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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정부, 중국 기업의 독일 첨단기업 인수에 거부권 행사…기술유출 우려 탓

독일 정부, 중국 기업의 독일 첨단기업 인수에 거부권 행사…기술유출 우려 탓

기사승인 2018. 08. 02.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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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TOPIX Germany Merkel <YONHAP NO-3612> (AP)
사진출처=/AP, 연합
앙겔라 메르켈 독일 정부가 처음으로 중국 기업의 독일 첨단 기술 기업 인수에 거부권을 행사함으로써, 중국 기업의 독일 투자에 대해 더욱 강경해진 입장을 나타냈다.

블룸버그 통신의 1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이날 메르켈 내각은 투표를 통해 중국 기업 ‘옌타이 타이하이’의 독일 기계장비·부품업체 ‘라이펠트 메탈 스피닝’ 인수를 허용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옌타이 타이하이 측이 독일 정부의 발표를 몇 시간 앞둔 시점에 이미 라이펠트에 대한 인수 제안을 철회할 것이라고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독일 정부가 다시 한 번 예방조치를 취한 것. 정부가 외국 기업의 투자를 제한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은 2004년에 제정됐지만 실제로 독일 정부가 합병을 불허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독일 정부의 이번 결정은 라이펠트의 매각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국가 안보에의 영향 등 부정적인 충격에 대한 검토 후에 이뤄진 것이다. 독일 서부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주 알렌 시에 위치한 라이펠트는 자동차·항공 우주·원자력 산업 등에 쓰이는 고강도 금속 제품을 생산하는 선두 업체 가운데 하나다.

독일 정부의 이번 조치에 대해 라이펠트 측은 자신들의 기술은 민간 원자력 산업 분야에만 사용될 뿐이라며 당혹스럽다는 입장을 밝혔다. 올리버 라이만 라이펠트 최고경영자(CEO)는 “이같은 정치적인 분위기 속에서 이 합병의 성공 전망은 더이상 없다고 본다”면서 “이에 따라 우리의 잠재적인 인수자(옌타이 타이하이)는 인수 의사를 철회했다. 이 인수 건은 더이상 논의 대상이 아니다. 우리 회사는 이제 기업공개(IPO)를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독일은 미국·캐나다가 취하고 있는 대중 강경 노선에 동참하고 나섰다. 메르켈 정부는 최근 수년간 중국 기업들이 군침을 흘리고 있는 유럽연합(EU) 기업들을 보호하기 위해 외국인 투자 심사 제도를 도입하는 데 앞장서 왔다. 최근 유럽의 정치인들은 중국이 민감 기술에 대한 접근성을 확보하기 위해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으며, 항만·전력망 등 핵심인프라 확보를 통해 자국의 국제적인 영향력을 확대하고자 하는 것에 우려를 표하면서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독일 베를린 소재의 싱크탱크 메르카토르중국학연구소(MERICS) 소속 후오타리 미코 연구원은 “라이펠트는 정말 최고의 일류 기계를 생산하는 업체”라면서 “독일은 중국이 ‘중국 제조 2025’ 전략에 따라 첨단 제조업 분야의 선두주자가 되고자 하는 목표를 세웠으며, 이것이 자국에 어떤 위협으로 작용하는 지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독일은 지난해 7월부터 자국에 위협이 되는 기업인수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를 강화해 왔다. 중국인 투자자들이 직간접적으로 연결된 전체 투자 가운데 3분의 1 가량인 80건 이상의 합병 건이 조사를 받았다고 독일 경제부 대변인은 밝혔다.

뿐만 아니라 독일 경제부는 유럽연합(EU) 역외 기업의 독일 기업 지분 인수를 25% 미만으로 제한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독일 정보기관도 지난 7월, 중국의 독일 첨단 기술 기업 인수는 잠재적인 국가 안보 위협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독일 정부가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기업체들에까지 인수합병 문제를 간섭하고 나선 것은 독일이 가진 대중 기술유출 우려가 얼마나 깊은지를 보여 준다. 라이펠트는 2016년 3300만 유로(약 432억 원)의 매출을 올렸으며, 세전영업이익(EBITDA)은 520만 유로(약 68억 원) 수준이다. 이가운데 중국으로부터 받은 신규 주문이 1330만 유로(약 174억 원) 규모로 나타났다.

마르셀 프라트제셔 독일 경제연구소(DIW) 소장은 이번 인수를 제한한 것은 올바른 움직임이라고 밝혔다. 그는 “유럽에 사업 기반도 없는 중국 기업들이 왜 다른 경쟁 기업들보다 훨씬 많은 돈을 주고서라도 이들 기업을 사들이려 하는지에 대해 자문해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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