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투데이 로고
‘가짜뉴스로 인한 린치’ 이어진 인도, 학생들에게 ‘가짜뉴스 수업’ 나서

‘가짜뉴스로 인한 린치’ 이어진 인도, 학생들에게 ‘가짜뉴스 수업’ 나서

기사승인 2018. 08. 20. 13:51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톡 링크
  • 주소복사
  • 기사듣기실행 기사듣기중지
  • 글자사이즈
  • 기사프린트
zee
사진출처=/zee news 영상 캡쳐
인도 남부 케랄라 주의 해안도시 칸누르의 한 공립 중학교, 40여 명의 학생들이 교실에 모여 가짜뉴스 수업을 듣고 있다.

선생님은 “가짜뉴스란 무엇인가?”라고 질문하고 학생들은 슬라이드에 적힌 답을 소리내 읽는다. “가짜뉴스는 대중을 혼란스럽게 하고 집단 패닉을 일으키며, 폭력을 유발하고 주의를 끌기 위한 목적으로 고의적으로 제작·유포되는 완전히 잘못된 정보와 사진·영상 등을 말한다.”

영국 BBC의 19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케랄라 주 당국은 심각한 가짜뉴스의 폐해에 대처하기 위해 어린 학생들에게 가짜뉴스 교육을 시작했다.

칸누르 시는 인구 250만 명 중 95%가 글을 읽고 쓸 수 있으며 대부분 도시에 거주하고 있어, 표면적으로는 미디어 정보 해독력(media literacy)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지역은 최근 몇 년 간 왓츠앱(WhatsApp)을 통한 가짜뉴스 확산에 몸살을 앓아왔다.

인도에서는 300만 대 가량의 스마트폰이 이용 중이며, 이중 200만 대가 왓츠앱을 사용하고 있다. 왓츠앱은 인도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는 메시징서비스로, 인도에서 하루에 오가는 650억 개의 메시지 가운데 90%가 이 플랫폼을 통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우타르 프라데시 주선거를 앞두고 나렌드라 총리가 이끄는 여당 인도인민당(BJP)가 선거 운동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6600개 이상의 왓츠앱 단체채팅방을 만들었다는 사실은 인도에서 왓츠앱이 가진 위력을 잘 보여준다.

그런만큼 왓츠앱을 통한 가짜뉴스의 확산도 시막한 수준이다. 왓츠앱의 단체채팅방에는 최대 256명의 멤버를 초대할 수 있다. 또한 개인 채팅방을 통해서도 가짜뉴스는 퍼져 나간다.

인도의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칸누르에서도 페이스북 소유의 메시징서비스 왓츠앱이 가짜뉴스를 실어나르는 주요 매개체 역할을 하고 있다.

왓츠앱을 통해 확산된 가짜뉴스의 한 예를 보면, 오토바이에 탄 두 남자의 사진과 함께 이들이 지역에서 어린이들을 납치하고 다닌다는 메시지가 돌기 시작하더니 지난 6월부터 최소 25명이 이들에게 죽음을 당했다는 루머로 번져나갔다. 또한 인도의 국민 영웅 마하트마 간디의 여성 편력에 대한 가짜뉴스도 학생들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이뿐 아니다. 인기 콜라 제품에 에이즈를 일으키는 HIV 바이러스에 감염된 피가 섞여 있다는 루머, 고속도로에서 교통 흐름을 막고 있는 머리가 셋 달린 뱀의 모습이 담긴 포토샵 이미지, 가짜 직업 소개 광고까지 왓츠앱을 통한 가짜뉴스는 종류도 가지각색이다.

이같은 가짜뉴스는 사적 보복, 즉 린치를 불러 문제가 되기도 한다. 한 남자가 병원에 숨어 어린이들을 유괴한다는 가짜 녹음파일이 퍼져 어린이 유괴에 대한 두려움이 촉발되면서 납치범으로 의심되는 사람들이 폭도에게 두들겨 맞는 사례도 있었다.

가짜뉴스로 인한 린치가 이어지면서, 왓츠앱은 지난달 10일 인도 주요 일간지에 전면광고를 내고 회사 차원에서 가짜뉴스와 싸워 나가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에 대처하기 위해 이 지역은 600개 공립학교 중 150개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40분 짜리 가짜뉴스 수업을 진행하기 시작했다. 인도에서 학생들에게 가짜뉴스 수업을 정식으로 진행하는 것은 처음이다.

가짜뉴스 수업을 기획한 공무원 미르 무함마드 알리는 자신도 SNS 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으며, 80개 이상의 왓츠앱 단체채팅방에 소속돼 있다면서, “부모들이 휴대전화를 통해 받아보는 가짜뉴스를 무조건적으로 믿는 경향을 보였기 때문에 학생들에게 교육을 실시하기로 결정했다”라면서 “나는 아이들에게 질문하는 정신을 심어줄 수 있다면 가짜뉴스와의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믿는다”라고 말했다.
후원하기 기사제보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