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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부의 해법은? 김정은 ‘강도적 제재봉쇄’-미 ‘대북제재 유지’ 대립

한국 정부의 해법은? 김정은 ‘강도적 제재봉쇄’-미 ‘대북제재 유지’ 대립

기사승인 2018. 08. 2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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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위원장 직접 "강도적 제재봉쇄" 비난 이례적
대북제재, 중국 참여로 효과, 완화·해제 땐 재개 쉽지 않아
청와대-백악관, 종전선언·대북제재 인식차 존재하나
하만주
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전면에서 나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를 ‘강도적 봉쇄’라고 비난했다.

리용호 외무상이나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주장해온 것을 최고지도자가 직접 언급한 것은 이례적이다.

표현도 북한 외무성이 지난달 7일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과 1박 2일간 9시간의 마라톤 협상을 마친 후 일본 도쿄(東京)로 향하고 있는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비핵화 요구를 ‘강도적’이라고 규정한 것을 그대로 사용했다.

◇ 김정은 위원장 직접 “강도적 제재봉쇄” 비난

북한은 지금까지 미국의 ‘완전한 비핵화’ 전제조건인 ‘핵·미사일 및 시설 신고’ 요구를 비난하면서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신뢰’를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까지 비난하게 되면 북·미 비핵화 협상이 좌초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했고, ‘원맨’과 참모진과의 분리 전술 성격도 있었다.

같은 맥락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비핵화 협상에 대해 언급하는 것을 공개하지 않았다. ‘스트롱맨’의 발언은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김정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부인 이설주와 강원도 원산 갈마해안관광지구와 평안남도 양덕군의 온천지구를 시찰하던 중 대북제재를 ‘강도적 제재 봉쇄’라고 비난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7일 보도했다./사진=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 미 국무부, 김 위원장 발언 정면 비판 않고 ‘대북제재 , 국제사회 제재’ 강조

미 국무부가 김정은 위원장의 ‘강도’ 발언에 “북한이 비핵화에 실패하면 제재는 전면적으로 유지될 것”이라며 원론적 입장을 재확인한 것도 그에 대한 비판이 가지는 파괴력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국무부는 다만 “국제사회에 의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의 전면적 이행이 우리를 지금의 순간으로까지 이끌었고, 이는 이 과정의 성공적 결과를 위해 필요하다”며 대북제재가 미국이 아닌 국제사회의 제재임을 강조했다.

이는 폼페이오 장관이 북 외무성의 ‘강도적 요구’ 비난에 “북한에 대한 우리의 강도 같은 것이라면 전 세계가 강도”라며 “유엔 안보리가 만장일치로 결정했기 때문”이라고 반박한 것과 같은 논리다.

김정은 시진핑
왼쪽부터 지난 3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겸 국무위원장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공산당 총서기 겸 국가주석의 중국 베이징(北京) 댜오위타이(釣魚臺) 국빈관 오찬, 지난 5월 다롄(大連) 해변을 거니는 김 위원장과 시 주석./사진=연합뉴스
◇ 대북제재의 본질과 현실...중국 적극 참여로 효과, 완화·해제 땐 북 비핵화 실패해도 재개 쉽지 않아

김정은 위원장의 ‘강도적’ 비난과 미국의 ‘유엔 주도’ 논리는 대북제재의 본질과 현실을 잘 보여준다.

북한은 제재로 ‘궁중 경제’도 돌아가지 않을 정도로 극심한 경제난을 겪고 있다. 북한의 지난해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고난의 행군’ 때인 1997년 -6.5% 이후 20년만 최저치인 -3.5%를 기록했다. 이는 북한이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에 나온 것이 대북제재 때문이라는 논리에 힘을 싣는다.

아울러 국무부의 ‘국제사회’ 강조는 대북제재가 중국의 적극적 참여로 비로소 효과가 나타난 현실과 관련이 깊다.

중국은 거듭되는 경고에도 불구, 북한이 핵·미사일 도발이 계속되자 북한에 대한 대북제재에 적극 동참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4월 미국 플로리다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당 총서기 겸 국가주석과 만나 대북제재 동참을 촉구한 것도 주효했다.

대북제재가 완화되거나 해제되면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한 상황에서도 추가 군사도발을 하지 않는 한 안보리 주도의 새로운 대북제재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에 북한은 중국 등 우호국과의 교역과 투자, 그리고 남북경협 등을 통해 경제재건에 나설 수 있다.

◇ 현 상황 북한 제1 목표, 대북제재 완화·해제

김정은 위원장의 언급은 이 같은 북한 경제의 절박한 상황과 대북제재 완화 및 해제 효과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현 상황에서 북한의 제1 목표는 대북제재 완화 및 해제인 것이다.

북한이 요구하고 있는 한국전쟁 종전선언도 이에 귀결된다. 미국 내 전문가들은 북한 비핵화에 실패해도 미국의 군사행동이 어려워질 수 있다며 종전선언에 반대하고 있다.

국무부는 종전선언과 대북제재를 동일 선상에서 보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종전선언은 북한 비핵화 조치에 대한 일정 부분 인정이 되고, 이는 대북제재 명분의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

미국이 북한의 비핵화를 요구하면서 대북제재 유지와 ‘선(先) 비핵화·후(後) 종전선언 및 평화협정 체결’을 견지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국 정부가 북한의 전향적 비핵화 조치를 유도하기 위해 종전선언 조기 실현을 미국 측에 요청하는 것을 수용하기 어려운 배경이다.

◇ 청와대-백악관, 종전선언·대북제재 관한 인식차 존재하나

백악관이 청와대의 남북경협에 대한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예외 인정, 종전선언 조기 실현 요청에 ‘불쾌감’을 표시하고(일본 요미우리신문), ‘한국이 조용히 북한 입장을 지지하고 있다(뉴욕타임스)’고 한·미 관리들이 말하고 있는 상황은 종전선언과 대북제재에 대한 ‘절박한’ 인식 차이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우리 정부는 미국 정부가 북한 비핵화의 첫 조치로 요구하고 있는 ‘핵·미사일 및 시설 신고’에 대한 북한의 유연한 입장 변화를 위한 협상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대 ‘정전협정 및 대북제재 해제’라는 ‘전부 아니면 전무(all or nothing)’식 접근법으로 인한 교착 국면을 타파하기 위해 북·미가 상호수용할 수 있는 사안별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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