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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두테르테, 도농 격차 해소 위해 ‘연방제’ 개헌 추진…우려 목소리도

필리핀 두테르테, 도농 격차 해소 위해 ‘연방제’ 개헌 추진…우려 목소리도

기사승인 2018. 08. 15.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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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ilippines Duterte Police <YONHAP NO-5373> (AP)
사진출처=/AP, 연합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심각한 도농 간 격차 해소를 위해 연방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이것이 오히려 막대한 재정난과 초인플레이션을 불러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일본 닛케이아시안리뷰의 14일 보도에 따르면 다바오 시장을 지낸 두테르테는 심각한 도농 간 경제 격차를 줄이겠다는 공약을 앞세워 2년 전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필리핀의 수도권인 메트로마닐라 지역의 지난해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46만 6000페소(약 984만 원)로 필리핀에서 가장 높다. 반면 민다나오섬 동남쪽 끝에 있는 농업지역 비콜의 1인당 GDP는 5만 3000페소(약 112만 원)에 불과하다.

이같은 엄청난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두테르테 대통령의 대책은 현재의 단일 정부 시스템에서 연방제로의 개헌을 통해 지방정부에 더 큰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국회에서 가진 연례 대통령 국정연설에서도 자신의 6년 임기 중 최대의 숙원사업인 개헌에 대해 지지를 당부했다. 그는 이 연설에서 수도 마닐라의 부를 전국에 분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7월 초 변호사와 법학자들로 구성된 ‘자문 위원단’은 두테르테 대통령의 이같은 비전을 담은 헌법 개정안 초안을 완성했다. 전 대법원장 출신인 레이나토 푸노 자문위원장은 “단일 중앙 정부제의 문제는 무엇인가? 그것은 국가권력의 과도한 집중”이라면서 “우리는 계속해서 실패한 민주국가로 남아있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 헌법 개정안 초안에 따르면 국가의 예산은 18개 연방 지역정부에 균등하게 분배된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는 세입을 통해 거둬들인 국가 예산을 50-50으로 나눠 갖는다. 현재는 지방정부가 국가 예산의 40%를 가져가고 있으며, 이는 80개 주와 4만 여 개의 마을로 분배된다. 일반적으로는 땅이 넓고 인구가 많은 지역이 더 많은 예산을 가져간다.

개헌안대로라면 앞으로 가난한 민다나오 이슬람자치지역(ARMM)도 온갖 대기업들이 밀집된 메트로 마닐라와 동등한 수준의 예산을 분배받게 된다. 여기에 각 지방정부가 거둬들이는 지방세는 별개로 취급된다.

또한 개헌안은 지방정부에 그 지역의 개발 계획·수익 창출·투자 및 경제 분야에 대한 독점적인 권한 등을 보장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지방 개발을 가속화해 일자리 문제로 마닐라에 몰려있는 인재들이 지방으로 분산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 두테르테 대통령과 개헌파의 주장이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이들이 개헌안이 불러올 파괴적인 결과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심지어 두테르테 정부의 고위 경제 각료들조차 이같이 걱정 어린 목소리를 내고 있다. 카를로스 도밍게즈 재무장관은 이 개헌안 초안의 세입과 지출 부문이 모호하다면서 “누가 국가 부채와 군비를 지불할 것인가? 만일 추가적으로 예산이 필요하게 되면 누가 돈을 쓸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이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예산을 50대 50으로 나누는 것은 재정적자를 유발하고 금리를 ‘지옥으로 보내버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에르네스토 페르니아 사회경제기획부 장관은 섣불리 연방제로 바꾸게 되면 필리핀의 투자신용등급이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렇게 되면 우리의 재정 상황에 그야말로 큰 피해를 줄 것”이라고 밝혔다.

기업인들도 지난 12일 공동성명을 내고 ‘국가예산의 수입과 지출 책임에 대한 명확한 구분’이 없다는 것에 우려를 표했다. 그들은 “우리는 이같은 재정적 불균형이 경제 전반과 (두테르테 대통령이 추진 중인) ‘짓자, 짓자, 짓자’ 인프라 건설 프로그램에도 심각한 악영향을 초래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관영 싱크탱크 필리핀개발연구소의 로사리오 마나산 선임연구원은 연방정부를 설립하는 데 1년에 550억 페소(약 1조 1600억 원)가 추가로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돈은 결국 납세자들의 주머니에서 나와야만 한다”고 덧붙였다.

현 필리핀 헌법 입안에 참여했던 경제학자 베르나르도 벨레가스는 개헌으로 인한 ‘초인플레이션(hyperinflation)’ 가능성을 경고했다. 그는 “모든 수준의 모든 비용을 복제하고 여러 주들을 제멋대로 통합해 이른바 ‘연방정부’를 만드는 과정을 상상해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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