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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장 “최저임금 불복, ‘반역’ 아닌 ‘생존 위한 저항’”

[인터뷰]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장 “최저임금 불복, ‘반역’ 아닌 ‘생존 위한 저항’”

기사승인 2018. 07. 18.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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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10.9% 인상, 지급 능력 떨어지는 생계형 소상공인 절벽에서 떨어뜨리는 행위와 같아
-문재인 정부의 답변 없을 시 전국 규모 궐기대회 불가피
최승재 소상공인엽합회장 인터뷰5
최승재 소상공인엽합회장/사진=정재훈 기자hoon79@
“소상공인들은 지금 벼랑 끝에 내몰려 있습니다. 밥그릇을 키우고자 욕심을 부리는 게 아니라, 살아남기 위한 생존의 몸부림을 치고 있는 거예요.”

내년 최저임금이 10.9% 인상된 8350원으로 결정된 가운데, 17일 서울 동작구 소상공인연합회에서 만난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장은 문재인 정부에 대한 섭섭함을 드러내며 이 같이 말했다. 저임금 노동자·가계의 임금과 소득을 올려 소비를 증대시키고, 기업 투자 및 생산을 확대함으로써 소득 증가의 선순환구조를 만들겠다는 현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부정하진 않으나, 그로 인해 소상공인들의 생계가 위협받고 있다는 주장이다.

“우리나라 소상공인의 90%가 생계형 자영업자들이에요. 근로자 평균 소득에 미치지 못하는 금액으로 생계를 꾸리는 이들이 태반이죠. 소득을 높여 모두가 성장하게 한다는 취지는 좋지만, 이번 최저임금 인상은 결국 어려운 사람들의 주머니에서 돈을 빼서 또 다른 어려운 사람들에게 주겠다는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수입은 늘 기미가 보이지 않고 지출만 늘어나니 소상공인 입장에선 불만이 터져 나올 수밖에 없어요.”

특히 최 회장은 최저임금 결정 과정에서 소상공인이 철저히 배제돼 정당성이 결여됐다는 점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한국노총·민주노총·알바노조 등이 조직적으로 최저임금 결정에 참여하고 있는 반면, 정작 근로자에게 임금을 지불하는 당사자인 소상공인에게는 발언권이 전혀 주어지지 않는다는 것.

“최저임금 결정 과정 자체가 노동자 측에 완전히 치우쳐 있어요. 민노총·한노총의 평균 소득이 월 480만원이라고 합니다. 최저 생계 이상을 누리는 사람들이 당장 먹고 사는 문제에 직면한 소상공인들보다 더 큰 지위와 협상력을 갖고 ‘노조 중심의 임금 정책’을 펼치겠다고 하는데, 과연 책임 의식이 있는 행동인가 싶습니다. 헤비급 선수와 플라이급 선수를 같은 링 위에 올려놓고 공정한 싸움을 하라는 것과 다를 게 없어요.”

소상공인연합회가 최저임금 인상과 관련해 요구하는 점은 크게 두 가지 갈래로 정리할 수 있다. 5인 미만 사업장 소상공인업종의 지급능력을 고려한 최저임금 차등화 방안이 시행돼야 한다는 것, 사용자위원이 전원 불참한 가운데 일방적으로 최저임금 인상 결정을 내린 류장수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 등 공익위원 전원이 사퇴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 회장은 이 같은 요구가 전혀 무리하거나 불합리한 것이 아님에도, 마치 소상공인들이 자신들의 금전적 이익을 극대화하겠다는 이기심으로 억지를 부리는 것처럼 비춰지는 현실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최저임금을 삭감하자는 것도 아니고, 정부에 돈을 달라는 것도 아닙니다. 단지 사업장 규모에 따라 최저임금을 차등화해서 숨통이라도 트일 수 있게 해달라는 건데, 그마저도 용납하지 않고 절벽 밑으로 밀어버리겠다는 꼴이에요. 당장 손가락만 빨고 있으니 조금만 위로해주고 다독여주길 바라는 것뿐인데,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태입니다.”

최승재 소상공인엽합회장 인터뷰4
물론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후속 보완 대책으로 정부는 일자리 안정자금 마련과 상가 임대차 보호, 합리적인 카드 수수료 및 가맹점 보호 등을 내놓은 상태다. 그러나 이는 최저임금 인상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별개의 문제라는 것이 최 회장의 의견이다.

“소상공인연합회는 그동안 대기업의 횡포나 상가임대료, 카드 수수료 인하 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백 번의 기자회견·토론회·공청회 등을 열며 누구보다 헌신적으로 노력해 왔습니다. 실제로 상가임대차 인상률 5% 제한, 생계형 적합업종 특별법 제정 등 가시적인 성과도 거뒀고요. 그런데 이제 와서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보상이라며 소상공인을 위하는 척 관계없는 이슈들을 밀어붙여봤자, 우리에게 더 큰 상처만 줄 뿐이에요. 급하게 밀린 숙제를 해결하려는 것으로밖에 안 보이죠.”

전날 최 회장은 소상공인연합회를 방문한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만나 이 같은 애로사항을 전하고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홍 장관 역시 고충을 충분히 이해하며, 국회에 반드시 소상공인들의 입장을 전달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이에 대한 문재인 정부의 조속한 답변이 없을 시, 소상공인연합회는 전국 규모의 궐기대회를 열고 본격적인 투쟁에 돌입할 예정이다.

“소상공인들이 가게 문을 닫고 거리에 나온다는 건, 더 이상 잃을 게 없어 모든 걸 포기한 심정이라는 뜻이에요. 저희도 결코 그런 걸 바라진 않아요. 하지만 소상공인들의 의견이 정책에 반영되지 않는다면, 생존을 위한 저항에 나설 수밖에 없습니다. 소상공인들이 공권력에 도전한다며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지만, 단순한 ‘반역’이 아니라 사회 근간이 무너져 내리는 것을 막기 위한 ‘몸부림’으로 봐주셨으면 합니다. 악덕 업자가 아닌 어려운 이웃으로, 따스하게 지켜봐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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