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투데이 로고
[남북 이산가족상봉] “언제 만날지 기약없어”…이별 걱정에 곳곳서 한숨

[남북 이산가족상봉] “언제 만날지 기약없어”…이별 걱정에 곳곳서 한숨

기사승인 2018. 08. 21. 18:28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톡 링크
  • 주소복사
  • 기사듣기실행 기사듣기중지
  • 글자사이즈
  • 기사프린트
이산가족 개별·단체상봉
“사랑해”, “누님 존경합니다”…상봉장 화기애애
남북 이산가족 상봉 이틀째
제21차 남북 이산가족 상봉 행사 이틀째인 21일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단체 상봉 행사에서 남측 김혜자(77) 할머니와 북측 남동생 은하씨(75)가 정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공동취재단·허고운 기자 = “내가 서울에서 ‘은하야’ 하고 부를게”(남측 칠순의 누나) “제가 ‘네’ 할게요”(북측 칠순의 남동생)

김혜자씨(77)는 북측 남동생 은하씨(75)를 보자 “벌써 와 있었네”라며 얼굴에 웃음꽃이 폈다. 칠순이 넘어 할
머니가 다 된 남측 누나는 ‘할아버지 남동생’에게 여러 차례 “사랑해”라고 말하며 꼭 끌어 안았다.

북측 남동생은 쑥스러운 듯 사랑한다는 말 대신 “누님을 존경해요. 누님이 날 사랑해주니 얼마나 좋은지 몰라”라며 애틋한 마음을 표했다. ‘할머니 누나’는 다음날이면 기약 없는 이별을 하게 될 남동생에게 “내가 서울에서 ‘은하야’ 하고 부를게”라고 했고, 동생은 “제가 ‘네’ 할게요”라며 서로 웃었다.

차제근씨(84)는 북측 동생 제훈씨(76)를 보자마자 “동생”이라며 손을 잡고 인사했다. 차씨는 “형으로서 동생 버리고 나만 살겠다고 미안해”라며 연신 사과했다. 제훈씨는 형의 무릎을 매만지며 “아이고 뭐가 미안해요”라고 위로했다.

북에서 온 동생들을 만난 박기동씨(82)는 활기차게 대화를 이어가다 다음날 찾아올 이별을 생각하며 아쉬워했다. 박씨는 “60여 년 만에 만나 반갑지만 헤어질 것을 생각하니 안 됐다”면서 “기약이 없다”고 말했다. 박씨의 남측 여동생 박선녀씨(72)는 “이제 헤어지면 언제 만날지 기약이 없다”면서 “평화가 빨리 이뤄져야 하는데 담이 높다”고 슬퍼했다.

북측의 언니와 여동생을 만난 배순희씨(82)는 “못 다한 얘기를 더 나누고 싶다”면서 “어제 오늘 한 얘기도 또 하고 싶다”고 간절함을 드러냈다. 대부분의 가족들은 앞으로 간직할 사진을 찍으며 기약없는 헤어짐을 준비했다.

[포토] 이산가족 기념사진
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1회차 둘째 날인 21일 오후 고성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단체상봉에 남측 조혜도(86) 할머니가 븍측 언니 조순도(89) 할머니 가족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제 헤어지면 언제 만날지 기약없다” 또 한 번의 ‘생이별’ 준비

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이틀째인 21일 남북 가족들은 개별·단체 상봉을 하며 그동안 못 다한 이야기를 나눴다. 객실 ‘도시락 점심’을 통해 가족들끼리의 시간을 보냈고, 22일 다시 기약 없는 이별을 하게 될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89명의 남측 이산가족과 동반가족 등 197명은 이날 오전 10시 10분부터 3시간 가량 외금강호텔 객실에서 북측 가족 185명과 개별상봉을 했다. 북측 가족들은 남측 가족이 기다리는 호텔 객실에 입장했고 남측 가족은 “왔네, 왔어”하며 기뻐했다.

남북 가족들은 호텔 객실에서 따로 도시락으로 점심을 함께 했다. 그동안 행사 때는 객실 상봉 이후 모두 모여 함께 점심을 했지만 이번에는 가족들만의 편안한 만남 시간을 늘린다는 취지에서 남북 가족끼리만 따로 점심을 했다.

북측 조카들을 만난 이영부씨(76)는 “아무래도 자유롭고 훨씬 낫다”고 말했고, 도시락 점심에 대해서도 “얼마나 맛있어, 기분 좋고”라며 만족을 표했다.

남북 가족들은 이어 오후 3시부터 2시간 동안 금강산호텔에서 단체상봉을 했다. 행사장에 먼저 입장한 북측 가족들은 긴장했던 전날보다 편안한 모습이었다.

남측 가족들이 입장하자 각 테이블마다 이야기꽃이 활짝 폈다. 객실상봉 후 서로 친해진 듯 붙어 앉아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남북 가족들은 상봉행사 마지막 날인 22일에는 오전 10시부터 2시간 동안 작별상봉, 12시부터 오후 1시까지 공동중식을 하고 일정을 마무리한다. 작별상봉은 당초 1시간으로 예정돼 있었으나 남측 요청으로 2시간 늘었다. 이에 따라 이번 상봉 행사 기간 남북 가족들이 만나는 전체 시간은 12시간이 됐다.
후원하기 기사제보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