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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리라화 급락, 금융시장 불안, 전세계로 확산

터키 리라화 급락, 금융시장 불안, 전세계로 확산

기사승인 2018. 08. 14. 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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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주식시장, 신흥국 통화가치 급락
터키 리라·아르헨티나 페소, 지난해 말 대비 40% 하락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대미 강경노선 지속, 세계 금융시장 불안감 부채질
Turkey Economy
미국과 터키 간 갈등으로 시작된 터키 리라화 급락과 금융시장 불안이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13일 아시아의 주식시장과 신흥국의 외환시장은 리라화 급락의 충격으로 소용돌이쳤다. 아시아 주요국 증시는 투자자들이 매도에 나서면서 일제히 1% 이상 급락했다. 리라·달러 환율은 달러당 7.2 리라 안팎까지 하락했다. 지난 10일 대비 16% 하락한 수치다. 인도 루피는 달러당 69.62 루피로 7월 하순의 최저가를 경신했다. 아르헨티나 페소는 1 달러=29 페소 대 전반으로 최저가를 기록할 추세다. 남아프리카공화국 랜드는 1 달러=15 랜드 대 중반으로 2년 2개월 만 최저가로 하락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미국에 공격적인 태도를 유지하는 것도 세계 금융시장의 불안감을 한층 커지게 하고 있다. 사진은 이날 터키 이스탄블 외환거래 상점에 표시된 리라화와 달러·유로 등 외화 환율 표시./사진=이스탄블 AP=연합뉴스
미국과 터키 간 갈등으로 시작된 터키 리라화 급락과 금융시장 불안이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13일(현지시간) 아시아의 주식시장과 신흥국의 외환시장은 리라화 급락의 충격으로 소용돌이쳤다.

아시아 주요국 증시는 투자자들이 매도에 나서면서 일제히 1% 이상 급락했다.

일본 도쿄(東京) 증시에서 닛케이지수는 2% 떨어진 21,857.43에 장을 마쳤다. 토픽스지수는 2.1% 내려갔다.

중국 상하이(上海)종합지수는 장중 1.4% 떨어졌다가 회복해 전장보다 0.34% 떨어진 2,785.87로 장을 마감했다.

홍콩 항셍지수는 전날보다 1.52% 내렸다. 한국 코스피지수는 1.5% 하락한 2,248.45로 마감해 15개월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Turkey Economy
13일(현지시간) 터키 이스탄블의 한 시장 모습./사진=이스탄블 AP=연합뉴스
◇ 개발도상국 통화가치 하락...터키 리라·아르헨티나 페소, 지난해 말 대비 40% 하락

이날 리라·달러 환율은 달러당 7.2 리라 안팎까지 하락했다. 지난 10일 대비 16% 하락한 수치다.

이는 다른 발전도상국 통화가치 하락으로 이어졌다.

인도 루피는 달러당 69.62 루피로 7월 하순의 최저가를 경신했다. 아르헨티나 페소는 1 달러=29 페소 대 전반으로 최저가를 기록할 추세다. 남아프리카공화국 랜드는 1 달러=15 랜드 대 중반으로 2년 2개월 만 최저가로 하락했다.

터키 리라와 아르헨티나 페소의 하락률은 지난해 말 대비 40% 안팎이다. 러시아 루블과 브라질 헤알은 10% 넘게 떨어졌다.

반면 미국 달러와 일본 엔, 스위스 프랑 등 안전자산의 수요는 늘었다. 시장이 불안할 때 안전자산으로 인식되는 엔화의 가치는 이날 0.7% 올라 달러당 110.17엔 안팎을 기록했다.

TURKEY-ANKARA-ERDOGAN-SPEECH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터키 앙카라 대통령궁에서 가진 해외주재 터키 대사 모임에서 리라화 폭락 사태에 따른 리라화 위기를 부정하면서 이를 ‘터키에 대한 음모’라고 비판하고 “우리는 가라앉거나 끝나거나 하는 상황이 전혀 아니다”며 “터키 경제 흐름은 견조하고 튼튼하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사진=앙카라 AP=연합뉴스
◇ 통화가치 하락, 신흥국 외화 준비금보다 많은 대외채무 상환 더욱 어렵게 만들어

신흥국의 통화가치가 하락하면 자국 수입 물가가 올라가고, 외화 표시 채무의 상환 부담이 늘어난다. 아울러 대외채무가 외화 준비금보다 많으면 상환이 늦춰지기 쉽다.

터키의 대외채무는 4500억 달러 수준으로 외화 준비금의 4배 규모다. 인도네시아와 아르헨티나는 각각 3500억 달러, 2300만 달러로 모두 외화 준비금보다 많다.

이 같은 채무 증가는 신흥국 전체의 고질적 문제다. 자국 통화가치 하락으로 상환이 어려워진 달러 채무는 2017년 약 3조7000억 달러로 과거 10년 간 2.4배 확대됐다.

◇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터키 경제제재로 투자자 동요

미국이 올해 이미 두 차례 기준금리를 인상했고, 다음 달에도 인상할 것으로 보여 신흥국 시장에서의 자금 유출이 가속화될 수도 있다.

이 같은 불안정한 상황에서 세계 최대 경제국인 미국은 사태 해결에 미온적이다. 오히려 터키가 간첩죄로 구속한 미국 목사의 석방을 요구하면서 관세 인상 등의 보복 조치를 취해 투자자들을 더욱 동요하게 만들고 있다.

Turkey Economy
13일(현지시간) 쇼핑객으로 붐비는 터키 이스탄블 한 시장 모습./사진=이스탄블 AP=연합뉴스
◇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의 용기? 만용?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미국에 공격적인 태도를 유지하는 것도 세계 금융시장의 불안감을 한층 커지게 하고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터키 앙카라 대통령궁에서 가진 해외주재 터키 대사 모임에서 리라화 폭락 사태에 따른 리라화 위기를 부정하면서 이를 ‘터키에 대한 음모’라고 비판하고 “우리는 가라앉거나 끝나거나 하는 상황이 전혀 아니다”며 “터키 경제 흐름은 견조하고 튼튼하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주장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리라화 안정을 위해 필요한 금리 인상을 거부하고 있다. 통화가치 하락의 악영향보다 ‘금리 인상=경기 악화’라는 도식에 얽매여있고, 터키 중앙은행도 금리 인상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터키 중앙은행은 다만 이날 성명에서 시중 은행에 필요한 ‘모든 유동성’을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며 시중 은행의 가용자금을 늘리기 위해 리라 채무 지급준비율을 250bp 인하했다. 비핵심(non-core) 외환 채무에 대해서는 부분적으로 지급준비율을 400bp 하향 조정했다.

중앙은행은 이번 조처로 시중에 각각 100억 리라와 60억 달러 현금 유동성과 30억 달러에 해당하는 금 유동성이 공급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이날 조치는 ‘언 발에 오줌 누기’인 미봉책이 될 가능성이 크다.

터키는 1년 이내에 외화 표시 채무 상환과 경상수지 적자를 메우기 위해 국내총생산(GDP)의 약 4분 1 수준인 2200억~2300억 달러가 필요하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를 위해 러시아·중국·이란 등과의 관계 강화에 나설 것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이들 국가의 지원을 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들 국가 모두 미국과 갈등으로 ‘제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터키의 이들 국가와의 관계 강화는 미국과의 관계 회복을 더욱 어렵게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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