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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총수일가 ‘급여 횡령’ 재판서 신동주 민사판결 쟁점으로…검찰, 문서송부촉탁 신청

롯데 총수일가 ‘급여 횡령’ 재판서 신동주 민사판결 쟁점으로…검찰, 문서송부촉탁 신청

기사승인 2018. 07. 18.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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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 이사로서 업무 수행·적극 가담 여부 2가지 쟁점 지적
[포토]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 1심 '무죄'
지난해 12월 22일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경영비리 사건 1심 선고공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정재훈 기자
롯데그룹 경영비리 재판 항소심에서 총수 일가의 ‘급여 횡령’ 혐의를 판단함에 있어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64)의 민사 재판 결과가 쟁점으로 부각됐다.

검찰은 신 전 부회장의 이사로서의 역할 수행에 대해 형사사건의 1심 재판부와 완전히 상반된 결론을 내린 민사 판결문을 재판부에 요청했고, 재판부는 변호인 측에 이에 대한 입장을 정리해 의견을 제출해줄 것을 요청했다.

18일 서울고법 형사8부(강승준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롯데 총수 일가 경영비리 사건의 항소심 9차 공판에서는 신 전 부회장과 신격호 총괄회장(96)의 셋째 부인 서미경씨, 딸 신유미씨 등에 대한 급여 지급 문제가 집중적으로 다뤄졌다.

신 총괄회장과 신동빈 회장(63)이 신 전 부회장 등에게 계열사 자금으로 급여를 지급한 것이 횡령에 해당되는지, 또 신 전 부회장이 급여를 받은 것이 횡령에 해당하는지의 문제다.

앞서 1심에서는 신 전 부회장에 대한 급여 지급과 관련해선 신 총괄회장과 신 회장, 신 전 부회장 모두에게 무죄가 선고됐고, 서씨와 신씨에 대한 급여 지급과 관련 신 총괄회장과 신 회장에게 유죄가 인정됐다.

먼저 변론에 나선 검찰은 “원심은 신동주 부분을 모두 무죄로 판단했는데 피고인의 역할에 대한 사실을 오인했다는 취지로 항소를 한 것”이라며 “실제로 이 사건 원심에서 조사가 이뤄진 증거를 종합하면 피고인이 급여를 지급한 계열사로부터 위임을 받거나 보직을 부여받은 적이 없고 이사로서 업무를 수행했다는 객관적 자료도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피고인은 ‘실질적으로 롯데를 위해 일했다’며 사례를 들었는데 모두 일본 롯데 계열사를 위해 한 것”이라며 “대주주로서 경영상황을 파악하는 정도였지 이사로서 업무를 수행한 대가로 보수를 지급한 것을 정당화 할 정도는 아니라는 게 검찰의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검찰은 또 “원심은 세무조사가 있었던 2011년 4월경 비로소 신동빈이 급여 지급 사실을 인식했다고 볼 수 있어 그 이전에 지급된 급여에 대해서는 책임이 없다고 판단했지만, 피고인은 롯데그룹의 회장, 부회장, 정책본부장, 주요계열사 대표이사로서 이를 충분히 확인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고 지적했다.

한편 검찰은 이날 신 전 부회장의 민사재판 판결문을 재판부에 요청했다. 재판부 역시 신 전 부회장의 이사 해임과 관련된 민사 사건 내용을 이미 파악하고 있는 듯, 이에 대한 피고인 측 의견을 물었다.

신 전 부회장의 민사재판 1심 재판부는 “신 전 부회장이 주요 의사결정 및 업무집행에 관여하거나 이를 관리·감독하는 등 이사로서의 의무를 전혀 수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신 전 부회장의 미지급 보수 청구를 기각했다. <본지 2018년 7월 17일자 6면>

검찰은 “아울러 최근에 언론보도를 통해 파악한 내용이 급여 지급과 관련된 민사 사건이 있던데, 판결문을 받아봤으면 해서 문서송부촉탁 신청을 하겠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안 그래도 물어보려 그랬는데 오늘 문서송부촉탁 신청을 하시면 변호인이 임의로 내주실수 있으면 내주셔도 되는데, 피고인에게 불리한 자료가 포함돼 있을 수도 있으니까 촉탁 신청을 하는 게 맞는 거 같다”며 “오늘 채택을 해서 바로 발송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피고인이 호텔롯데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지만 1심에서 원고 청구가 기각됐는데 판결이유에 보면 ‘이사 해임이 정당하기 때문에 받아들일 수 없다’였고 그 사유 중 하나가 ‘이사로 등재만 돼 있지 하나도 한 일이 없다’는 게 있었는데 오늘이 아니라도 그 부분에 대해 (피고인 측에서) 답변을 해주시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민사사건 항소심 재판부가 10월 중순 이후로 기일을 잡은 게 아마도 저희 판결을 기다리는 걸로 일응 추측이 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롯데 측 변호인들의 반격도 이어졌다.

신 전 부회장의 변호인은 “피고인은 비록 일본 롯데 부사장으로 재직했지만 신 총괄회장의 지시·감독 하에 한일 롯데그룹 전체 차원에서 행해지는 중장기 투자, 신사옥 확장, 계열사 인수합병 같은 주요 의사결정에 관여하는 등 한일 롯데그룹 전체의 이익을 위한 업무를 해왔다”고 말했다.

이어 “대주주 경영진의 경우 수십개 계열사에 상시출근하면서 일을 할 수도 없는 일반 임원과 다른 특성이 있다”며 “백번 양보해 검찰의 주장처럼 급여 지급을 횡령으로 봐도 피고인은 소극적으로 받기만 했을 뿐 적극적으로 공모하거나 가담한 바가 없어 공동정범 성립은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신 회장의 변호인은 모든 책임은 신 총괄회장에게 있다고 변론했다.

변호인은 “자녀들의 급여는 모두 신 총괄회장이 직접 결정했다”며 “전체 급여 총액을 채정병에게 알려주고 각 계열사의 분배안을 만들어오라고 지시한 뒤 매번 연필로 고치곤 했다”고 말했다.

이어 “세 자녀의 급여통장과 주식통장도 신 총괄회장이 직접 관리했다”며 “피고인은 환갑이 다 된 나이에 회장에 취임한 뒤 2012년에 급여통장을 인계 받았고, 2015년에 주식통장을 넘겨 받았다”고 덧붙였다.

변호인은 “누나인 신영자에 대한 급여는 그룹 경영에 관여하고 있으니까 급여도 지급받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며, 서씨나 신씨와 관련해서는 특수한 관계 때문에 신 총괄회장이 평생 한 번도 이 두 사람에 대해 언급한 적이 없었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법정에 출석하지 못해 변론이 분리된 신 총괄회장의 변호인도 참고의견을 제시했다.

변호인은 “검찰에서 피고인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를 받으려고 롯데호텔 34층을 방문했을 때 ‘신 전 부회장은 한국 롯데 계열사에 출근한 적도 없는데 급여가 지급됐다. 이건 잘못된 거 아닙니까?’라고 물었는데, 신 총괄회장은 딱 2마디 대답을 했다”며 “‘일은 직접 할 수도 있지만 간접적으로 할 수도 있다’라는 것과 ‘동주는 내 아들로서 많은 심부름을 했다’였다”고 말했다.

한편 재판부는 이날 신 전 부회장 등에 대한 급여 지급과 관련된 쟁점을 두 가지로 정리했다.

재판부는 “우선 신 전 부회장의 경우 과연 대가로 급여를 받을 만한 일을 했느냐 안 했느냐가 쟁점이 될 것이고 그게 인정되면 더 나아가 판단할 필요가 없을 것”이라며 “만약 그게 인정이 안 되면 신 회장 등과 관련해선 공동정범 성립을 위한 적극가담 여부가 쟁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법원은 ‘공모공동정범’의 개념을 통해 공동정범의 범위를 넓게 인정하고 있다. 즉 통상적인 공동정범처럼 함께 공모를 하고 직접 실행하지 않았더라도 ‘공동가공의 의사’와 ‘기능적 행위지배’가 인정되면 공동정범 성립을 인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1심 판결의 표현이 좀 애매하게 돼 있다”며 “명시적 또는 묵시적 지시 내지 승인이 있었다는 게 원심의 판단인데 너무 폭 넓게 가는 거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급여 지급에 대한) 명시적 지시가 있으면 당연히, 또 묵시적 지시가 있어도 공동정범이 성립되지 않을까 싶다”며 “다만 구체적 승인이 있다면 그것도 내용을 다 알고 승인했다고 봐야하니까 공동정범 성립을 인정할 수 있겠지만 묵시적, 포괄적 승인뿐이라면 대법원 판례처럼 공동정범 성립이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판례의 문구에 얽매일 것은 아닌 것 같다”며 “해석의 문제라 재판부가 해야 될 일이긴 하지만 검찰은 신 회장의 행위가 이 중 어디에 해당된다고 주장하는 건지, 또 변호인도 각자의 입장을 정리해서 제출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날 오전에는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76)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등 혐의에 대한 파기환송심이 같은 재판부에서 진행됐다.

오는 25일 구속영장 기한이 만료되는 신 전 이사장은 지난 3일 재판부에 보석을 신청했다. 그는 롯데면세점 입점 비리 사건 1심과 2심에서 각 한 차례씩 보석을 신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은 바 있다.

신 전 이사장 측 변호인은 “피고인만 유달리 그렇다고 할 수는 없지만 고생 덜 하고 자란 사람인데 70대 중반 나이에 수감생활을 2년 넘게 했다”며 “도덕적 훈계나 사회적 비난은 충분히 이뤄졌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신 전 이사장은 “수감생활을 하면서 깊이 반성했고 인생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게 되는 좋은 기회가 됐다”며 “이번에 은혜를 베풀어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 앞으로의 재판을 성실하게 받고 여생은 사회에 모든 힘을 기울이는 일을 하겠다”고 석방해줄 것을 호소했다.

이어 “저는 여기서(구치소) 저체온증을 견디기 힘들었다. 여름에도 선풍기 바람을 쐬면 손발이 뼈가 비틀어지는 것 같은 고통을 받고 있다”며 건강상의 문제도 토로했다.

하지만 검찰 측은 “범죄의 중대성이나 사회적으로 미친 영향에 비춰보면 구속영장을 재발부해서 진행해야 할 사안이라고 생각한다”고 맞섰다.

신 전 이사장은 2012년 이후 롯데면세점과 롯데백화점 입점 및 매장 위치 변경 등 명목으로 35억여원 상당의 뒷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딸 3명을 아들 명의 회사에 등기임원 및 허위 직원으로 올려 급여 명목으로 35억6000만원을 받게 하는 등 회삿돈 47억여원 상당을 빼돌린 혐의도 있다.

1심은 지난해 1월 딸들이 받은 돈은 신 전 이사장이 직접 받은 것과 동일하게 볼 수 없다며 징역 3년에 추징금 14억4700여만원을 선고했다.

2심은 같은 해 7월 입점·매장과 관련해 아들 명의 업체가 받은 돈도 신 전 이사장의 횡령액으로 볼 수 없다며 징역 2년으로 감형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딸들과 아들 명의 업체가 받은 돈도 신 전 이사장이 직접 받은 돈으로 봐야 한다며 사건을 다시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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