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투데이 로고
‘대책 없는’ 터키 경제…내년도 경기 침체 불 보듯

‘대책 없는’ 터키 경제…내년도 경기 침체 불 보듯

기사승인 2018. 08. 21. 15:24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톡 링크
  • 주소복사
  • 기사듣기실행 기사듣기중지
  • 글자사이즈
  • 기사프린트
Turkey <YONHAP NO-0371> (AP)
미국과의 갈등으로 촉발된 터키 경제의 위기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과의 갈등에서 빠져나온다고 하더라도 터키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는 각종 리스크로 인해 자칫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진단조차 내놓고 있다. 사진출처=/AP, 연합
최근 미국과의 갈등으로 환율 폭락 등 금융 위기에 빠진 터키 경제의 앞날에 우려의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미국의 제재에 따른 환율 폭락에다 터키 정부의 대책 부재가 겹치면서 경제 회복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미국 경제매체 CNBC의 20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미국인 앤드루 브런슨 목사 석방을 둘러싼 갈등으로 미국 정부가 터키에 부과한 제재와 관세가 터키 경제에 직접적인 타격이 된 것은 사실이지만 터키 경제 위기의 근본 원인은 국내 문제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제과열 장기화·중앙은행의 정책 독립성에 대한 불안감·치솟는 인플레이션 속에서도 여전히 금리를 억제하고 있는 통화정책의 결함, 그리고 막대한 경상수지 적자와 외채 등이 터키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는데,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터키 경제가 ‘자기 무덤을 파고 있다’고 진단한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스스로를 ‘금리의 적’이라고 칭하면서 중앙은행에 통화긴축 압박을 가하고, 치솟는 물가 상승율을 외면한 채 빠른 성장만을 우선시 해왔다. 이로 인해 현재 터키의 인플레이션은 15%에 달한다.

미국 제재에다 터키의 재정 규율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가 흔들리면서 리라 환율은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1년 전 달러 당 3.5리라 수준이던 환율은 20일 달러 당 6리라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국제 신용평가사들이 터키의 내년도 경기침체를 전망한 이유도 여기 있다. S&P글로벌레이팅스는 지난 17일 터키 신용등급을 ‘BB-’에서 ‘B+’로 한 단계 강등하며 발표한 성명에서 “이번 강등은 터키 리라화의 극심한 변동성과 그에 따른 급격한 국제수지 조정으로 터키 경제가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우리의 전망을 반영한 것”이라면서 “터키에 내년도 경기 침체가 일어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러브트 사이펀 아레발로 S&P글로벌레이팅스 애널리스트는 “달러 대비 가치가 연초에 비해 40% 가까이 하락한 리라화는 외채 의존도가 높은 민간 부문, 특히 기업들에 상당한 압박을 가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외화표시 기업 부채는 터키 GDP의 50%에 달한다.

무디스도 터키 위기가 단시간 내 해결될 가능성이 점차 낮아지고 있다며 터키의 신용등급을 ‘Ba2’에서 ‘Ba3’로 한 단계 낮췄다.

터키 금융 당국이 은행들에 유동성 제공을 약속하고 역외 통화 스와프를 중단하는 단기 환율 대책을 내놓았지만 터키 정부의 장기적인 경제 회복 대책이 결여돼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효한 대책 대신 에르도안 대통령은 미국이 ‘경제 전쟁’을 벌이고 있다고 비난하며 리라화에 대한 공격은 ‘아잔(이슬람교에서 하루 다섯 번 정해진 시간에 신도에게 예배 시간을 알리는 소리)에 대한 공격’이나 다름없다는 식으로 민족주의적인 감정만을 부추기는 모습이다. 이같은 수사는 국민들에게 효율적으로 작용할지 모르지만 투자자들에게는 혼란만을 더하고 있다.

S&P는 “터키의 인플레이션이 올해 안에 22%까지 치솟을 것”이라면서 이 것이 터키의 소비자들에게 압박을 가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많은 경제 전문가들은 터키발 리스크의 효과가 다른 신흥국 시장이나 유럽에 미칠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터키 정부가 구체적인 대책을 내놓지 않는 점을 감안하면 터키의 경제 침체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을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에르도안이 한 발 물러나며 미국과의 정치적 긴장이 해결된다 해도 투자자의 관점으로 볼 때는 터키가 경제 문제를 풀어나가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TS 롬바드(TS Lombard)의 크리스토퍼 그랜빌 상무이사는 “일부 정치적인 결의안이 나올 수도 있겠지만 투자자들에게는 그리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며 “왜냐하면 이같은 조치가 효과를 내기까지는 긴 시간이 필요한데, 터키 시장에 남은 시간은 얼마 없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터키는 20일(현지시간) 세계무역기구(WTO)에 “미국이 지난 6월 주요 국가를 상대로 철강 25%, 알루미늄 10%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면서 자유무역 규정을 위반했다”며 미국을 제소했다.
후원하기 기사제보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