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의 숙원인 지주사 전환이 가시화되고 있다. 지난해에 민영화에 성공한 이후 지주사 설립까지 속도를 내고 있는 모습이다. 지주사 전환 과정에서 강한 추진력을 보여준 손태승 우리은행장의 향후 거취에도 관심이 쏠린다.
일각에서는 손 행장이 향후 지주사 설립 이후 직을 당분간 겸직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취임 6개월 만에 어수선한 조직을 안정화시키고, 지주사 전환 등 성과를 보여주고 있는 만큼 손 행장이 우리금융 출범 후에도 선장 역할을 해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손 행장은 지난해 11월 이광구 전 행장이 채용비리 문제로 사임한 후 구원투수로 등판해 빠른 시간 내에 조직을 안정화시켰다. 여기에 지주사 전환까지 밀어붙이는 등 추진력도 갖췄다는 평이다.
손 행장의 겸직 배경에는 우리금융지주(가칭) 대표가 외부에서 올 경우 ‘낙하산’ 논란이 자리하고 있다. 낙하산 논란을 피하려면 내부에서 우리금융 대표가 배출돼야 하는 만큼 손 행장이 전면에 나설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지주사가 출범하더라도 초반에는 소규모로 운영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대표를 새로 앉히기보단 지주사 전환을 위해 발로 뛴 손 행장이 당분간 겸직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설명이다.
손 행장이 지주 대표로 이동하고 우리은행장을 선임하는 방안도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 우리은행이 지주사로 전환하더라도 은행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되는 만큼 우리은행장 역시 변화보다는 안정을 꾀할 필요가 있다. 경영전략의 지속성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글로벌통인 손 행장이 온 이후 해외 네트워크 확대 등을 꾀하고 있고, 해외 진출 성과 등이 중요한 만큼 수장을 바꾸는 것은 조직에 혼란을 줄 수밖에 없다. 손 행장이 임기 3년을 부여받은 만큼 문제나 이슈가 생기지 않는 한 우리은행을 이끌 것이라는 데 무게가 실린다.
다만 금융지주 대표와 은행장 겸직을 하면 권력이 한 곳에 집중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는 만큼 지주사 전환을 앞두고 고민이 많을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