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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뒷담화]국민연금 독립성, 문제는 거버넌스다

[취재뒷담화]국민연금 독립성, 문제는 거버넌스다

기사승인 2018. 07. 19.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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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진원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에 나섰습니다. 당장 이달말 기금운용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하반기부터 본격 시행될 예정입니다. 8월말에는 독립적 의결권 행사를 위한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의 인선도 마칠 계획이라고 합니다.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하려는 이유는 명확합니다. 기금운용의 독립성과 투명성 확보 차원이죠. 경제·정치권력에 휘둘리지 않은 채 기관투자자로서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뜻입니다. 기관투자자의 주주활동(기업관여)이 결국 기업의 가치를 향상시킨다는 연구결과가 보여주듯, 스튜어드십 코드 시행이 종국엔 기금운용의 목표인 수익률 향상에도 기여하리란 기대도 큽니다.

기금 운용의 독립성이 훼손되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는 지난 정부 시절 여실히 드러났습니다. 국민의 피 같은 돈을 손에 쥔 운용책임자들이 특정 기업 편들기에 나섰고, 결과는 기금운용본부장과 이사장의 형사처벌이라는 최악의 사태로 끝을 맺고 말았죠.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이 정당성을 얻게 된 것도 이러한 일련의 비위행위가 낳은 결과라 볼 수도 있습니다.

이제 스튜어드십 코드의 취지와 도입에 대한 당위성은 논란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사회적 공감대를 얻게 됐습니다. 하지만 찬찬히 뜯어보면 거버넌스, 즉 기금운용의 지배구조에 대한 고민이 아쉽습니다. 독립성과 투명성은 결국 이를 운용하는 사람과 조직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입니다.

스튜어드십 코드 시행을 통해 달라질 핵심 중 하나가 수탁자책임위 설치입니다. 보건복지부는 “기존 의결권전문위가 책임투자나 주주권 행사 관련 사안을 논의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며 새로운 논의 기구를 만들게 되었다고 설명합니다. 하지만 수탁자책임위 역시 기존의 의결권전문위와 마찬가지로 기금운용위원회의 산하 조직입니다. 기금운용위는 국민연금의 운용과 관련한 최고의사결정기구로, 보건복지부장관이 위원장입니다.

보건복지부장관은 국무회의에 참석하는 국무위원 중 한명입니다. 장관의 임명은 대통령의 권한이죠. 이해관계 상충을 막기 위해 장관이 아닌 가입자 대표가 수탁자책임위원들을 추천한다고 해도, 결국 기금운용 의사결정의 최상단에는 여전히 장관이 앉아 있는 구조입니다. 이는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이전과 이후에도 바뀌지 않았죠. 정권의 최고권력자가 임명하는 장관이 정치적 영향력에서 완전히 벗어나 있다고 볼 수 있을까요? “사람이 문제지 제도가 무슨 죄냐” 반문한다면 유구무언이지만, 근본적인 리스크를 안고 갈 수밖에 없는 지배구조를 정당화하긴 어렵습니다.

수탁자책임위의 권한과 구성도 애매하다는 지적입니다. 위원의 임명권자 역시 보건복지부장관이라는 사실은 차치하고라도, 기존 의결권전문위와의 차별점을 찾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현재 9명으로 구성된 의결권전문위는 거의 대부분 교수, 즉 학계 인사들입니다. 업계에서는 새로 설치될 수탁자책임위 역시 현재 의결권전문위들을 포함시켜 확대 개편할 거라 예상합니다. 보건복지부장관이 임명한 그 인물에 그 인사가 여전히 스튜어드십 코드의 핵심인 책임투자와 주주권 행사를 관장하게 되는 셈입니다.

“최고투자책임자(CIO)까지 둬가며 기금운용본부를 독립시킨 이유가 뭔가? 파이낸싱 전문가에게 운용을 맡기자는 거 아닌가? 정치적 영향력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장관이 꼭대기에 앉아 있는 현재의 거버넌스에 의문을 제기해야만 한다.” 국민연금의 지배구조를 걱정하던 한 시장 관계자의 말입니다. 국민연금의 수익성을 제고하고 주주권 행사를 투명하게 하겠다는 스튜어드십 코드를 제대로 정착시키기 위해서라도, 이를 실행할 지배구조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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