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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뒷담화]文 퇴근길 호프집 깜짝 등장에 시민들 ‘깜놀’

[청와대 뒷담화]文 퇴근길 호프집 깜짝 등장에 시민들 ‘깜놀’

기사승인 2018. 07. 27. 0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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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오후 서울 광화문 인근 한 호프집에서 최저임금 인상 등과 관련한 자신의 사연을 전하는 시민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이날 행사는 문 대통령 대통령 후보 시절 약속한 ‘퇴근길 국민과의 대화’ 일환으로 열렸다. 대화 자리에는 박용만 대한상의회장과 청년 구직자, 경력단절 여성구직자. 최저임금 적용 근로자(아파트 경비원) 중소기업 대표, 편의점 점주, 서점, 음식점, 도시락업체 대표, 인근 직장인이 참석했다. /제공=청와대
지난 한주간(7월23일~27일) 청와대에서 있었던 주요 뉴스나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정리하는 코너입니다.

◇술 한잔 기울이던 직장인들, 문 대통령 깜짝 등장에 ‘깜놀’

“다들 좀 놀라셨죠? 아마 고용노동부 장관을 만나는 곳으로 생각하고 오셨을 텐데, 제가 보안이나 경호 문제 때문에 일정을 미리 알리지 못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저녁 광화문 인근 호프집을 방문해 시민들과 술 한잔 기울이며 대화를 나누는 깜짝 이벤트를 가졌습니다. 이날 행사는 구직자, 자영업자, 인근 직장인 등 주요 경제 현안과 관련된 시민들을 만나 현장의 목소리를 가감없이 직접 듣겠다는 취지로 마련됐습니다. 문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집무실을 정부서울청사로 옮기겠다며 공약으로 내세웠던 ‘광화문 대통령’의 취지에 맞게 퇴근길에 국민을 만나는 민생행보에 나선 것입니다.

이 자리에 배석했던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퇴근길에 가볍게 시민들 만나는 행사를 갖자는 취지로 마련된 것인데, 대통령께서 가볍게 하지 말고 구직자, 자영업자 등 취업·최저임금 문제와 관련된 분들과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다고 해서 콘셉트가 크게 바뀌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이 자리에는 청년 구직자인 배준·안현주·이찬희씨를 비롯해 음식점을 운영하는 이종환씨, 편의점주 이태희씨, 서점 주인 은종복씨,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정광천 사장 등 다양한 계층의 시민들이 참석했습니다. 또 임종석 비서실장과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도 참석해 시민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진지하게 대화를 나누고 싶다는 문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탓인지 이날 호프장에서는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경영상의 애로, 노동시간 단축 이후 생활패턴 변화, 구직활동의 어려움 등 다양한 사연이 쏟아졌습니다. 도시락업체를 운영하는 변양희 사장은 “정부의 노동시간 단축 시행으로 직장인들이 퇴근을 일찍 하고 야근을 안해 저녁 도시락 배달이 줄어 마음고생이 너무 심하다”고 토로했습니다.

외국계 회사에 다니다 출산·육아로 퇴사한 지 10년 만에 재취업을 희망하는 경력단절여성 구직자인 안현수씨는 “주변 환경이 100% 지원된다면 충분히 복귀할 수 있지만 그렇게 안 되는 경우도 많다”며 “조부모님이 도움을 주시지 않으면 여성은 일을 하기 어려울 때가 많다”고 하소연을 털어놓았습니다. 편의점주인 이태희씨는 작정한 듯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경영부담을 덜 수 있는 방안으로 심야영업을 하지 않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씨는 “제 점포의 경우 심야에 버는 돈은 30만~40만원이지만 심야 알바비는 70만~80만원”이라며 “심야영업만 안하게 해주면 점주들의 많은 (경영부담)부분이 해소된다”고 역설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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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6월 7일 서울 용산소방서를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소방관들과 간담회 도중 영상을 보며 미소를 짓고 있다. 이날 행사는 일자리 추경 현장 방문의 일환으로 마련된 것으로, 문 대통령은 현직 소방관들과 대화를 나누며 소방관들의 처우 개선과 증원을 약속했다. /제공=청와대
문 대통령은 지난해 5월 취임 이후 여러 현장으로 달려가 시민들의 애로를 청취하고 정책에 반영하는 민생행보를 해왔습니다. 문 대통령이 취임 직후 첫 번째로 내세웠던 국정과제 1호는 일자리 창출이었습니다. 당시 청년실업률 등 각종 고용지표가 지속적으로 악화되고 있는 상황을 ‘국가적 재난’으로 규정해 이를 해소하기 위한 방편으로 일자리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추경 편성의 필요성과 현장의 목소리를 확인하기 위한 행보에 들어갔습니다. 취임 한 달 후인 지난해 6월 7일 서울 용산소방서를 방문해 소방관들과 많은 대화를 나눈 것도 일자리 추경 현장 방문의 일환으로 이뤄진 것입니다. 대선 과정에서 (지금은 없어진) 국민안전처 내 중앙소방본부를 소방청으로 독립·승격시키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던 문 대통령은 이날 현직 소방관들의 애로를 청취한 후 처우개선과 증원을 약속했습니다.

당시 문 대통령은 화재진압 근무 중 입은 부상으로 뒤늦은 결혼식을 올리고도 일정 때문에 신혼여행을 가지 못하는 최길수 대원의 사연을 전해듣고 ‘대통령의 명령’이라며 꼭 신혼여행을 가라고 하면서 최송섭 용산소방서장에 이를 부탁하는 훈훈한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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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8월 3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보건복지부·고용노동부·여성가족부 핵심정책토의에 참석하기 앞서 공정거래위원회 내 구내(직원)식당을 깜짝방문해 다둥이 부모, 육아휴직 복귀자 등 자녀를 키우는 공무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날 문 대통령은 육아에 어려운 점은 없는지 등에 대한 질문을 던졌고, 공무원들은 보직 우선 선택 기회, 대학 교육비 지원과 같은 제도를 마련해달라고 건의했다. /제공=청와대
이번 광화문 호프집 미팅처럼 예고 없이 현장을 찾았던 사례는 지난해에도 있었습니다. 취임 후 정부부처를 대상으로 실시한 핵심정책토의(업무보고) 마지막 날이었던 지난해 8월 31일 문 대통령은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 내 구내(직원)식당을 깜짝방문 했습니다. 그리고 문 대통령은 이날 셋 이상의 자녀를 두었거나 최근 육아휴직을 마치고 복귀한 공무원과의 대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이날 구내식당에는 24살부터 4살까지의 자녀 2남3녀를 두고 있는 정혜영씨 등 다둥이 부모 공무원 23명이 초대됐습니다. 문 대통령은 일하면서 많은 자녀들을 키우는데 어려운 점은 없는지, 받고 있는 혜택이 있는지를 물으며 다자녀 가정의 고충, 육아휴직 등에 대한 대화를 주고받았습니다. 이 자리에 참석했던 공정위 직원 오갑수씨는 “(다둥이 부모의) 고충을 들어주려 (세종에) 오신 것에 감사하다”며 “다 같이 느끼는 고충인데 직장이 일과 가정 양립하기 쉽게 변화되고 있고 앞으로도 좀 더 신경을 써줬으면 좋겠다”고 건의하기도 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012년 대선 때에도 ‘청와대에 갇혀 살지 않는 대통령’이 되겠다는 공약을 한 바 있습니다. 당시 문 후보는 한 유세현장에서 이 같은 약속을 했습니다.

“나는 대통령이 되고 난 후에도 청와대에 갇혀 살지 않겠습니다. 일 끝나면 남대문 시장에도 나가서 포장마차에서 소주한잔 하겠습니다. 인사동 거리에도 나가보고, 또 젊은 사람들 취업 때문에 고통 겪는 노량진 공시촌에도 가보겠습니다. 영화도 보고, 연극도 보러 다니는 그런 대통령이 되겠습니다. 시민들 속에서 시민들과 함께 하는 대통령이 되겠습니다.”

국가원수라는 신분 때문에 경호와 보안 문제상 쉽지는 않겠지만 국민과 소주 한잔 기울이겠다는, 영화·연극을 보러 다니겠다는 약속이 더 많이 이뤄지기를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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