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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NYT “김정은, 북미 비핵화 협상서 경제에 초점”

미 NYT “김정은, 북미 비핵화 협상서 경제에 초점”

기사승인 2018. 08. 21. 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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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위원장, 30차례 현장지도 대부분 공장·농장·건설현장
부실 현장관리 추궁, 북한경제 바로세우기 집중
"김정은 행보, 미 적절 보상 땐 비핵화 협상 진전 의사 보내는 것"
북한 김정은 위원장, 40일만에 삼지연군 또 시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6월 말 이후 30차례에 걸친 현장지도 때 대부분 공장·농장·건설현장을 방문했다며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에서 경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사진은 김 위원장이 40일 만에 삼지연군을 다시 방문했다고 조선중앙TV가 19일 보도한 장면./사진=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에서 경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NYT는 김 위원장이 6월 말 이후 30차례에 걸친 현장지도 때 대부분 공장·농장·건설현장을 방문했다며 이는 지난해 군대와 핵실험 및 미사일 발사 현장을 찾은 것과 다르다며 이같이 전했다.

김 위원장이 북한의 군사력을 자랑하는 대신 현장지도에서 형편없는 현장 관리를 추궁하고, 북한 경제를 바로잡는 데 집중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김 위원장은 부분적으로 자신의 경제 개혁으로 외부로부터 물자와 정보가 북한으로 유입되기 시작했기 때문에 전임자보다 경제위기에 더 취약할 수 있다고 류디거 프랭크 오스트리아 빈대학 교수는 말했다.

김정은 온실농장건설준비사업 현지 지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함경북도 경성군 온포온실농장건설준비사업을 현지 지도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8일 보도했다./사진=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 김정은 위원장 현장지도에서의 ‘분노’

NYT는 북한의 만성적 전력 부족 문제를 완화할 수 있는 역점 사업인 함경북도 어랑군의 수력발전소 건설이 노동력·장비·물자 부족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이 자리에서 김 위원장이 프로젝트 책임자가 건설현장을 찾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됐다고 전했다.

실제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17일 김 위원장이 염분진호텔 건설현장·온포휴양소·청진가방공장 등 함경북도의 경제 관련 현장 총 8곳을 방문했다고 전하면서 특히 어랑천발전소 건설현장에서 댐 건설을 시작한 지 17년이 되도록 총 공사량의 70%만 진행됐다면서 “벼르고 벼르다 오늘 직접 나와보았는데 말이 안 나온다”며 “문서장만 들고 만지작거렸지 실제적이며 전격적인 경제조직사업 대책을 세운 것은 하나도 없다”고 내각 관계자들을 직설적으로 비판했다.

그러면서 “더더욱 괘씸한 것은 나라의 경제를 책임진 일꾼들이 발전소 건설장이나 언제(댐) 건설장에는 한 번도 나와보지 않으면서도 어느 발전소가 완공되었다고 하면 준공식 때 마다는 빠지지 않고 얼굴들을 들이미는 뻔뻔스러운 행태”라고 격하게 꾸짖었다.

휴대전화 사용하는 김정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 건설장과 양덕군의 온천지구를 각각 시찰했다고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 등 북한 매체들이 17일 보도했다. 사진은 온천지구를 시찰하는 김 위원장의 모습으로, 그가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모습이 북한 매체에 공개된 것은 사실상 처음이다./사진=연합뉴스
◇ 김 위원장 행보, 트럼프 행정부 겨냥 대북제재 완화 설득 위한 것

이 같은 행보와 관련, 북한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의 메시지는 북한 주민뿐 아니라 미국을 겨냥한 것이라며 북한 경제 번영 약속이 대북제재를 완화하도록 트럼프 행정부를 설득하는데 달려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건설과 같은 방대한 창조 대전은 강도적인 제재 봉쇄로 우리 인민을 질식시켜보려는 적대세력들과의 첨예한 대결전이고 당의 권위를 옹위하기 위한 결사전”이라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나왔다고 분석했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김 위원장이 제재를 완화하고, 생산 증대와 주민의 삶 향상을 위한 자신의 방법을 찾으려고 필사적”며 핵 프로그램이 아니라 경제에 중점을 두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면서 미국 측이 적절한 보상을 제공하면 비핵화 협상을 진전시킬 의사가 있음을 전하는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 시찰하는 김정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부인 리설주 여사와 함께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 건설장을 시찰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7일 보도했다./사진=평양중앙통신=연합뉴스
◇ 북, 종전선언·대북제재 완화 요구와 미 비핵화 조치 입장차로 협상 교착상태

하지만 김 위원장이 핵무기를 포기할지, 미국이 북한이 요구하는 한국전쟁 종전선언 등 보상을 제공할지는 매우 회의적이라고 NYT는 전했다.

신문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6·12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비핵화’에 합의했지만 공동선언문에 세부 내용이 빠졌고, 이후 교착상태에 빠진 협상 진척 상황에 북·미 양측이 불만을 가지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 비핵화 분위기 조성을 위해 한·미합동훈련은 취소했지만 북한이 먼저 ‘핵·미사일 및 시설’을 신고하면서 신속한 비핵화 조치를 취하라며 대북제재 완화 요구를 거부하고 있다.

반면 북한은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중지했으며 지하 핵실험장을 폭파하고 미사일엔진 실험장인 서해위성 발사장을 해체한 후 추가 조치에 앞서 미국이 종전선언을 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NYT는 이 같은 북·미 간 비핵화 협상 교착으로 개성공단 및 금강산 관광 재개, 남북 철도·도로 연결 등 문재인 대통령의 남북경협 구상이 차질을 빚고 있다고 전했다.

◇ 김정은 위원장의 경제 관련 행보

프랭크 교수는 “북한은 구동맹국 소련·동독이나 서방세계 대부분처럼 물질주의적이고 탐욕스럽고 만족하지 못한다”며 “북한이 자본주의 게임을 시작했고, 대부분 유럽 사회주의 국가들보다 훨씬 더 나아갔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2012년 신년사에서 “인민이 다시는 허리띠를 조이지 않게 하겠다”고 말했고, 다음 해 김정일 위원장의 ‘선군(先軍) 노선’을 폐기하고 경제·핵 개발 병진 노선을 내세웠다.

김 위원장은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급격하게 진행하면서도 400여개의 장마당을 허가하고, 공장과 집단농장에 자율성을 허용했다.

이에 따라 북한의 2012~2015년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연평균 1.77% 성장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대북제재가 본격화되면서 지난해엔 ‘고난의 행군’ 때인 1997년 -6.5% 이후 20년만 최저치인 -3.5%를 기록했다.

김 위원장은 3월 이후 핵무기 ‘벼랑 끝 전술’에서 외교로 방향을 전환,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문 대통령·트럼프 대통령과 각각 세·두·한 차례 정상회담을 했고, 이를 통해 무역 관계를 구축하고 제재 압력의 완화를 희망하고 있다고 NYT는 분석했다.

김 위원장은 4월 핵 프로그램이 완료했다며 병진 노선 종료를 발표하고, 북한의 모든 국가자원을 경제 재건에 집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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