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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플라스틱 전쟁, 이제 불편하게 사는 지혜가 필요하다

[칼럼] 플라스틱 전쟁, 이제 불편하게 사는 지혜가 필요하다

기사승인 2018. 08. 1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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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성 (사)녹색소비자연대전국협의회 사무총장
최재성
최재성 (사)녹색소비자연대전국협의회 사무총장
2015년 코스타리카 연안에서 빨대가 코에 박힌 바다거북의 동영상이 전세계인들에게 충격을 주며 플라스틱으로 인한 해양오염의 문제를 경고했다.

유엔환경계획(UNEP)의 발표에 따르면 매년 800만t의 플라스틱이 바다로 흘러 들어간다. 이렇게 버려진 플라스틱을 해양 동물들이 먹이로 착각해서 먹게 되는데, 해마다 100만 마리의 바닷새와 10만 마리의 해양 동물들이 플라스틱을 먹고 사망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플라스틱으로 인한 해양오염에서 자유롭지 않다. 지난 3월 영국 맨체스터대학 연구에서 우리나라 인천·경기 해안의 1㎡당 미세플라스틱 개수가 1만개에서 10만개 정도로 세계에서 미세 플라스틱에 오염된 지역 2위, 낙동강 하구가 3위를 기록했다.

바다로 흘러간 플라스틱은 파도와 자외선의 영향으로 잘게 부서지면서 크기가 5mm 이하인 미세플라스틱으로 바뀌는 데 다양한 유해화학물질을 빨아들이고 또 배출한다. 이것이 바다 속 플라크톤과 물고기를 거쳐 우리의 식탁에도 올라오게 된다.

2018년 세계는 바야흐로 플라스틱과의 전쟁에 돌입했다. 영국은 2042년까지 모든 플라스틱 폐기물을 금지하기로 했다. 대만도 2030년부터 플라스틱 사용을 완전히 금지하기로 했다. 케냐는 올해부터 비닐봉지를 제조하거나 수입해 판매하면 4년 이하의 징역 또는 우리 돈으로 4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법률을 시행 중이다. 민간 기업의 참여도 발빠르게 진행돼 스타벅스·맥도널드·메리어트 호텔 등이 매장에서 플라스틱 빨대를 퇴출하기로 했다.

우리나라도 지난 4월 재활용 대란을 시작으로 플라스틱 공해의 문제를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정부도 종합대책을 수립해 2030년까지 플라스틱 폐기물을 절반으로 줄일 것이라는 계획을 발표했고, 이달부터 커피전문점을 대상으로 일회용 컵 사용 제한 규제도 본격 시행됐다.

그러나 정부가 아무리 노력하고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한다 해도 소비자의 동의와 참여가 없다면 모든 계획이 무용지물이다. 그 동의와 참여는 곧 불편을 감수하고 비용을 더 지불하겠다는 것이다. 2015년 기준 우리나라의 1인당 플라스틱 소비량이 132.7kg으로 압도적인 세계 1위라는 점은 그만큼 우리 사회 전체가 플라스틱이 주는 편리함에 젖어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이제는 플라스틱이 주는 풍요와 편리의 아둔함에서 벗어나 불편하고 손해 보며 사는 지혜를 발휘해야 할 때다. 우선 개인 컵이나 텀블러를 가지고 다니고, 장바구니를 들고 쇼핑하자. 일회용 포장용기로 된 배달음식도 줄이고,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부터 출발하자. 이러한 소비자들의 실천을 모아 정부를 향해 과대포장 줄이기, 일회용품 줄이기,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일 수 있는 법과 제도를 요청하고, 기업을 향해 환경을 고려하는 생산·유통·판매활동을 요구하자.

많은 사람들이 걸어가면 새로운 길이 만들어진다. 소비자들의 실천을 통해 지구를 지키고 우리 가족과 후손의 안전과 행복한 삶을 위한 길이 만들어지길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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