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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당나라 군대 같은 기재부

[기자의눈] 당나라 군대 같은 기재부

기사승인 2018. 07. 3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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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제 실장이 말 실수를 했어요. 국회 부대 의견을 참고하세요.” 일자리안정자금의 연착륙을 유도하기 위한 근로장려금(EITC)의 연계 작업이 안되는 것인지 묻자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이같이 답했습니다. 김 부총리는 일자리안정자금 도입 후 논란이 일자 근로장려금과 연계해 연착륙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100여번 넘게 밝혔습니다. 태생부터 성격과 대상이 다른 제도를 어떻게 연계하겠다는 것인지 묻는 사람들이 그만큼 많았기 때문입니다.

일자리안정자금은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해고를 막기 위해 재정으로 민간 임금을 보존해 영세사업주의 부담을 더는 제도입니다. 반면 근로장려금은 일하는 저소득 근로자(또는 가구)의 소득을 지원하는 근로연계형 소득보존 제도입니다. 정부는 최근 ‘저소득층 지원 대책’을 발표하면서 근로장려금을 확대 개편해 최저임금 대상자가 근로장려금 수급자로 포함, 저소득 가구의 부담을 덜 수 있다고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구체적인 효과’와 ‘수치’는 제시하지 않았습니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일자리 감소가 대부분 30인 미만 영세 사업장에서 이뤄질 것이라는 한은 분석에 따라 영세사업장서 일하는 근로자가 일자리를 잃으면 근로장려금을 받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때문에 두 제도가 어떻게 상호 보완적으로 연계될지 궁금해 하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특히 김 부총리를 비롯해 정부가 먼저 앞장서서 일자리안정자금을 근로장려금과 연계하겠다고 밝혀 더 관심을 모았습니다. 하지만 김병규 세제실장은 저소득 지원대책을 발표하면서 “일자리안정자금과 근로장려금 대상자가 많이 겹치지 않아 제도를 직접 연계하기가 어렵다”며 “두 제도를 연계하는 작업을 진행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또 근로장려금 개편은 이전부터 제기된 확대 필요성에 따라 이뤄진 것이라고도 덧붙였습니다. 이는 김 부총리의 기존 발언을 사실상 뒤집는 것과 다름없는 내용이었습니다.

그간 김 부총리는 “근로장려금 등과 연계된 간접지원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 이 문제에 있어 제도적 틀을 만들어 놓는 것이 내 임무다”, “고용에 미치는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해 일자리안정자금을 어떻게 운용할지, EITC 관련해 연착륙 방안을 어떻게 만들지가 중요하다” 등의 발언을 일 년간 쏟아냈기 때문입니다. 이에 대한 입장을 묻자 김병규 실장은 “부총리께서 그런 말씀을 했는지는 모르겠다”며 “알아보겠다”는 답변을 했습니다. 내년도 최저임금이 10.9%로 올라 일자리안정자금은 내년에도 올해와 유사한 규모로 지원될 것으로 보입니다. 국회는 작년 △2019년 후 일자리안정자금 직접지원 규모가 3조원을 초과하지 않고 △근로장려금 등과 연계하는 간접지원 방식으로 보완해 7월 국회에 보고하라는 부대의견을 달았습니다.

두 분의 말 꼬리를 잡을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다만 기재부 세제실장은 부총리가 앞장서서 수차례 강조한 ‘중요한 정책적 발언’에 대해 “모르는 사실”이라고 밝힌 점, 일자리안정자금과 근로장려금 등의 연계를 “책임지겠다”고 말한 부총리 또한 내부에서 조차 제대로 소통을 하지 못했다는 점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누군가에게는 생존의 문제로 초유의 불복종까지 이어지고 있는 최저임금 사태에 비하면 경제컨트롤타워인 기재부의 안일함은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캡처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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