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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신북방정책, 그리고 이노프롬

[칼럼] 신북방정책, 그리고 이노프롬

기사승인 2018. 07. 2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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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경 코트라 CIS지역본부장
김종경
김종경 코트라 CIS지역본부장. /제공 = 코트라
러시아하면 우리에게 떠오르는 이미지는 무엇일까? 길고 추운 겨울, 무색무취의 보드카, 푸쉬킨 등의 대문호. 최근까지 우리에게 러시아는 상당히 멀고도 낯선 지역이었다. 이번 월드컵이 러시아에 대한 우리의 편견을 깰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기를 희망한다.

지난 6월, 문재인 대통령의 국빈 방문과 월드컵 덕분에 러시아에 대한 우리의 관심은 매우 높아졌고 이러한 상황에서 시의적절하게 예카테린부르크 산업박람회(이노프롬)에 파트너국으로 참가했다. 105개의 우수한 한국기업이 참가해 한국 제품의 기술력, 한국 문화 및 관광, 그리고 K-컬처까지 선보여 현지인들을 매료시켰다.

이노프롬은 ‘Innovatsionnaya Promyshlennosti(혁신기술)’의 약자로 혁신기술을 선보이는 종합 산업전시 플랫폼으로 러시아 최대의 공업도시인 ‘예카테린부르크’에서 9회째 개최됐다. 러시아 정부에서도 매년 고위급 정부인사가 직접 참석할 정도로 전시회에 대한 높은 관심을 표명하면서 전략적으로 육성하고 있다.

한국은 2015년 파트너국 제도가 도입된 이후 중국, 인도, 일본에 이어 4번째로 참가했다. 한국은 이노프롬의 가능성을 가늠하기 위해 2016년에 참관단을 파견했으며, 지난해에는 12개사가 전시회에 참가, 올해도 파트너국 참가를 위한 사전준비를 진행했다.

이번 파트너 국가관에는 산업기계 및 부품·공장자동화·금속가공·기계 및 플랜트·로봇·발전·소비재관 등을 구성해 우리 제품의 우수성을 홍보했다. 전시회 개막 전 부터 다채로운 분야의 선진기술을 가진 한국기업들에 대한 현지의 관심은 매우 높았으며, 특히 현대자동차가 전시한 아이오닉 전기차·두산인프라코어의 휠 로더 SD300, 경동나비엔의 캐스케이드 시스템 등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현지인들은 소비재에도 큰 관심을 보였는데 특히, 화장품, 헬스케어제품을 선보인 부스에는 연일 관람객들의 대기행렬이 있었다. 또한 관광홍보관에도 K-컬처을 체험하려는 대기 행렬은 전시기간 내내 끊기지 않았다. 그중에서도 한복 체험·건강 진단·한식 시식존에는 전시회가 폐막하는 마지막 시각(16시)까지 장사진을 이뤘다.

또한 비즈니스 상담도 성황을 이뤄 600여 명 이상의 바이어가 참가 했으며, 총 800건 이상의 상담이 이뤄졌다. 농업용 도정기계 제조기업 A사는 러시아 식품, 식품기계 유통기업과 6만달러가 넘는 1년치 공급 계약을 현장에서 체결하는 성과를 거뒀다. 또한 발전소 설비점검 열화상 카메라를 생산하는 B사 역시 2019년까지 총 400대를 납품하는 조건으로 러시아 바이어와 18만불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이외에도 5건의 수출계약 및 상호협력 양해각서(MOU)가 체결되는 등 양국간의 활발한 비즈니스 상담이 진행됐다.

전시회 종료후 참가기업을 대상으로 진행한 만족도 조사에 따르면, 다수의 기업이 이번 이노프롬을 통해 러시아 시장 진출 가능성을 확인했고 앞으로도 지속적인 시장 공략을 위한 노력을 전개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이러한 현지의 반응은 우리기업의 해외진출 선택지로 러시아가 반드시 포함되어야 함을 말해주는 것 이라고 생각한다. 왜 우리는 러시아에 주목해야 할까? 우선 2017년을 기점으로 서방제재로 인한 경기침체, 급격한 환율변동을 극복하여 플러스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으며, 올해는 월드컵 특수로 인한 3% 이상의 성장이 기대된다. 그리고 1억 5000만의 시장규모에 비해 현지진출 한국기업의 수가 적어 블루오션이라고 볼 수 있다.

현지 진출기업 수가 타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현상은 언어장벽, 기업하기 어려운 환경 등 러시아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한몫 했을 것이다. 하지만 사실 이런 편견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고 할 수 있다. 월드뱅크가 발표한 ‘Doing Business’ 순위에서 러시아는 2011년 ‘123위’에서 2017년 ‘40위’로 무려 80계단 이상을 수직상승하였다. 2017년 중국이 78위를 기록한 점을 보아, 러시아의 투자환경 개선의지가 얼마나 확고한 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또한 러시아는 카자흐스탄, 벨라루스, 키르기즈스탄, 아르메니아와 함께 유라시아 경제연합(EAEU)이라는 경제공동체를 구성하고 있다. 전체 인구는 1억 8000만명이며,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3.2%를 차지한다. 러시아 시장공략을 통해 인근 EAEU국가도 진출할 수 있다. 게다가 우리정부는 우리기업의 러시아 시장선점 지원을 위해 서비스·투자 분야 자유무역협정(FTA)을 추진 중이다. 서비스·투자 분야 개방이후 상품시장 개방도 점진적으로 유도할 예정이다.

러시아는 탈 유럽 및 신 동방정책을 추진하면서 한국을 주요 파트너로 주목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국토균형발전 정책을 펴고 있으며, 극동지역이 그 대상이다. 프로젝트 개발 수요가 증가하고 투자유치를 위한 활발한 움직임을 펴고 있다. 우리나라 정부 또한 이에 화답, 신북방정책, 특히 9-브리지를 통해 프로젝트 분야의 적극적인 경제협력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다만 우리 기업인들은 러시아의 내부적인 변화를 감지하고 진출 전략을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 러시아는 지하자원 의존도를 낮추고 수입 대체, 산업기반 구축, 자국 산업육성을 통해 제조업 발전을 달성하려 하며, 2020년까지 제조업 자립비율을 60%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일부 분야에 대해 외국기업의 공공조달시장 참여제한 등의 비관세 장벽을 점점 높이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기업은 첫째, 러시아가 제조업 육성에 힘쓰는 만큼 이에 필수적인 기계설비, 부품 등 틈새시장을 개척해야 하며 둘째, 기술협력 등 다양한 분야의 파트너십 구축을 통한 진출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이제 자동차·가전·화장품 등 완성품을 러시아 시장에 팔기만 하는 시대는 끝났다. 러시아가 추구하는 산업화에 편승하여 직간접 투자, 기술협력 및 이전 등 상호 윈윈할 수 있는 장기적인 복합 마케팅 전략이 필요하다. 월드컵과 이노프롬으로 시작된 러시아에 대한 관심이 밑거름이 돼, 정부의 정책적인 지원 그리고 기업인의 적극적인 도전으로 많은 성공사례를 만들어내는 그날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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