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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에너지보고(寶庫) 신실크로드’ 카스피 해와 카자흐스탄

[칼럼] ‘에너지보고(寶庫) 신실크로드’ 카스피 해와 카자흐스탄

기사승인 2018. 08. 10.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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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승민 주 알마티 총영사
카스피해, 석유·천연가스 매장량 풍부
개발 활성화땐 카자흐스탄 중요도 높아져
180709_총영사님 사진
전승민 주 알마티 총영사
카스피 해(海)는 일본 열도와 비슷한 크기로 러시아, 카자흐스탄, 아제르바이잔, 투르크메니스탄, 이란 등 5개국으로 둘러싸인 세계에서 가장 큰 내해(內海)다.

육지에 둘러싸인 내해이기는 하나 염분을 함유하고 있고 공유국 간 이해관계가 상충돼 바다냐 호수냐 하는 법적 개념이 아직 확립돼 있지 않다. 카스피 해는 캐비어로 유명한 철갑상어의 서식지이기도 하다.

이러한 카스피 해는 지중해나 흑해에 비해 그 역사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지중해에서는 그리스, 로마, 카르타고, 이집트 등 연안국이 찬란한 문명을 꽃피웠다. 로마와 카르타고는 지중해 패권을 두고 치열하게 싸웠다.

7세기 이슬람 등장 이후 지중해는 기독교권과 이슬람권의 전쟁터가 되기도 했다. 흑해는 보스포루스 해협을 통해 지중해와 연결돼 있어 고대부터 실크로드 역할을 했다.

19세기 중반에는 세력 팽창을 위해 이곳으로 진출하려는 러시아와 이를 저지하려는 오스만 제국과 유럽 열강이 크림 전쟁을 벌였다.

카스피 해는 내해이고 또 주위에 대부분 유목민들이 거주해서 그런지 지중해나 흑해와 같이 선박을 이용한 교역로나 전쟁터로 활용되지는 않았다.

13세기 중반 칭기즈칸 제국의 킵차크 칸국과 일 칸국이 캅카스 지역을 두고 서로 격돌했다. 14세기 후반 티무르가 킵차크 칸국의 수도 사라이를 공격했다. 이 때 모두 카스피 해 주변의 육로를 경유하였지 배를 타고 카스피 해를 직접 건너지는 않았다.

카스피 해가 아제르바이잔에서는 하자르 해라 불리기도 한다. 하자르는 7세기 초에서 11세기 중반까지 카스피 해 서안에 존재하던 투르크계 국가로 동로마 제국과 왕실 혼인을 맺으며 한때 강력한 국가를 이뤘다.

이렇게 별로 활용되지 않던 카스피 해는 18세기 초 러시아가 중앙아시아로 진출하면서 전략적으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러시아는 1717년 볼가강을 통해 카스피 해에 무장 군인을 태운 배를 띄워 카스피 해 동안에 있던 히바 칸국에 원정대를 파견했다.

러시아는 또한 19세기 내내 중앙아시아를 두고 영국과 벌인 그레이트 게임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카스피 해 동안에 있는 군사도시 크라스노보츠크에서 부하라·사마르칸트로 이어지는 철도를 부설해 카스피 해를 통해 중앙아시아로 이어지는 짧은 병참 노선을 구축했다.

카스피 해 공유국 중 이란을 뺀 4개국이 1991년 옛소련에서 독립한 이후 카스피 해는 그 법적 지위가 확립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너지 개발과 신(新) 실크로드 등 전략적 가치로 국제적 주목을 받고 있다.

카스피 해에는 석유 뿐만 아니라 천연가스가 풍부히 매장돼 있다. 유럽연합(EU)은 러시아로부터의 가스 수입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남부가스회랑(Southern Gas Corridor)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 정책의 핵심은 EU 남부에서 카스피 해 연안국까지 가스관을 구축해 이들 국가로부터 가스를 수입하는 것이다.

EU는 이를 위해 2007년부터 아제르바이잔 바쿠, 조지아 트빌리시, 터키 에르주름 간에 설치돼 운영 중인 BTE 가스관을 EU로 연장하는 프로젝트와 카자흐스탄, 투르크메니스탄에서 생산되는 가스를 BTE에 공급하는 방법을 관련 당사국들과 논의하고 있다.

카자흐스탄과 투르크메니스탄 가스가 BTE를 통해 EU로 수출되면 이들 국가는 또 다른 경제부흥을 맞을 것이다.

카스피 해는 신 실크로드로서도 크게 주목을 받고 있다. 일본, 한국, 중국과 EU 남부 간 물자 이동을 위해 카스피 해를 이용하는 방법은 시간적 측면과 러시아 영토를 지나지 않는다는 점에서 지속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이를 위한 기반 시설은 이미 어느 정도 구축돼 있다. 중국 횡단 철도인 TCR, 카자흐스탄 내 철도, 카스피 해 동쪽 항구인 카자흐스탄 악타우와 아제르바이잔 바쿠 간 운항하는 레일 훼리, 아제르바이잔 바쿠, 조지아 트빌리시, 터키 카르스를 연결하는 BTK철도,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보스포루스 해협 철도 등이 이러한 기반 시설에 속한다.

이런 기존 수송 기반 시설과 카스피 해를 활용한 수송로를 TCITR(트랜스 카스피 해 국제운송철도 루트)라 하는데, 2016년 12월 바쿠에서 카자흐스탄, 아제르바이잔, 터키, 조지아 대표자들이 모여 TCITR 개발에 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카자흐스탄은 카스피 해 해안 총 길이 6500km 중 2300km를 차지하며 5개 공유국 중 제일 긴 해안을 갖고 있다. 에너지 등 자원에 대한 수혜가 가장 크고 지리적으로는 유라시아 중심부에 있어 동서양 간 물자 이동에 있어서도 전략적으로 중요하다.

카스피 해 에너지가 본격 개발되고 카스피 해를 종단하는 신 실크로드가 활성화되면 세계 9번째로 큰 국토를 가진 카자흐스탄의 발전 잠재력은 점점 현실로 다가오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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