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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생한 세월 생각하면 눈물”, “왜 이렇게 늙었냐”…상봉장 오열

“고생한 세월 생각하면 눈물”, “왜 이렇게 늙었냐”…상봉장 오열

기사승인 2018. 08. 20.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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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이산가족 눈물의 재회
가족사진 함께보고 큰절 인사
국군포로·납북자 만남 눈길
[포토] '그리운 내 딸아'
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1회차 첫날인 20일 오후 고성 금강산면회소에서 열린 단체상봉에서 남측 한신자(99) 할머니가 북측에서 온 딸 김경실(72)할머니를 보고 기뻐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공동취재단·허고운 기자 = 남북의 이산가족들이 분단 이후 65년 만에 꿈에 그리던 가족들과 다시 만났다. 이들은 2박 3일간 6차례에 걸쳐 11시간을 함께하며 못다 한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20일 금강산으로 향한 89명의 남측 이산가족과 동반가족 등 197명은 행사 첫 일정으로 이날 오후 3시부터 2시간 동안 금강산호텔에서 북측 가족 185명과 단체상봉을 했다.

행사장에 먼저와 대기하고 있던 북측 가족들은 긴장된 듯 굳은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남측 가족들이 입장하자 이내 분위기가 바뀌었다. 행사장 곳곳에선 탄식이 터져 나왔고 만나자마자 껴안는 가족들도 보였다.

이산가족들은 목 놓아 울거나 차분한 인사를 나누며 저마다의 방법으로 65년 간 보지 못한 설움을 풀었다.

이기순(91) 씨는 두 살 때 생이별한 아들을 만났다. 손녀도 함께했다. 상봉 전 “내 아들이 맞다면 여러 말 안해도 하나만 물어보면 알 수 있다”던 이씨는 아들을 보며 “고생한 세월을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고 연신 눈물을 훔쳤다.

형제·자매간의 만남도 감동을 자아냈다. 서진호(87) 씨는 두 동생을 만났다. 서씨는 동생들의 손을 잡으며 “우리 친형제가 이제야 만났다”고 기뻐했다. 서씨의 딸 순교(55) 씨는 “작은 아버님들 절 받으세요”라며 그 자리에서 큰 절을 올렸다.

문현숙(91) 씨는 두 여동생을 보고 “왜 이렇게 늙었냐, 어렸을 때 모습이 많이 사라졌네”라며 웃으며 말을 건넸다. 하지만 세 자매는 곧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남측 89명 이산가족과 동반가족 등 197명, 금강산호텔서 북측 가족 185명과 첫 단체상봉

이번 행사에서는 국군포로 한 가족과 전시납북자 다섯 가족도 첫 만남을 가져 눈길을 끌었다. 다만 남측 이산가족이 상봉을 원했던 국군포로와 전시납북자 당사자는 모두 세상을 떠나 북쪽의 남은 가족과 만났다.

최기호(83) 씨는 의용군으로 납북된 큰형 영호씨가 2002년 사망해 조카들과 만났다. 조카가 가져온 사진들을 본 최씨는 눈물을 흘리며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형 사진이라도 하나 있으면 좋겠다”며 사진들을 보며 추억에 잠겼다.

전시납북자를 찾았던 곽호환(84), 이영부(74), 이재일(85), 홍정순(94), 이달영(82) 등 5명도 북측의 혈육들과 상봉했다. 아버지가 국군포로인 이달영씨는 아버지의 사진을 이복동생들에게 보여주며 추억에 잠겼다.

정부는 이번 상봉행사를 준비하면서 국군포로와 납북자 50명을 선정해 북측에 생사확인을 요청했다. 이 중 21명의 생사가 확인돼 6가족의 만남이 성사됐다.

남북 이산가족은 이날 저녁에는 북측이 주최하는 환영만찬에 참석했다. 이들은 22일까지 2박 3일간 6차례에 걸쳐 11시간 동안 함께한다.

21일에는 숙소에서 오전에 2시간 동안 개별상봉을 하고 곧이어 1시간 동안 도시락으로 점심을 함께한다. 이산가족 상봉행사에서 가족끼리만 오붓하게 식사를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상봉 마지막 날인 22일에는 오전 작별상봉에 이어 단체 점심을 하고 귀환한다. 24일부터는 북측 이산가족 83명과 남측의 가족이 금강산에서 2박 3일간 같은 방식으로 상봉한다.

정부는 이산가족 중 고령자가 많은 점을 고려해 의료·소방인력 30여명을 방북단에 포함했다. 응급환자가 발생하면 육로와 헬기 등을 이용해 신속하게 남측으로 후송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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