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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중앙은행 리라 폭락에 긴급 대책 발표…투자 불안감에 아시아 증시 휘청(종합)

터키중앙은행 리라 폭락에 긴급 대책 발표…투자 불안감에 아시아 증시 휘청(종합)

기사승인 2018. 08. 13.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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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rkey Economy <YONHAP NO-0145> (AP)
사진출처=/AP, 연합
미국인 목사 석방 문제를 놓고 불거진 미국과 터키 간의 자존심 대결이 리라화 폭락으로 이어지면서 그 파장이 전세계로 퍼져나가고 있다. 특히 신흥국 시장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블룸버그·로이터 통신의 13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터키 중앙은행은 이날 폭락하는 리라를 진정시키고 은행 시스템의 유동성을 개선하기 위한 긴급 시장 안정 대책을 발표했다.

중앙은행은 시중 은행들의 법정 지급준비율(지준율)을 모든 만기 조건에서 250bp(1bp=0.01%포인트) 인하했다. 비핵심 외화 채무에 대한 지준율도 400bp 내렸다. 지준율은 은행들이 예금 가운데 일부를 의무적으로 중앙은행에 예치해야 하는 비율을 일컫는다. 따라서 지준율을 인하할 경우 시중 은행들의 운용 자금이 늘어나 유동성 공급을 늘릴 수 있다.

중앙은행은 이같은 조치를 통해 100억 리라와 60억 달러, 30억 달러 상당의 금 유동성 공급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시중은행에 필요한 모든 유동성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13일 오전 한 때 1달러당 7.24리라를 기록하며 사상 최고치까지 올라갔던 리라화는 중앙은행의 조치 이후 다소 진정되는 모습을 나타냈다. 그러나 6.4리라까지 상승폭을 줄이는 듯 했던 리라는 다시 오름폭을 확대, 13일 오후 5시 06분(한국시간) 현재 달러당 6.89리라를 기록했다. 달러 대비 통화 환율이 오른다는 것은 그 통화의 가치가 그만큼 떨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외화 부채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53% 수준으로 막대한 수준인 터키가 리라화 폭락으로 인해 구제금융 등 심각한 외환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겁에 질린 투자자들이 미국 국채 등 안전자산으로 몰리는 모습을 나타냈다.

투자자들이 안전자산으로 몰리면서 특히 신흥국 시장이 직격탄을 맞았다. 아시아 증시도 13일 일제히 급락세를 보였다.

이날 일본 닛케이225지수(닛케이평균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440.65포인트(1.98%) 떨어진 21,857.43으로 마감했다. 상하이종합지수는 장중 한 때 2750선까지 무너졌으나 오후 들어 낙폭을 줄이면서 전 거래일보다 0.34% 하락한 2785.78로 거래를 마쳤다.

코스피 지수도 전장보다 34.34포인트(1.50%) 내린 2,248.45로 장을 마치면서, 종가 기준 지난해 5월 4일(2,241.24) 이후 1년 3개월여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신흥국 환율도 크게 흔들렸다. 멕시코 페소 가치는 1.52%, 브라질 헤알 1.66%, 아르헨티나 페소는 4.00% 급절하됐으며 베네수엘라 볼리바르 가치는 20%나 폭락했다. 인도네시아 루피아 가치는 0.92%, 인도 루피는 0.91% 절하됐다. 남아프리카공화국 랜드 가치도 3.84% 하락했다.

전세계적 파장을 불러온 리라화 급락 사태는 최근 앤드루 브런슨 목사의 석방 문제를 둘러싼 미국과의 외교 갈등으로부터 비화한 것이다.

브런슨 목사는 ‘펫훌라흐 귈렌 주의 테러조직’(FETO)과 쿠르드 무장단체 ‘쿠르드노동자당’(PKK)을 지원하고 간첩행위를 한 혐의로 2016년 10월 터키 경찰에 체포돼 교도소에 수감됐으며, 건강 악화로 인해 지난달부터는 터키 남서부 이즈미르에 가택연금돼 있다.

터키 법원은 브런슨 목사를 석방하지 않으면 터키에 ‘대규모 제재’를 부과하겠다는 미국 측의 위협에도 불구하고 4월 16일·5월 7일·7월 25일 세 차례에 걸쳐 브런슨 목사의 석방 요청을 기각했다.

이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는 지난 10일 터키산 알루미늄·철강에 대한 관세를 각각 기존의 2배인 50%, 20%로 올린다고 발표했다. 뿐만 아니라 “앤드루 브런슨 목사가 풀려날 때까지 매일 총알을 한 발씩 쏠 것”이라며 추가 제재까지 예고했다. 지난달 16%에 달한 물가상승률과 세계 최대 규모의 경상수지적자 등 이미 취약했던 터키의 취약한 경제 상황에다 미국의 제재 우려까지 맞물리면서 리라화는 폭락을 면치 못했다.

한편, 트럼프 행정부가 최근 개발도상국에 대한 특혜관세 지위를 계속 유지할지 여부를 놓고 검토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는 월스트리트저널(WSJ)의 보도가 나오면서 무역 전쟁이 중국과 유럽연합(EU) 등 경제 대국들 뿐만 아니라 개도국에까지 확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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