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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춘 “강제징용 재판 지연, 박근혜 전 대통령 지시”…檢, 수사 착수 (종합)

김기춘 “강제징용 재판 지연, 박근혜 전 대통령 지시”…檢, 수사 착수 (종합)

기사승인 2018. 08. 16.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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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관사찰' 의혹 문건 대거 삭제 정황도…"이규진 전 상임위원 지시" 진술 확보
[포토]검찰 조사실 향하는 김기춘 전 실장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지난 14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정재훈 기자
법원행정처가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재판을 법관 해외파견과 맞바꾸기 위한 거래 대상으로 삼았다는 의혹과 관련해 검찰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관여 정황을 포착해 수사에 착수했다.

16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신봉수 부장검사)는 지난 14일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으로부터 “박 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법원행정처장을 불러 징용소송 판결을 지연시켜달라고 요구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김 전 실장은 “박 전 대통령이 ‘징용소송 대책을 마련해보라’고 지시했고 법원행정처장과 한 회동 결과도 보고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김 전 실장은 2013년 말께 차한성 당시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을 서울 종로구 삼청동 공관으로 불러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소송의 판결 확정을 최대한 지연해주거나 대법원 전원합의체로 회부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검찰 수사에서 드러났다.

아울러 검찰은 이날 회동에 윤병세 전 외교부 장관은 물론 황교안 당시 법무부 장관도 배석한 것으로 파악했다. 검찰은 차 전 처장이 회동에서 전달받은 박 전 대통령의 뜻을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게 전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이 지시가 어떤 경로로 대법원 담당 재판부에 전달됐는지 확인할 방침이다.

한편 검찰은 양승태 사법부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과 관련해 검찰 수사망에 오른 법원행정처 심의관들이 문제가 될 만한 문건들을 대거 삭제한 정황에 대해서도 수사에 나섰다.

이날 검찰에 따르면 최근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기획조정실에 근무한 심의관들의 대부분 PC에서 법관사찰 의혹과 관련한 문건들이 삭제된 흔적을 발견했다.

이는 법원 자체조사를 통해 기획조정1·2 심의관으로 근무한 김모 부장판사가 지난해 2월20일 2만4500개의 파일을 삭제한 사실이 드러난 데 이어 두 번째다.

검찰은 최근 법원행정처 PC 하드디스크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임모 부장판사 등 당시 기획조정실에 함께 근무한 심의관들의 PC에서도 비슷한 시기에 문건들이 대거 사라진 정황을 확인했다.

검찰은 삭제된 문건 대부분에 양 전 원장 시절 사법행정에 비판적이었던 국제인권법연구회, 인권과 사법제도 소모임(인사모)에 대한 법원행정처의 대응방안 내용이 담긴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 같은 정황을 파악한 검찰은 최근 전직 심의관들을 불러 조사하는 과정에서 “이규진 전 상임위원의 지시가 있었다”는 복수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건이 삭제된 시점으로 보이는 지난해 2월은 이 전 상임위원으로부터 “판사 뒷조사 파일이 있다”는 말을 들은 이모 판사가 이에 부당함을 느껴 사직서를 제출하면서 사법부 내에서 법관사찰 논란이 불거진 때이다. 검찰은 법관사찰 논란이 외부로 알려지는 것을 우려한 이 전 상임위원이 문건 삭제 지시를 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아울러 검찰은 법원 자체조사에서 박병대 당시 법원행정처장이 이 전 상임위원에게 “인사모를 잘 챙겨보라”고 지시한 사실이 드러난 만큼 ‘윗선’의 관여가 있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당시 기획조정심의관으로 근무하면서 법관모임의 동향을 파악해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장에게 보고한 박모 창원지법 부장판사를 이날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했다. 검찰은 이 전 상임위원 역시 조만간 불러 조사할 전망이다.

박 부장판사는 ‘인권과 사법제도 소모임 대응 방안’ ‘국제인권법연구회 관련 대응 방안’ ‘인터넷상 법관 익명게시판 관련 검토’ 등 주로 사법행정에 비판적인 판사들의 모임을 견제하기 위한 방안을 담은 문건을 작성한 혐의를 받는다.

특히 그는 2016년 3월 작성한 ‘전문분야 연구회 개선방안’ 문건에서 ‘인권과 사법제도 소모임’을 없애는 방법으로 소모임에 중복 가입한 판사들을 정리한 뒤 다른 연구회를 신설해야 한다는 방안을 내놓기도 했으며 2015년 4월 ‘성완종 리스트’ 사건과 상고법원 사업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문건도 작성했다.

또 검찰은 양승태 사법부 시절 법원행정처가 대한변호사협회를 압박하려 했다는 정황과 관련해 대한변협 부회장이었던 정태원 변호사와 대변인이었던 노영희 변호사를 이날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는 등 이번 의혹에 대해 전방위적인 수사를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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