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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님이 살아계신다고?…꿈인가 생시인가 싶어요”

“형님이 살아계신다고?…꿈인가 생시인가 싶어요”

기사승인 2018. 08. 15.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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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봉행사 참석 이수남씨
"영구적으로 상설면회소 생긴다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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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0일부터 금강산에서 열리는 남북 이산가족 상봉행사에서 큰형과 만나는 이수남씨(77). / 사진 = 공동취재단
공동취재단·허고운 기자 = “그냥 멍한 기분이었어요. 눈물이 막 나오더라고요.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 하고 그래요.”

서울 용산구에 사는 이수남씨(77)는 6·25전쟁으로 헤어졌던 큰 형을 68년 만에 만날 수 있다는 소식을 듣게 된 기분을 이렇게 털어놨다.

이 씨는 오는 20일부터 2박 3일간 금강산에서 열리는 1차 이산가족 상봉 행사에서 둘째 형 종식씨(82)와 함께 북쪽의 큰형 종성씨(85) 가족을 만난다.

이 씨는 대한적십자사로부터 큰형이 살아있다는 연락을 받았을 때 너무 기뻐서 거짓말 같단 생각이 들었고, 처음에는 친척들에게도 얘기하지 않았다. 둘째 형 종식씨도 소식을 듣고 “거짓말 아니냐”라고 믿기 힘들어 했다고 한다.

3남 1녀의 막내인 이 씨는 전쟁 중이던 1950년 8월 큰형과 헤어졌다. 북한군이 만 19세이던 큰형을 데려간 것이다. 큰형이 잡혀간 후 어머니는 매일 새벽 장독대 위에 정화수를 떠다 놓고 기도를 했다고 한다. 이 씨는 “10년, 20년 하시니 연로하고 기력이 없어지셔서 포기하고 체념하고 사시더라”고 회상했다.

이 씨는 “굉장히 차분하고 자상한 성격이었어요”라며 어린 시절 큰형과 남산에서 여우를 만난 추억을 떠올렸다. 큰형을 만나면 “살아 계시는 게 너무 영광이고 고맙습니다”라는 말을 가장 먼저 하고 싶다고 했다.

이제는 연로해진 큰형의 건강도 걱정이다. 이 씨는 “어떻게 늙으셨을까 상상이 잘 안됩니다. 건강이 좀 좋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큰형의 초등학교 졸업증과 옛날 호적등본, 가족사진, 가정 상비약, 형수 백옥녀씨(79)를 위한 화장품 등을 들고 금강산으로 향한다. 이 씨는 “이게 마지막 (만남)이 될 수 있지 않나, 이산가족이 연세가 있으시고 하니 여러 가지로 마음이 착찹하죠. 영구적으로 상설면회소가 생긴다면 더없이 좋겠다는 바람이죠”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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