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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 법원, 김정남 살해사건, 북한남성 관여 첫 인정

말레이 법원, 김정남 살해사건, 북한남성 관여 첫 인정

기사승인 2018. 08. 17. 0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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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고인 2명과 현장 4명 북한남성, 잘 짜인 음모에 따라 김정남 살해"
사실상 유죄 확정...변호인 "피고인 독극물인지 몰랐고 살의 없었다"
북한 "김정남 아닌 '김철' 단순 심장마비 사망"
Malaysia North Korea Trial
말레이시아 샤알람 고등법원은 16일(현지시간) 김정남 살인 혐의로 기소된 인도네시아인 시티 아이샤(26·여)와 베트남 국적자 도안 티 흐엉(30·여)에 대한 재판에서 피고인 2명이 지난해 2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현장에 있던 지시역으로 보이는 4명의 북한 남성과 함께 조직적으로, 잘 짜인 음모에 따라 김정남을 살해했다며 범행 전후 4명의 행적을 보면 이들이 살인의 일익을 담당한 것은 명백하다고 명시했다. 사진은 지난 3월 22일 도안 티 흐엉이 샤알람 고등법원을 떠나는 모습./사진=AP=연합뉴스
말레이시아 법원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 살해사건에 4명의 북한 남성이 관여했다고 인정했다.

16일 일간 더스타 등 현지 언론과 외신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샤알람 고등법원은 살인 혐의로 기소된 인도네시아인 시티 아이샤(26·여)와 베트남 국적자 도안 티 흐엉(30·여)에 대한 재판에서 피고인 2명이 지난해 2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현장에 있던 지시역으로 보이는 4명의 북한 남성과 함께 조직적으로, 잘 짜인 음모에 따라 김정남을 살해했다며 범행 전후 4명의 행적을 보면 이들이 살인의 일익을 담당한 것은 명백하다고 명시했다.

그러면서 “(피고인들의 주장대로) 정치적 암살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지만 이를 뒷받침할 확실한 증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말레이시아 법원이 김정남 살해사건에 북한이 관여했다고 명시한 것은 처음이다.

이날 변호인 측은 피고인 2명이 살의가 없었다며 무죄를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검찰 측의 주장을 거의 수용하고 피의자들에게 변론에 나설 것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검찰이 제기한 혐의와 관련해 ‘프라이머 페이시(prima facie·나중에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나더라도 일단은 혐의가 입증된 것으로 간주하는 사건)’가 성립한다고 판단되는 만큼 피고인들에게 자기 변론을 명령한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시티와 흐엉이 몰래카메라 촬영을 위한 ‘장난(prank)’이라고 주장한 부분에 대해 면밀히 검토했으나 이러한 주장이 성립될 수 없다고 판단하고 변호인 측에 이와 관련한 설명을 명령했다.

현지 법절차상 이는 새로운 반증이 제시되지 않으면 유죄가 확정되는 상황으로 받아들여진다. 재판부는 다음 달께 최종변론을 들은 뒤 형량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Malaysia North Korea Assassination
지난해 2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살해된 김정남과 그의 이복동생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사진=AP=연합뉴스
피고인들은 VX가 독극물인 줄 몰랐고, 리얼리티 TV용 몰래카메라를 찍는다는 북한인들의 말에 속아 살해 도구로 이용됐다고 주장했다.

살해 현장에서 이들에게 VX를 주고 김정남의 얼굴에 바르도록 지시한 리지현(34)·홍송학(35)·리재남(58)·오종길(56) 등 북한인 용의자 4명은 범행 직후 출국해 북한으로 도주했다.

반면 시티와 흐엉은 현지에 남았다가 잇따라 체포됐고, 객실에 범행 당시 입은 옷가지를 방치하는 등 증거를 인멸하려는 노력도 하지 않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들이 김정남의 얼굴에 VX를 바른 직후 서둘러 화장실로 달려가 손을 씻는 행동을 한 것을 명백하다며 액체가 독이라는 것을 인식했고, 살의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최종변론을 들은 뒤 판결을 내리게 되며 재판은 길면 수개월 이상 연장될 것으로 보인다.

말레이시아 형법은 고의적 살인의 경우 예외 없이 사형을 선고하도록 규정하는 만큼 유죄가 인정되면 피고인들은 교수형에 처해질 수 있다.

북한은 김정남이 아닌 ‘김철’이란 이름의 자국민이 단순 심장마비로 사망했고, 리재남 등 4명은 그가 숨진 시점에 우연히 같은 공항에 있었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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