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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무역전쟁, 환율로 확전조짐… 구경만 해야 하나

[사설] 무역전쟁, 환율로 확전조짐… 구경만 해야 하나

기사승인 2018. 07. 24.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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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부장관이 최근 “오는 10월 발행될 재무부 환율보고서에서 중국 위안화의 약세(弱勢) 문제를 면밀하게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므누신 장관은 “우리는 위안화 환율이 조작된 것인지 관찰하고 있다”며 결과에 따라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수 있음을 내비쳤다.

이에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대통령은 20일 CNBC와 인터뷰에서 “달러화가 너무 강한데 비해 위안화의 가치는 바위처럼 떨어지고 있다”고 중국을 비난했다. 중국의 불법적 환율조작이나 나쁜 무역협정으로 잃어버린 것을 되찾아야 한다는 뜻을 확실히 했다. 관세폭탄에 이어 ‘환율’까지 전선을 확대하겠다는 뜻으로 여겨진다. 월가의 유명한 환율전략가인 데이터사의 옌스 느르드빅 엑스탄테 최고경영자(CEO)는 23일 “환율전쟁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세계 금융시장에도 긴장감이 돌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미·중 환율전쟁은 전 세계 외환시장 뿐 아니라 주식 원유 신흥시장 등 다양한 자산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미·중간 무역전쟁 틈 사이에서 한국을 비롯한 대만 헝가리 체코와 같은 소규모 개방경제 국가들이 최대피해자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시장이 좁고 원자재나 부품을 수입해 완제품을 만들어 수출해서 경제를 유지하는 국가들은 무역전쟁과 환율전쟁이라는 이중의 전화(戰禍)에 휩싸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지난 1980년대에 미국은 일본과 무역에서 엄청난 적자에 시달렸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이 고심 끝에 꺼낸 것이 환율카드였다. 미·일은 협상결과 엔화 가치를 끌어올리는 엔고(高)정책을 펴는 플라자 합의에 도달했다. 그 결과 일본은 1990년대 초부터 ‘잃어버린 20년’을 맞게 됐다. 환율전쟁의 결과는 이처럼 무섭다.

만일 중국이 10월에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되면 미국은 중국에 투자한 미국기업에 금융지원을 중단하게 된다. 미국에 진출한 중국기업은 미국 조달시장에 참여할 수 없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위안화 감시도 강화된다. 이보다 더 위협적인 것은 이를 빌미로 한 미국의 대중국 추가 금융보복 전망이다.

미국과 중국이 경쟁적으로 자국화폐 가치를 떨어뜨리면 유럽연합(EU)국가들도 이에 합세할 것이다. 세계금융시장의 대혼란이 예상된다. 더욱이 한국은 미국에 의해 환율관찰대상국으로 지정돼 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샌드위치 신세다. 한국은 미·중 양국에 대한 수출비중이 37%나 된다. 깊어지는 환율전쟁 우려에 정부가 다각적인 대응책을 준비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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