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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반기든 삼성생명… “즉시연금 일부만 지급”

금감원 반기든 삼성생명… “즉시연금 일부만 지급”

기사승인 2018. 07. 26.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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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생명이 결국 금융감독원에 백기 대신 반기(反旗)를 들었다. 26일 오후 열린 이사회에서 즉시연금 미지급액을 일괄적으로 고객에게 돌려주라는 금융감독원의 권고안을 거절한 것이다. 다만, 삼성생명은 소비자 보호차원에서 미지급액 일부는 고객에게 돌려주고, 나머지는 법원 소송을 통해 결정지을 방침이다. 이번 이사회 결정은 4300억원에 달하는 금액을 일괄 지불하라는 금감원 권고안을 그대로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내부 의견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이 그간 강조해온 ‘불명확한 보험 약관’에 대한 법적 해석이 갈리는데다 내부적으로 배임 우려도 있기 때문이다.

업계1위 삼성생명이 금감원과 다시 한 번 각을 세우면서, 한화생명·교보생명 등 다른 보험사들의 지급정책에도 영향을 미칠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1조원의 미지급 보험금을 둘러싼 금감원과 삼성생명 간 갈등이 장기화된 만큼, ‘제2의 자살보험금 사태’가 발생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2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이날 오후 이사회를 열고 즉시연금 가입자 5만5000명에게 금감원이 지적한 ‘미지급금’ 4300억원 중 일부만을 지급키로 결정했다.

삼성생명 측은 이날 “이번 사안은 법적 쟁점이 크고 지급할 근거가 명확하지 않아 이사회가 결정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난 것”이라며 “법원 판단에 따라 지급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금감원 권고를 그대로 받아들이기엔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다만, 미지급분 중 일부는 고객에게 지급될 전망이다. 삼성생명 측은 “법원 판단과는 별개로 고객 보호 차원에서, 해당 상품 가입 고객에게 제시된 ‘가입설계서 상의 최저보증이율 시 예시 금액’을 지급하는 방안을 신속하게 검토·집행할 것을 권고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이사회에서 도마위에 오른 상품은 ‘만기환급형 즉시연금’이다. 일례로 1억원가량의 목돈을 일시납으로 예치해두면 매달 이자를 받다가 만기시 넣어둔 1억원을 되돌려받는 구조다.

금감원은 이 과정에서 생명보험사들이 사업비 지출을 이유로 약관에 명시돼 있지 않은 금액을 고객에게 지급하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상품 약관이 불명확했다는 것이다. 이에 일괄구제제도를 적용해 문제가 됐던 즉시연금 미지급분을 모두 고객에게 돌려주라고 권고했다. 반면, 생명보험업계에선 약관을 승인한 것은 금감원인데 민원 한건으로 유사한 사례에 모두 적용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토로한 바 있다.

업계에선 삼성생명과 금감원 간 갈등이 2016년 자살보험금 사태 양상과 비슷하게 가고있단 관측이 나온다. 당시 삼성생명은 불명확한 약관으로 인해 고객에게 돌아가지 못한 자살보험금을 지급하라는 금감원과 수년간 갈등을 벌이다 최고경영자(CEO) 제재 등 적잖은 타격을 받았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금감원 권고안에 해당되는 다른 생명보험사들은 이번 삼성생명 결정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선 즉시연금 약관이 불명확해 소비자들이 피해를 봤다면, 보험사가 나서 보상해야한다는 시각도 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500만원을 받는다고 가입한 소비자들은 500만원이 그대로 나온다 생각하지 사업비를 생각하지 않는다”라며 “불충분한 약관으로 불완전판매가 있었다면, 각 보험사 약관대로 보상을 해야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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