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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제주, 빛과 색을 입다

[여행] 제주, 빛과 색을 입다

기사승인 2018. 07. 31.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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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라프(LAF) 개막...세계적 작가들의 조명 예술작품 전시
여행/ 제주 라프
브루스 먼로의 ‘오름’. 2만여개의 LED가 마치 대지에서 뿜어져 나오는 에너지처럼 느껴진다.


문이식 제주 라프(LAF·라이트 아트 페스타) 부사장은 “어둠을 통해 빛을 봐야 한다”고 했다. 어둠이 있을 때 빛은 가치가 있다. 요즘 흔한 루미나리에(조명으로 만든 건축물 축제)나 미디어파사드(건물 외벽을 스크린으로 꾸미는 것)에서는 어둠이 사라졌다. 대신 빛만 도드라진다. 빛을 제대로 체험하기가 쉽지 않은 세상이다.

제주시 조천읍 선흘리 ‘다희연’이라는 찻집이 있다. 다희연은 ‘동굴 찻집’으로 이름났다. 2005년 다원 개발을 위해 차밭을 개간할 때 용암동굴 두 개가 발견됐다. 이 중 하나를 찻집으로 꾸몄다. 다희연 주변에는 너른 차밭이 펼쳐져 있다. 최근 차밭 부지에 조명을 이용한 예술품을 전시하는 상설공간이 만들어졌다. 9만9174㎡(3만여 평)의 대지에 설치미술과 미디어아트 분야의 세계적 작가 6인의 작품 14점을 전시 중이다. 바로 제주 라프다. 지난 27일부터 축제도 시작했다. 축제는 10월 24일까지 이어진다. 축제 이후에도 제주 라프는 상시 개방될 예정이다.
 

여행/ 제주라프
브루스 먼로의 ‘오름’. 보는 각도에 따라 빛의 질감과 분위기가 달라진다.
여행/ 제주 라프
브루스 먼로는 제주의 오름 사이 벌판에다 LED로 작품을 설치했다. 오름 꼭대기에서부터 어떤 기운이 흘러내리는 것 같았다고 그는 말했다.


곶자왈·동굴·녹차밭…. 참여 작가들은 제주의 자연을 훼손하지 않고 소통·평화·위로·치유 등의 메시지를 전달할 작품을 구상했다. 영국 출신 설치작가 브루스 먼로는 오름 사이에 펼쳐진 들판을 2만여개의 발광다이오드(LED)로 장식했다. 원형의 전선 다발이 빛을 내면 오름의 에너지가 땅으로 확산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는 또 페트병으로 만든 기둥에서 은은한 빛과 음악이 흘러나오는 작품도 선보이고 있다. 눈을 지그시 감고 들으면 마음이 참 편안해진다. 미국 출신 작가 톰 프루인은 연못에다 스테인드글라스로 지은 집을 띄워놓았다. 프랑스 작가 장 피고치와 한국 작가 이병찬은 곶자왈 동굴 안에다 수많은 외계인과 거대 유기체를 설치했다. 미국의 젠 르윈과 제이슨 크루그먼은 각각 차밭 바닥에 푸른빛을 발산하는 작품과 산호와 같은 식품들이 자라나는 방식을 기초로 한 나선형 구조의 조명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이들은 미술계 인사들도 놀랄 만한 실력파들이다.

작품들은 하나 같이 튀지 않는다. 어둠이 많다. 제주의 자연과 밤의 어둠은 그대로 캔버스가 된다. 빛은 있는 듯, 없는 듯 캔버스에 녹아들었다. 제주의 오름과 멀리 보이는 바다, 우거진 숲과 바람소리가 여백을 메운다. 이러니 박물관이나 뮤지엄으로 불리는 제주도의 숱한 사설 관광지와 확연히 구분된다. 강렬함이 아닌 은근함이 끌리는 공간. 빛을 좇던 눈(目)은 끝내 마음으로 향하게 된다.
 

여행/ 제주라프
톰 프루인의 ‘오두막’. 연못 가운데 떠 있는, 밝은 집 한 채가 마음을 참 평온하게 만든다.
여행/ 제주라프
동굴 속에 설치된 장 피고치의 작품 ‘리모랜드’(아래)와 거대 유기체를 형상화한 이병찬의 작품(위).


왜 제주 라프가 만들어졌을까. 문 부사장은 “제주도 입도율은 연간 1500만명으로 우리나라 섬 가운데 1위다. 그런데 소비율은 6위에 불과하다”고 했다. 그는 원인을 부족한 ‘밤 문화’에서 찾았다. “제주도는 탁월함을 추구하지 않는다. 낮이 너무 화려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밤에는 다르다. 야간에 즐길거리가 부족하다”는 것이 그의 판단이다.

제주 라프는 문화예술과 관광의 협업을 통한 ‘제주 야간 벨트’의 출발점이다. 문 부사장은 “브루스 먼로의 작품이 2015년 호주 울룰루에 설치된 후 관광객은 전보다 약 27% 증가했다. 그의 작품을 둘러보는 헬기투어와 낙타투어도 인기다”고 강조했다. 제주 라프는 앞으로 해마다 축제를 이어갈 예정이다. 세계적 명성의 작가를 축제 때마다 초대해 제주에서 작업을 돕고 이들의 작품을 전시한다. 이렇게 한발 한발 내딛다 보면 제주 라프가 세계적인 예술 이벤트 반열에 오를 수 있다고 그는 믿는다.

문 부사장은 “예술작품이 가진 고유의 아우라는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고 지친 마음에 위로를 준다”고 했다. 세상은 참 불안하게 돌아간다. 누군가가 탁월하게 추구하는 작품 속에서 또 다른 이들은 위로를 받고 삶을 지탱할 힘을 얻는다. 예술의 힘이란 이런 거다. 이제 제주를 즐기는 방법이 하나 더 늘었다.
 

여행/ 메종 글래드 제주 호텔
메종 글래드 제주 호텔의 외벽은 1978년 그랜드호텔로 문을 열 당시의 외벽 그대로다. 40여년의 향기가 오롯이 스며있다.


제주 라프에 더해 마음 참 차분해지는 호텔 한 곳만 더 기억한다. 제주시 연동의 메종 글래드 제주 호텔이다. 최근에 대대적인 리모델링을 단행했다. 가장 핫하고 트렌디한 브랜드와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새로운 숍들을 개장했다.

 

최고급 이탈리안 레스토랑이 결합된 프리미엄 키즈 카페 ‘릴리펏’, 생기 넘치는 에너지를 고스란히 담은 ‘쥴라이 스파’, 100여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전통 중화요리 전문점 ‘아서원1920’, 세계적인 패션 스타일과 제주 유명 작가 소품의 컬래버레이션을 판매하는 멀티숍 ‘피렌체’, 아베다 정품만을 사용하는 아베다 공식 파트너 헤어 살롱 ‘메종드누보 아베다살롱’, 명품주얼리 편집숍 ‘헤라몬드 쥬얼리’, 매일 밤 흥겨움이 연출되는 풀사이드 바 ‘자왈’, 청담동 앨리스 바에서 새롭게 런칭하는 라운지 바 ‘정글북 바이 앨리스바’ 등이다. 휴가철을 맞아 8월 31일까지 곽지해변에 프라이빗 비치 하우스도 운영한다. 곽지해변은 바다 빛깔이 곱고 백사장이 아름다워 물놀이하기 좋은 곳으로 익히 유명하다. 비치 하우스에는 샤워 시설이 갖춰져 있고 스낵 바와 선베드 등이 마련돼 있다.
 

여행/ 메종 글래드 프라이빗 하우스
메종 글래드 제주 호텔은 8월 31일까지 곽지해변에 프라이빗 비치하우스를 운영한다.
여행/ 메종 글래드
메종 글래드 제주 호텔 뒤편 솔숲에 마련된 글램핑장.


여기까지만 이야기하면 중문의 여느 이름난 대형 리조트 호텔 같다. 그런데 메종 글래드 제주 호텔은 그런 곳들에서 느낄 수 없는 편안함과 훈훈함이 있다. 이유가 있다. 곰삭은 시간의 향기가 오롯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메종 글래드 제주 호텔은 1978년 그랜드호텔로 문을 열었다. 2015년에 현재의 이름으로 바뀌었다. 문을 열 당시 호텔은 제주의 몇 안 되는 특1급 호텔이었다. 당시에는 제주도로 신혼여행을 온 이들이나 일본인 관광객들이 많이 묵었다. 제주도민들도 이 호텔에 얽힌 추억이 많다. 돌잔치, 졸업식 후 가족식사, 결혼식 피로연 등을 이 호텔에서 했다. 지금도 이곳 뷔페레스토랑은 여전히 주민들에게 인기다. 대대적인 리모델링에도 건물 외벽은 손 대지 않았다. 40여년 전의 외관을 대부분 간직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공간 곳곳에는 ‘오래된 정갈함’이 묻어난다. 고상한 멋을 풍기는, 잘 가꿔진 정원이 있고 예쁜 솔숲도 볼 수 있다. 솔숲에서는 글램핑을 할 수 있다. 야외 수영장은 화려하지 않지만 물놀이하고 휴식을 취하기에 모자람이 없다. 오래된 것이 주는 편안함은 결코 무시할 수 없다.

올 여름, 느리고 차분한 제주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가장 메모해 두고 기억할 만한 곳이 메종 글래드 제주 호텔이다. 숙박요금도 합리적이고 공항과 가까워 접근도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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