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비핵화의 전제조건으로 북한이 강력하게 원하는 한반도의 종전선언에 참여한다는 의지를 확고히 굳힌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더불어 시진핑(習近平) 총서기 겸 국가주석이 이와 관련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논의를 위해 9월 초 방북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특별한 걸림돌이 없을 경우 올해 내에 남북한을 포함한 한국전쟁 4 당사자 간의 극적인 종전선언이 공식 선포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사실 중국은 4월 말에 열린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 당시만 해도 종전선언에는 회의적인 입장을 은연 중에 피력한 바 있다. 상황이 한국전쟁의 당사국인 자국이 배제되는 듯한 분위기로 흘러가는 것이 불만인 탓이었다. 실제로도 시 총서기 겸 주석은 5월 랴오닝(遼寧)성 다롄(大連)에서 열린 2차 북중 정상회담까지만 해도 김 위원장에게 종전선언에 적극 나서지 말라는 훈수를 대놓고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결코 길지 않은 시간 동안 한반도를 둘러싼 상황은 많이 변했다. 북중 관계에 정통한 베이징 외교 소식통의 12일 전언에 따르면 무엇보다 세 차례의 정상회담을 통해 북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이 완벽하게 회복됐다는 사실을 꼽을 수 있다. 중국으로서는 굳이 북한이 간절히 원하는 종전선언을 반대할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더구나 종전선언은 나름의 의미가 상당하기는 하나 정치적인 의미가 더 클 뿐 아니라 구속력도 별로 없다.
종전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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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월 12일 열린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악수를 하고 있다. 중국은 그동안의 태도를 바꿔 한반도 종전선언에 참여할 의지를 확실하게 드러내고 있다./제공=반관영 통신 중국신문(CNS).
최근 양제츠 외교담당 정치국원과 쿵쉬안유(孔鉉佑) 외교부 부부장 겸 한반도사무특별대표 등의 고위급을 특파, 남북한의 진정한 의중을 떠본 것 역시 중국의 종전선언 적극 참여 의지와 맥락을 같이 한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양 정치국원은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비밀리에 접촉, 중국이 참여하지 않는 종전선언은 의미가 없다는 강력한 입장을 통보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내우외환에 직면한 시 총서기 겸 주석이 반전의 카드를 마련하기 위해서라도 종전선언 참여에 적극적일 수밖에 없다는 설 역시 상당히 설득력이 있다. 14억 중국인들에게도 자국이 당사국인 한반도의 휴전 국면을 종전 상황으로 바꾸는 것이 귀가 솔깃한 이슈인 만큼 충분히 국면 전환 카드로 이용 가능한 것이다. 내친 김에 그가 9월 초 방북에 나서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이런 현실에 비춰볼 때 크게 이상할 것도 없다.
중국 외교부는 최근 종전선언의 중국 참여 여부와 관련한 한 한국 매체의 질의에 충분히 그럴 수 있다는 요지의 논평을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평소 신중한 외교부의 대응과는 사뭇 다른 입장 표명이 아닌가 보인다. 중국의 종전선언 참여 발표는 이제 시간만 남겨놓고 있다고 해도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