 물소리가 장쾌하고 수풀이 우거지고 녹음도 짙다. 계곡을 따라 산책로도 잘 조성돼 있다. 사위는 촉촉하고 아늑하다. 바위마다, 돌멩이마다 솔이끼, 우산이끼가 초록융단처럼 깔렸다. 흙길 지나고 나무다리 건너며 계곡을 탐하다가 적당한 바위에 앉아 탁족을 즐기면 신선놀음이 따로 없다. 더위는 잊히고 한여름에도 냉기가 온몸을 감싼다.

‘윗용소’와 ‘아랫용소’는 꼭 찾아본다. 크고 너른 윗용소에서는 겹겹이 늘어선 고봉들을 배경으로 층층이 떨어지는 물길이 볼만하다. 산책로에서 위쪽 물가까지 내려갈 수 있다. 여기서 다시 5분 쯤 더 가면 ‘아랫용소’다. 웅장한 암벽 가운데로 물줄기가 장쾌하게 떨어진다. 영화 ‘남부군’에서 500명의 빨치산들이 목욕하던 장면을 이 곳에서 촬영했다.

용소는 전설 한 자락을 걸쳤다. 아빠 용, 엄마 용, 아들 용이 이 계곡에 살았다. 아빠 용은 윗용소에 머물다가 승천했다. 엄마와 아들 용은 아랫용소에 살았는데 사람들이 아랫용소 암벽에 글씨를 새기려고 나무를 베 소를 메우는 바람에 이들은 하늘로 올라가지 못했다. 화가 난 용이 해마다 한 사람씩 해코지를 했는데 이를 달래려고 사람들은 1년에 한번씩 여기서 제를 지냈단다.

계곡과 나란히 가는 길은 방화동 가족휴가촌까지 이어진다. 물소리 들으며 트레킹 즐기기에도 딱 좋은 길이다. 방화동 가족휴가촌은 장수군이 1988년 국내 최초로 조성해 운영 중인 가족단위 휴양지다. 산과 물을 끼고 오토캠핑장과 자연휴양림(삼림욕장)을 비롯해 물놀이장, 잔디밭, 지압로 등이 갖춰져 있다.
 

여행/ 무릉계곡 쌍폭
두타산 무릉계곡의 백미 ‘쌍폭’. 날을 세운 벼랑을 타고 양쪽에서 우레와 같은 소리를 내며 떨어지는 물줄기가 장쾌하고 시원하다.
여행/ 무릉계곡
무릉계곡 들머리에는 너럭바위가 지천이다. 신선들이 놀던 ‘대청마루’ 같다.


◇ 강원 두타산 무릉계곡

강원도 동해 두타산(1353m)에 무릉계곡이 있다. 이름 참 멋지다. 중국 시인 도연명이 그리워한, 번잡한 속세를 벗어난 이상향의 세계가 바로 무릉(武陵)이다. 도연명은 인간이 결코 무릉을 찾을 수 없다고 했다. 그러나 무릉계곡에 들면 ‘무릉’이 현실에 있음을 알게 된다.

두타산의 백두대간의 주봉을 이루는 만큼 산세가 험하다. 그러나 계곡을 따라 학소대, 쌍폭포, 용추폭포까지 왕복하는 약 2시간 코스는 초행자라도 쉽게 완주할 수 있다.

계곡을 따라 가면 볼거리도 많다. 계곡 들머리에는 넓고 평평한 바위들이 지천이다. 특히 1000여명의 사람들이 동시에 앉을 수 있다는 ‘무릉반석’이 앞권이다. 신선세상과 인간세상 중간에 위치한 ‘대청마루’가 여기 있었다. 사람들은 이곳에서 삼삼오오 모여 앉아 담소를 나누고 요기를 하며 더위를 식힌다. 물은 암반 곳곳을 타고 흐른다. 너른 바위에 앉아 흐르는 물 소리를 들으면 고단한 일상에서 벗어났음을 실감한다. 조선 4대 명필로 꼽히는 봉래 양사언은 이곳 정취에 반해 ‘번뇌조차 먼지처럼 사라져버린 골짝’이라는 글을 바위에 새겻다. 생육신 김시습 등 숱한 시인묵객들의 흔적이 바위에 오롯이 남아있다. 계곡은 철조노사나불좌상이 유명한 삼화사, 신선이 타고 다닌 학이 둥지를 틀었다고 전하는 학소대를 지난다.

계곡의 백미는 쌍폭포와 용추폭포다. 쌍폭포는 이름처럼 두 개의 폭포가 한 곳으로 떨어지는 형태의 폭포다. 두타산을 타고 흐른 물줄기가 날을 세운 벼랑을 타고 우레와 같은 소리로 양쪽에서 떨어지는데 장관이다. 웅장한 물소리를 듣고 있으면 속세의 잡념이 단번에 사라진다. 쌍폭포에서 상류로 5분만 오르면 용추폭포다. 용이 몸을 비비고 승천한 곳으로 전하는데 폭포의 자태가 날카로우면서도 부드럽고, 단아하면서도 위엄을 갖췄다.
 

여행/ 송계계곡
접근하기 수월하고 탁족하기에도 편한 송계계곡.


◇ 충북 제천 송계계곡

충북 제천·충주·단양에 걸쳐 있는, 그 유명한 월악산(1097m)을 타고 흐르는 계곡이 송계계곡이다. 제천 쪽 월악산에서 유명한 계곡은 한수면의 송계계곡과 덕산면 용하구곡 등이다. 이 가운데서 송계계곡은 군데군데 야영장이 잘 갖춰져 있는데다 계곡을 따라 도로가 함께 달려서 접근하기 좋고 물놀이를 하기에도 편하다. 야영장마다 주변에 소나무가 참 많다.

송계계곡에는 ‘송계 8경’이 있다. 계곡에 부려진 8곳의 경승지를 일컫는다. 이 가운데 와룡대는 꼭 찾아본다. ‘용이 누워있는 곳’쯤으로 풀이되는 큰 소다. 용이 승천한 곳이라고 해 ‘용소’라고도 하는데, 웅장한 바위와 맑고 깊은 소가 압권이다. 바위 아래로 떨어지는 물소리에 마음까지 꽁꽁 얼어버릴지도 모른다. 물에 안 들어가도 시원하다. 도로 따라 가면 만날 수 있다. 와룡교 부근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데크에 서면 와룡대를 제대로 볼 수 있다.

송계계곡에서는 고찰 덕주사가 가깝다. 함께 들러도 알찬 여행이 된다. 덕주사는 높이가 16m에 달하는 덕주사마애여래입상이 유명하다. 덕주사에서 영봉 방향 등산로를 따라 1.6km쯤 산을 오르면 만날 수 있다. 산길 따라 쉬엄쉬엄 올라가면 큰 바위에 새긴 독특한 부처가 느닷없이 등장한다.
 

여행/ 대원사계곡
골이 깊어 갈수기에도 물이 마르지 않는다는 대원사계곡은 산청 사람들이 추천하는 탁족 명소다.


◇ 경남 산청 대원사계곡

지리산에는 크고 작은 계곡들이 실핏줄처럼 뻗어있다. 경남 산청 삼장면 유평리 일대의 대원사계곡은 산청 사람들이 ‘최고’로 꼽는 계곡이다. 지리산 천왕봉에서 시작해 중봉과 하봉을 거쳐 약 12km에 걸쳐 있다. 산청 사람들은 “계곡이 깊지만 옆으로 도로가 잘 나 있는데다 갈수기에도 물이 많아 가족단위로 탁족을 즐기기에 이만한 곳이 없다”고 자랑한다.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를 쓴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은 대원사계곡을 ‘남한 제일의 탁족처’로 꼽기도 했다.

탁족 포인트를 꼽아보면 비구니사찰로 유명한 대원사 인근, 유평마을 주변, 계곡 끝머리의 아랫새재, 윗새재마을 부근 등이다. 또 계곡 들머리에는 야영장이 마련돼 있어 계곡에서의 하룻밤도 가능하다.

산청에는 대원사계곡 말고도 운치있는 계곡이 많다. 이 가운데 내원사계곡, 백운계곡, 거림계곡 등이 현지인들이 추천하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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