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女골프 한류’ 흔들, ‘태(泰)풍‘이 두려운 2가지 배경

기사승인 2018. 08. 07.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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쭈타누깐
에리야 쭈타누깐이 경기에 임하고 있다. 사진=펜타프레스 연합뉴스
에리야 쭈타누깐(23·태국)은 태국에서 메이(MAY: 태국어로 거짓말이라는 뜻인 모메이의 영어식 줄임말)라는 애칭으로 불렸다. 태국에서는 악마가 어린 아기를 데려가지 못하도록 본명과 다른 이름을 붙여주는 풍습이 있다.

메이(5월) 쭈타누깐은 공교롭게 지난 2016년 5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무대를 강렬하게 집어삼킨다. 그 해 5월 벌어진 3개 대회를 독식하며 LPGA 역사상 첫 3승을 연속 대회 우승으로 장식한 최초의 선수로 우뚝 섰다. 당시 3연속 대회 우승은 2013년 박인비(30·KB금융그룹) 이후 처음이었다.

한때 쭈타누깐은 우승을 눈앞에 둔 순간 어이없는 실수를 연발하며 ‘새 가슴’이란 오명에 휩싸인 적이 있다. 그러나 쭈타누깐은 평소 “이기고 지는 것 따위는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 누구에게나 우승 기회는 있다”고 말하고 다닐 만큼 실제로는 대범한 성격의 소유자다. 마침표를 찍는 방법을 몰랐을 뿐 그 경험을 하자 우승이 봇물 터지듯 쏟아졌다.

쭈타누깐이 일으킨 불꽃은 2년 뒤인 2018년 태풍(泰風·태국의 바람)으로 바뀌었다. 모양새가 흡사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 금융으로 실의에 빠져있던 국민들에게 큰 희망을 안겨준 1998년의 박세리(41)를 연상시킨다.

쭈타누깐 자매(언니 모리야 쭈타누깐)로 대표되는 LPGA 태국세는 올 시즌 22번째 대회인 리코 브리티시 여자 오픈까지 선수 3명이 5승을 합작했다. 6명이 7승을 거둔 한국에 이어 2번째이고 4명이 각각 1승씩 거둔 미국을 앞질렀다. 6일(한국시간) 끝난 메이저 대회 브리티시 여자 오픈에서는 폰아농 펫람(29·태국)이 다 잡았던 우승을 놓쳤지만 강한 인상을 남겼다. 펫람과 앞서 지난달 마라톤 클래식에서 정상에 선 티다파 수완나푸라(26·태국)까지 확장하는 세력은 LPGA에 불어 닥친 태(泰)풍의 위력을 실감케 한다.

태국발 광풍은 크게 두 가지 이유에서 앞으로 쉽게 꺾이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진단이다.

태국은 아시아에서 5번째로 골프장을 많이 보유한 나라로 250개 이상의 골프장이 태국 전역에 퍼져 있다. 수목이 울창한 산허리의 경사진 곳에서부터 아름다운 열대 해변에 자리 잡은 골프장에 이르기까지 인프라가 세계 어느 곳보다 잘 갖춰져 있다. 쭈타누깐이 몰고 온 골프 인기에 차세대 유망주들이 얼마든지 등장할 수 있는 구조다.

대표적인 예가 지난해 7월 유럽여자프로골프(LET) 투어 타일랜드 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며 여자 프로 골프 역대 최연소 우승자로 등록된 태국의 만 14세 아마추어 골퍼 아타야 티티쿨이다. 한 골프계 관계자는 “우리가 가장 두려워할 대상이 쭈타누깐의 성공을 보며 무럭무럭 자라나는 티티쿨 같은 어린 유망주들”이라고 경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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